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초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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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유미애(작성일 : 2011-07-30 06:48:58, 조회 : 1291) 
제목  
  손톱 / 유미애      


손톱
-꽃잠*


망초 붓꽃 패랭이
흘러간 사랑의 비린내를 핥아먹는 저녁
아~하고 상처를 연 순간 색의 덩어리가 쏟아진다

여러날을 나무의 그늘에 얹혀 지냈다
조롱이 흔들리는 나무 밑, 고양이와 나눠먹는 앵두 한 접시

나비야, 마실가자! 붉게 번진 입술을 문지르며 따라가던
애인과의 마지막 꽃구경

누군가는 이 열망이라는 짐슴과 할퀴며 뒹굴고 또 누구는
고양이의 눈에 비친 황금나무를 깎아 달빛 속으로 노 저어갔지만
나는 늑대의 시를 읊기 위해 사내라는 벼랑을 탔다
타들어가는 환부를 열어젖히고 새의 허공을 흘러 다녔다
일생, 조용한 꽃나무의 묘지기로 살자던 비밀을 엎지르고
고양이와 장미의 로맨스를 탐닉했다

초승달 신부가 부풀고, 신랑이 거친 알몸을 가렸던 옷을 찢었을 때
그믐에 죽은 꽃의 이름을 불렀다

떠난 자의 눈물이 푸른 손톱을 다시 물들일 때까지
새들이, 장미가 낳은 앵두의 눈을 다 파먹을 때까지
내 안의 주홍빛을 비워내지 못했다


*깊이 든 잠. 신랑 신부의 첫날밤의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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