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녀는 남들보다 특이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슬로우 비디오처럼,음악이 그녀의 입술로 가 닿는 순간,
믿을 수 없게도 짙은 허스키의 흐느낌이 뚝, 뚝 떨어지고
발리워져 가는 리듬에 흐느적 거리는 몸 짓은
무대에서 다시 무대 아래로 흘러가
그곳에 모인 이 들을, 모두 다 안듯이 옭아매 버린다
보랏빛 천으로 머리에서 어깨 밑 흘러 하늘거리듯,
조명 위 날아가는 노래 마디 마디에,
그들은 모두 다 조정 당하는 인형들처럼, 흐느적 거리며 풀어지기 시작했다
이미 앉은 자리에서 몸을 꼬는 사람들부터
눈을 감고 뭔가를 중얼거리는 사람도 있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연방 그녀의 모습 하나 하나를 할타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녀의 손에서 마이크가 내려가자
박수의 파도는 무대 위를 쓸어가는 듯 덮어버렸다.
한 입에 삼켜진 무대 위에서
그녀는 미소를 잃을 줄 몰랐고
달아오른 객석에 연방 손 키스를 날리어 주었다
그런데,, 그런데,
정말 믿기지 않은 일이 발생하였다
전혀 예상치 못 한 일이라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울렁거리고
흥분이 되살아난 듯 하여 감출 수 없을 지경이 되어버린다.
신사 숙녀 여러분!
제가 여러분께 한가지 물어볼 게 있어요
그게 뭔지 아나요?
와~하는 소리와 서로 어서 물어보라고 웅성웅성 대었다
그러자 그녀는 전혀 생각지도 않은 질문을 던져버렸다
오늘 제 입술이 아름답나요?
와~~하하하 뷰티풀 ~ 원더풀 소리가 이곳 저곳에서 막 들려왔다
여러분 제 입술에 키스하고 싶은가요?
예쓰,,,,, 예스,,하는소리와 함께 관중은 환호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는 한 가지 더 이야기를 했다
좋아요 여러분에게 제 사랑이 담긴 키스를 해드리겠습니다.
허나,여러분은 그전에 한 사람한테 고맙다고 하셔야 할 겁니다.
오늘 저한테 이렇게 아름다운 입술을 만들어 주신 분이 미스터 스티브 씨입니다.
총 매니져님? 미스터 스티브 씨를 잠시 모실 수 있나요?
무대 옆편에서 그 소리를 듣던 나는 소스라치게 놀랬다
"이게 무슨?" 이런 일이,,,지금 나를 말하고 있는 거 아냐?
허겁지겁 후다닥 나도 모르게 분장실로 도망간다는 것이
화장실 쪽으로 도망을 가버렸다
아니 저 여자가 갑자기 왜 저래?
누굴 잡을려고,,, 아구야,, 난 오늘 진짜 쫓겨나게 생겼다
첫날부터 말썽을 피웠으니,당장 쫓겨날 게 분명하였다
스타일 다른 메이크엎 때문에 잔뜩 가슴을 졸이고 있는데
이건 또 무슨 생각지도 않은 날벼락인가,
잠시 후 화장실 밖에서 날 찾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당장 안 나오면 모두 다 화장실로 와서 보겠단다,
내 참, 꼬여도 한참 꼬인 것 같았다.
"그래 가자 까짓것,어떠랴 나가더래도 당당하게 기죽지 말자"
이래서 나는 웨이터 두 명한테 공손히 모셔져서 무대 위에 올랐다
군대에서 유격할 때도 이처럼 안 떨었는데.
세상에 정말로 앞이 노랗고 다리가 다 후들거렸다
무대 위에 그저 환한 빛만 보이고 관중은 하나도 내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어떻게 가 섰는지도 모르게 그녀 옆으로 가서 관중한테 꾸벅 인사를 했다.
갑자기 박수가 터져 나오고 휘파람 소리도 들리고,,뭐라는 소리가 이곳저곳 들리고,,
여러분. 우리 재즈 클럽에 새로 오신
메이크엎 아티스트 미스터 스티브 씨를 소개하겠습니다.
와~ 하는 박수 소리에 정신을 못 차리고 몇 번을 자동으로 꾸벅꾸벅 인사한 것 같았다
제가 잘 몰랐는데 오늘 보니 열심히 무대 뒤에서 수고를 해 주시더군요.
실력도 굉장하신 것 같고 앞으로 제 입술은 특별히 이분 한테만 맡기도록 할까 합니다
그래야 여러분 한 테 이 아름다운 입술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그리고 이런 훌륭한 분을 발굴해 오신 우리 총매니져님에게 대단한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 총 매니져님께 박수 한번 부탁합니다.
총 매니져도 홀 뒤편에서 놀라 어정쩡한 미소로 박수에 답하고 있었다
어떻게 내려왔는지도 모르게 무대 뒤로 나왔다. 얼굴이 화끈 거리면서
이게 꿈인가 생신가 하면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몇몇 가수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갑자기
자기들도 저런 입술 만들어 달라고 난리들을 쳐댔다
어떤 스타일의 입술 이냐는 둥,칼라가 뭐였냐는 둥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하게 어수선해 지는데 그때
문이 열리면서 총 매니저가 들어왔다
다쨔고쨔 악수를 하자 하더니 1주일 시험 기간도 필요 없고
"오늘부터 당신은 여기서 일하는 겁니다.",라고 말씀하셨다
"방금 나도 손님들 앞에서 당신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싫어도 당신을 받을 수 밖에 없소" 라며,길게 웃으시는게 아닌가,
연달아 벌어지는 상상도 못 할 일에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이 자리에 서 있는것 조차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 혼자 벌어지는 입, 정말 오랜만에 웃어보는 웃음이었다
7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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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