배꼽의 위치 / 박서영
당신의 몸은 배꼽으로부터 전송된 문장으로 완성되었다
움푹 들어간 문장, 불룩 솟은 문장들이 몸의 문법을 거쳐
아름다운 소행성에 도착했다
당신은 문장의 비밀을 읽기 위해 가끔 거울 앞에 선다
알몸으로 서서 당신 몸의 풍경이 바뀌는 것을
혼자 몰래 들여다보곤 한다
절벽이 무덤처럼 봉긋해졌을 때
수술자국 가득한 젖이 왜 그렇게 찌릿찌릿해지는지
어긋난 문장들이 왜 가동되려고 하는지
꿰맨 살가죽의 문장을 혼자 들여다보는 느낌
밤하늘에 별들이 뜨고 달이 그 위를 천천히 흘러가는 느낌
이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한때 배꼽을 잠시 옆구리에 매달아 놓았었다
방심하면 배꼽이 가슴에 붙을 수 있으니까
배꼽의 위치는 처음 문장이 시작된 자리여야 하니까
여자들끼리 한 잔 할 때는 상처가 에너지다
눈물콧물 매운 고추전과 막걸리와 해물짬뽕 앞에 두고
웃다가 울다가 배꼽을 극단까지 밀고 간 당신의 수술 후일담
젖꼭지는 상처가 아문 자리여야 써넣을 수 있으므로
가장 나중 기록되는 단어다
당신 몸의 풍경이 바뀌는 것을 당신은 몰래 상상 한다
탯줄의 출구가 닫히고 피와 살과 뼈가 조금씩
소행성을 빠져나가는 느낌
비애를 삼킨 우리의 붉은 입술에
배꼽과 젖가슴의 문장들이 찐득찐득 말라붙어 있다
68년 경남 고성 출생
95년 《 현대시학》등단
시집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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