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 김형술
거울 속에 까마귀가 산다.
예고 없는 울음소리로 텅 빈 거울 속을
캄캄하게 물들인다. 퉤퉤 침을 뱉는다.
훠이 훠이 손사래를 친다. 소용없다.
순식간에 거울을 깨고 나와 떼 지어 날아가는
날카로운 울음소리
울음으로 제 깃털을 가다듬는
까마귀의 몸은 아름답다.
둥글게 허공을 휘감으며
지상으로 천천히 내려앉는
검은 비단 한 폭
전선위, 나뭇가지 가득 비단꽃 피운다.
내 혼곤한 눈썹 끝에 저승꽃 핀다.
흑요석 부리 속에 선혈의 혀를 숨긴
저 우아한 날개
까마귀는 죽은 심장에 혀를 대지 않는다.
새벽의 푸른 혈관에만 부리를 꽂는다
무심한 눈빛 속에 담겨 있는 무한천공,
아득한 어둠
까마귀 울음소리를 내는
거울 하나를 알고 있다.
생에 마지막의 아침이 왔으니
서랍 속, 가방 속, 땀 젖은 손금 속에
숨겼던 날개들 거두라며
머리맡에 다가와 앉는
어두운 노래 하나를
1992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의자와 이야기하는 남자』, 『나비의 침대』
『물고기가 온다』
『월요시』,『시.바.다-금요일의 시인들』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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