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교향악 / 강희안
쥘부채 빛살 낭자하게 펼쳐놓은 한여름의 초등학교 운동장, 검은 베레모를 쓴 누군가 머뭇거리다가는 플라타너스 그늘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외곽에 도열해 있던 매미는 여느 때보다 G음을 반음 높이어 Ab음 열어젖힌 듯 쏴아 쏴아아아아아아-- 시리다 시린 물의 경적 울리며 트레몰로의 절정을 치닫고 있다. 그는 파마로 말린 나무의 머릿속에서 조차 성령의 회오리 휘감아 돌렸다던가. 그의 머릿속에는 뚜띠 으뜸화음의 영혼을 기다리는 거미가 방사형 구심력을 만들며 완강한 지휘봉을 잡고 있다. 저마다 울부짖으며 예수의 강림을 기대하는 성전의 소리, 소리-- 차마 꼭지점 놓치며 누군가, 정신의 공황 속으로 돌돌 말려 들고 있다. 뜨겁게 들끓는 구름의 정수리 끝마다 놀빛 가창오리떼가 쏴아 쏴 쏴아아아아아아-- 일제히 떼지어 내려앉았다던가. 이제서야 그는 가파른 나무의 연단을 내려왔다. 소리로써 뭉친 짐을 내려놓자 마부의 말들이 덜그럭덜그럭 돌아오고 있다. 물의 심판을 고대하며 부활절 주일을 넘나드는 매미의 통성 기도 소리, 소리---차마 들을 수 없어 G와 Ab의 음계 그 어디쯤 쏴아 쏴 쏴아아아아아아-- 급기야 매미는, 목을 내놓은 채 차디찬 돌이 되었다
그리고 나서 매미는, 몸 속을 텅 비우고 난 마지막 날 째에서야 비로소 7일 주야를 완성한 듯 물의 경적 거두며 가벼운 제 허물을 툭, 떨구어 버렸다
1965년 대전 출생
배재대 국문과 졸업 및 한남대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199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지나간 슬픔이 강물이라면」「거미는 몸에 산다」「나탈리 망세의 첼로」
저서「현대문학의 이해와 감상」「석정 시의 시간과 공간」「문학의 논리와 실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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