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핑크스의 꿈 / 허만하
어제는 내가 만든 섬의 내륙을 횡단했습니다. 모래알 하나하나가 오각형의 별로 이루어진 사막이었습니다. 저벅저벅 걸음을 옮길 때마다 노란 별빛이 가죽 장화에 묻었습니다. 반짝이는 흙먼지 였습니다. 바다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언저리 없는 이 사막에서 나팔꽃 덩굴 손 같은 대롱주둥이로 꿈을 빨아먹고 사는 나비의 신종을 발견했습니다. 편 날개 길이는 114mm이고 투명한 날개 뒷면에 눈알 같은 검은 동심원 무늬가 찍혀 있었습니다. 연일 환산이 자귀나무꽃빛 불꽃을 밝히고 있던 백악기 양치류 숲의 언어를 기억하고 있는 초록빛 나비였습니다. 눈부신 모래의 반사열 위를 헐렁헐렁 날고 있는 이 나비는 증발해 버린 숲의 말(言)로 전생의 내 기억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내가 흔들던 포충망 은빛 그믈 안을 찾아들었다고 했습니다. 동란 때 남산에서 비명으로 죽은 석주명을 기억하시나요.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고향집 장독 위에 쌓이던 눈 내리는 소리 같은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내 얼굴을 사막이 되었습니다. 아득한 별빛을 내뿜는 황금의 덮개를 쓰고 왕가의 계곡에 누워있는 오천년의 깊은 잠이 되었습니다.
1932년 대구에서 출생.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졸업(1957, 병리학 의학박사). 1957년『문학예술』지에 詩 추천으로 등단. 시집으로 첫 시집『해조海藻』(1969) 출간을 시작으로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1999), 『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2003)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는『낙타는 십리 밖 물 냄새를 맡는다』(2000), 『청마풍경靑馬風景』(2001),『길과 풍경과 시』(2002)가 있음. 박용래 문학상(1999년), 한국시협상(2000년), 이산문학상(2003년) 청마문학상(2004) 등을 수상. 부산 고신대 의대 교수 정년퇴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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