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라는 거미줄에 매달려 섧은 세월을 대롱거리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눈에 안 보이는 끈적끈적한 줄이 있다는걸 알면서도
어쩌면 피하려 한 게 아니라 스스로 감아 두른지도 모른다.
지친 어둠이 조는 밤,
홀로 이빨로 끊어가던 고통의 시간들,
서둘러 벗어 던지려 뒤돌아 봤을 땐
토막 난 기억들이 빈 자리에 어질러 있었다.
지금 내가, 마음대로 달려가는 것이 자유가 아니었다
짓 씹어댔던 아픔을 다시 이어가는 몸부림일 것이다
미련하게도 사랑을 퍼 날랐고, 사랑이 끝나 되돌아 온 슬픔의 파도에
넋 잃고 바라보는 갯바위 되어 철썩,처,,얼썩 뒤집어 쓰고 있더라
차라리 내 가슴을 쳐 대는 너라도 있기에
눈물이 흐르는 것도 감출 수 있게, 계속 울 수가 있잖아
네가 있기에, 나를 흘러내리는 너를 느낄 수 있고
네가 다가오기에 그나마 너를 안을 수 있자나
둘 중 하나가 사라지기 전에는 우린 늘 마주 볼 수 있고
슬퍼도 너를, 젖은 가슴 말려가며 안을 수 있잖아,,,,,,
플로리다 숲을 꿰뚫고,
마이애미 푸른 바다에 산발한 머리를 담가 흔들었으며
뉴저지 조그마한 친구 가게에서 며칠 간 수십 병의 소주로 우정을 나누었고
뉴욕의 한 재즈바에선 새벽 늦게까지
내 가슴을 흩고 간 슬픔을 밤새도록 두들겨 댔고
눈 내리는 시카고 떠나가는 길, 한 도로 위에서 나는 자석에 이끌리듯 다시 되돌아가
알래스카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눈의 나라로 날아갔었다
50여 일 가까운 대륙 횡단을 마치고 나는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더는 이곳에 지탱하고 있을 기운이 없었다. 또한
사랑에 무너져 버리면, 그 허탈함이 모든 자신감을 앗아가 버리나 보다
그러한 성에 낀 마음으로는 이곳에서 더 이상
살아갈 열기가 피어나질 않았기에 L.A 외각 타운 조그마한 비석 앞에서의
통곡을 끝으로 나의 첫 외국 생활은 막을 내렸다.
가슴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를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으랴
담겨 있는 그 상태에서
끌어안고 살아가면 되는 것을,
버린다고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듯
아프면 아픈 채로 침묵이 늘어가는 걸 인정해갈뿐
공항 도착 후,집으로 달려가는 내내 난 불안한 마음을 감출 길 없었다
분명히 엄마는 내 모습을 보시면 눈물부터 흘리실 것이다.
싸들고 온 건 낡은 옷 몇 개였고, 몸은 그전 보다
바지가 헐렁할 정도로 말라 있었으니까,
얼굴은 또 어떠할까,, 엄마가 걱정하실 것에 나는 마음을 잔뜩 졸이고 있었다.
몇 년만의 귀국길에 기껏 부모님을 위해 내가 사들고 간 건
털 모자와 손 장갑, 그리고 술 한 병이 전부였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불효스러웠던 행동에 코 끝이 시려옴을 느낀다.
남들한텐 모두 다 줄줄 알았지만, 정작 아버지와 엄마한테는
아무것도 주지 못한 놈 이었고, 외려 평생 걱정과 눈물만 흘리시게 했으니까
30분을 넘게 절 붙잡고 우시는 어머님을 진정시켜 드리고
몇 년 만에 돌아온 내 방에서 나는 긴 잠을 자기 시작했다
아주 편안하게 오랜만에 느끼는 포근함을 안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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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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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