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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주	(작성일 : 2005-12-28 10:35:30, 조회 : 1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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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는 감춤의 미학(美學)이다 (1)

* 시(詩)는 감춤의 미학(美學)이다

시는 예쁜 포장지 속에 들어 있는 빛나는 보석이다. 고로 감춤의 미학이다.
그러나 시는 감춤만을 본질의 특성으로 삼는 것이 아니다. 때론 우회나 굴절 그런 다음 스팩트럼의 추상에서 즐거움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것은 시가 지각(知覺)에 의해서만 기쁨과 즐거움을 배태하기 때문이다.
그럼 시는 지각 이외에는 기쁨과 즐거움을 얻을 수 없는 것일까? 불행하게도 그렇다. 그러나 다른 장르는 예외다

또한 예술과 관련, 즐거움을 주는 것이 모두 다 아름다우며 모두 다 가치 있는 것이냐 하는 명제의 질문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만 답변할 수는 없다.
가령, 미술에 있어 ‘로센버그’의 <침대>를 예로 들어보면 페인트칠한 침대를 벽에 걸어놓음으로써 침대는 예술작품으로 인정되는데 이때 폭신폭신한 느낌을 주는 예쁜 색깔의 침대가 우리에게 대단한 즐거움을 주는 사물임은 분명하게 인지되지만 실용성과 관련 있는 그 침대가 꼭 아름다워야 한다는 법은 없는 것이다. 결국 시는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예술에서 한 발짝 멀리 떨어져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역순으로 보면 예술의 맨 앞자리에 있음을 보게 되는 것이다

‘미’는 본디 유용성이나 그와 비슷한 이유에서 즐거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미’란 바라보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을 얻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단계 더 천착해 보면 진정한 즐거움이란 현상적 감각적 즐거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지적 즐거움에 가까운 것이어야 한다. 시각이나 청각에 의존한 감각적 즐거움은 순간적이며 단순하지만 지각에 의존한 즐거움은 직선적으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비밀이 이해되지 않는 한 쾌미음을 부를 수 없다.

그러나 어려운 수학문제를 한참 끙끙거리며 풀어나가다가 갑자기 해답이 전광석화처럼 눈에 들어올 때의 그 기쁨은 예상외로 크다. 그것은 노력 뒤에 오는 배가된 희열이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기쁨을 <재인식의 쾌감>이라고 하였는데 감춤의 껍질을 벗긴 뒤에 나타나기에 피부반응보다 더 큰 물결 같은 감동이 되는 것이다.
시는 바로 이 <재인식의 쾌감>이라는 장르이기에 다른 예술보다 한 단계 위에 자리 매김 되어진다.

예술은 신의 예지에 의해 창조된 질서정연한 자연을 인식함으로써 성립하는 모방이다. 따라서 예술에는 자연의 질서가 반영된다. 또 예술은 자연에서 표현수단과 방법을 빌려온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예술을 신의 창조와 비교한다. 신은 자연의 내적 원리에 따라 창조를 하셨지만 예술가는 자연의 외적원리에 따라 모방할 뿐이다.

예술은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 낼 수 없고 단지 신이 창조한 자연 속에서 형상을 인식하여 그걸 모방할 따름이다. 그러므로 예술은 신의 창조보다 저급하다. 하지만 예술은 인식활동 및 도덕적 실천 활동과 함께 인간정신 활동의 하나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시는 이런 토양 위에서 삶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인간의 정신적 행복을 가장 작은 그릇에 담아내기 위하여 비유를 통한 압축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노력의 산물인 예술이 '시’이다.

그런데 문제는. 언어가 가지고 있는 분절성, 상상의 한계성, 추상성이 전제되어 있는 정형성을 깨뜨리지 않는 한 진정한 시문학이 탄생할 수 없다고 제창하며 추상적 기호로서의 언어를 극복하고 언어의 인습을 거부해야 한다는 낯설게 하기(포스트 모더니즘 포함)의 기법을 주장하면서 실천해야 한다는 시인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마 이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인의 모방은 아무런 통일성도 없는 사건의 복합을 사진사처럼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유기적인 통일을 이루고 있는 사건을 필연적인 인과관계의 테두리 내에서 재현하는데 있다’라는 이 말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어떤 형태로든 시인들은 단순한 모방자가 아니라 일종의 창작자임이 분명하기에 기존의 질서와 전통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것에 대해 도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감춤의 원리에 의한 암시성의 본질을 몰각한 채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긴장감이 흘러 넘쳐야만 좋은 시가 되는 줄 알고 기상(.奇想)과 절연(絶緣)만을 일삼는 시업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하는 것이다.
시란, 자아와 세계의 만남으로 인한 미적 체험을 바탕으로 인간구원으로 나가야함을 직시해야 하는데, 그것은 웅변과 같은 호소나 만화 같은 표현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찾아지는 감춤만이 진정한 시의 미덕이며 미학이기 때문이다.

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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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춤의 미학을 잘못 해석해서
어렵게 써야 좋은 시인 줄 아는 이들이
저를 포함해 적지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자꾸 비비꼰다는 말이지요.

제가 좋아하는 시 한편 소개합니다.

살붙이-송기원

나이가 마흔이 넘응께
이런 징헌 디도 정이 들어라우.
열여덟살 짜리 처녀가
남자가 뭔지도 몰르고 들어와
오매, 이십년이 넘었구만이라우.
꼭 돈 땜시 그란달 것도 없이
손님들이 모다 남 같지 않어서
안즉까장 여그를 못 떠나라우.
썩은 몸뚱어리도 좋다고
탐허는 손님들이
인자는 정말로 살붙이 같어라우.

전혀 어렵지가 않습니다.
이야기 같기도 하고......!
하지만 시인의 시선이 얼마나 따뜻한가
막장까지 간 사십 넘은 뒷골목 여자를
창녀로 끝내지 않고 탐하는 것들, 어쩌면 폭력에 대해
*살붙이 같어라우* 라며 연민의 정을 토하고 있다.
창녀를 이야기 했으나 전혀 창녀같지 않은 지고지순한
한마디...

살붙이.

2005-12-29

양현주
수정 삭제

하이루...^^*
눈에는 눈, 시에는 시로 화답하는게 제 스타일입니다
그람...한번 적어 볼까요? 잘 읽으시랑께.

어머니 / 박성우

끈적끈적한 햇살이
어머니 등에 다닥다닥 붙어
물엿인 듯 땀을 고아내고 있었어요

막둥이인 내가 다니는 대학의
청소부인 어머니는 일요일이었던 그날
미륵산에 놀러 가신다며 도시락을 싸셨는데
웬일인지 인문대 앞 덩굴장미 화단에 접혀 있었어요
가시에 찔린 애벌레처럼 꿈틀꿈틀
엉덩이 들썩이며 잡풀을 뽑고 있었어요
앞으로 고꼬라질 것 같은 어머니.
지탱시키려는 듯
호미는 중심을 분주히 옮기고 있었어요
날카로운 호밋날이
코옥콕 내 정수리를 파먹었어요

어머니, 미륵산에서 하루죙일 뭐허고 놀았습디요
뭐허고 놀긴 이눔아, 수박이랑 깨먹고 오지게 놀았지

박일님 이 시 좋지요?
마지막 아들과 어머니의 대화가 가슴 찡하게 하누만,
정수리 아플만큼 마음으로 아파하면서
겉으로는 모른 척 능청스런 아들의 질문과 어머니의 대답 속에는
아들과 어머니의 사랑이 듬북 고여있습니다.
박일님이 올려준 시도 좋게 잘 읽었습니다 화답으로 올려드립니다

2005-12-29

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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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아~~~~!

울엄니가 거그도 계시네.

요즘 전화드리면 이렇게 말하십디다.

"오늘은 뭐하셨습디요"
*맨날 퍼질러 노는 게 일이제*
*다음 날 택배로 고구마가 왔습디다*

좋은 시 잘먹고 갑니다.

2005-12-29

양현주
수정 삭제

ㅎㅎㅎ
박일님 어머님 멋진분이군요
군고구마 정말 맛있는데...꿀꺽!!
요즘 덕분에 문학강좌에 댓글 꽃이 피는군요
강좌에 어울리는 좋은 시 또 기대 하겠습니다.

2005-12-29

槿岩 /유응교
수정 삭제

박일님! 그 살 붙이 시 참 좋네요. 구수하고..
양현주님! 어머니 시도 가슴을 찡 하게 하는 군요.
새 해에도 많은 수고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연말 잘 보내셔요!!

2005-12-29

양현주
수정 삭제

유응교 교수님
시 읽고 그냥 나가시면 아니되옵니다
화답시를 올리고 나가는 것이 이곳 철칙입니다
그런게 어디 있냐구요? ㅎㅎ
크...제가 정했습니다.^^* 방그르...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새해엔 더욱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2005-12-29

槿岩 /유응교
수정 삭제

양현주님 철칙 땜시
이렇게 한 수놓고 갑니다
제가 유죄 판결 나면 책임 져유!
그리고 박일님도 전주라고요? 역시 전주여!

그것도 죄가 되나요? / 근암

법정에서
최후 진술을 하는디
충청도 아줌마
거동 좀 보소

지가 지몸 가지고
마음대루 하는디
언제부텀
지몸을 정부가 관리하게
됐냠유?

그러면
남의 남편을 훔친 죄는
죄가 아니요?

지가 뭘 훔쳐유?
잠시 빌려 주고
되돌아 받았는디유

담부턴 꼭꼭 신고 허구
허겄시유
인자는 가도 되겄지유?

2005-12-30

박일
수정 삭제

음하하하~~!
유응교 선상님.....
저 밖에서 기웃거리다가
올리신 글 보자마자 잽싸게 클릭한 것 모르지유?
ㅋㅋㅋㅋㅋ.
증말 유쾌해유...
인자는 가도 되겠지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유.

2005-12-30

양현주
수정 삭제

호호호~``
역쉬이 교수님 짱입니다

언제부텀
지몸을 국가가 관리하게
됐남유?

까르르...^^*
웃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저 충청도 아찜씨 참말로 못말려유~``
교수님 저도 충청도 사람입니다
전주분들이 주로 유머가 풍부하군요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추신:
글 올리고 보니
박일님도 있었네요ㅎㅎ
박일님 전주에서 문학행사 또 하거든
유응교 교수님도 꼭 모시고 행사 하십시오^^*

2005-12-30

박일
수정 삭제

있쟈니유
쬠은 딱딱할 것 같은 이런 코너두
일케 재밌고 유익하다는 걸
딴 주민들은 모르는게비유.....
갈케줄까유우~~
울끼리만 놀자구유?
그라지말고 방송하십시다.......ㅋㅋㅋ
그리하신다구유?
진짜루 인자는 가도 되겠지유?

음파파하~~~~

추신:현주 선배님 말씀따나 교수님 뵙고 싶네유,

2005-12-30

양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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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문학강좌 홍보는 박일님이 해줘유~
문학강좌 홍보 부장으로 임명 꽝~~꽝~~!! ㅎㅎ
박일님 내래 전주 사람 한명 확보해 줬는디...
모~`없남유?
그랑께.
수소문혀서 전주 사람들 모아봐유...^^
젊은 박일님이 그 일 안하믄 누가 하남유?
호호호~`
문학강좌에서 시를 올리고 시로 화답하는 일은
건전한 일이므로 종종 시로 말씀혀 주세유
두분 땜시로 참말로 즐겁구먼요.
혼자 늘 썰렁했는디
두분이 출현해서 메아리치니 내년엔 내도 외롭지 않것소.
이잔 내도 나가도 되것지라우?

방그르...^^*

2005-12-30

박일
수정 삭제

메아리를 확인하셨습니까?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방송프로를 보다가
느꼈던 공통점이 있었는데요....
한결같더라는 것입니다.
처음엔 하찮을 것 같은 일도 변함없이 가다보면
그게 탑이고 별이더란 것입니다.
흔적없이 이곳을 다녀갔었지요...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양선배님께
고마워 하던 차
이렇게 즐거워 하시니 흐뭇합니다.

온 마을에 메아리 울려퍼졌으면...!

2005-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