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너 마이트
이은봉
한때는 광화문 네거리, 이순신 장군 동상 위, 후다닥 튀어 올라, 투우 투투투우 기관단총이라도 갈겨대고 싶었다
기관총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이미 막 내린 월남전에라도 지원하고 싶었다
사내는 늘 그렇게 억울했다 그만 한 몫에 세상 다 바꾸고 싶었다
지금은 그 마음 다 어디로 갔나
자꾸 침침해지는 眼力을 위해, 사내는 롯데 백화점 지하 독일안경점에 들려 돋보기를 맞췄다
퇴계로 쪽에서 흠씬 황사바람이 몰려왔다
스물 네 살이었다 그때는 항상 불붙은 다이너마이트였다
친구들도 걸핏하면 톡톡 부러지는 약 오른 참나무 가지였다
아내는? 아내는 스물 하나 설익은 토마토였다 그녀는 악착같이 대동섬유에 위장취업을 했다
사내는 지금 종합청사 앞을 달리는 늘씬한 다이너마이트 속에 앉아 있다
운전기사에게 핸들을 맡기고 뒷좌석 깊이 몸을 묻은 채 짐짓 속도계에 눈을 주고 있다
국회의사당까지는 불과 십여 분의 거리였다
양복 깃 금배지를 내려다보는 사내의 입술이 비시시 옆으로 잘게 찢겼다
비웃지 마라 클클클, 지난 80년대는 모두들 순수로 흘러 넘쳤다 그 따위 들끓는 정의로 만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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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초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