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씨트 위에
추락한 천사가 누워 있다
하늘에 계신 분 품에서 멀어져
지구라는 별에 떨어져 닿을 때 까지
얼마나 많이 휘저었기에
얼마나 많이 몸부림 쳤기에
비틀어진 육신으로 남아
말라버린 허망함을 뉘여 논 건지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 함에
허공에 외치는 빈 공허만이 울리고
한 점 가 닿은 그 곳에 머물며
서 있는 나무 끝 이슬 떨구게 한다
아직도 못 잊은 하늘은
두 손 담아 온 만큼 눈 안에 넣어두고
푸른 눈동자에 헛 걸린 애처로움은
내 눈에 담기다 먼 곳으로 날아간다.
안젤라.
그 아이를 처음 보았을 때,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입 안에서는 세상에 이럴수가, 어찌 이런일이, 라는 소리가 맴 돌고
가슴속엔 커다란 풍선이 하나 부풀어 오는 듯
본능적인 안타까움에 어찌할 줄을 모르고 바라보았다
하얀 씨트 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근육과 관절이 뒤틀려져 있고, 얼굴의 턱과 입이
부분적인 신경의 움직임에 제 멋대로 반응하고 있었다.
잘 걷지도 못 하고, 말도 간신히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어눌해져 있고
나와 샌드라를 바라보는 눈 또한 의지와는 반대인 곳에 향해져 있었다.
이 어린것이 무슨 죄가 있다고,,,
뇌성마비, 그것뿐만 아니라 선천성 심장판막 증세까지 있어서.
오래 움직이지도 못하고 거의 매일 침대 위에서 생활해야 하는,,,
그 아이를 쓰다듬는 샌드라의 뒤에서
나는 오래도록 서 있던 기억이 난다.
그냥 굳어버린 것 처럼 어찌 해야 할지를 몰랐고
가슴에 휘몰아 친 강렬한 충격에 휩싸여 넋이 나간 듯 바라보고만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내 마음 어디로 사라지는 줄 모르는 채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데,,,
스티브! 스티브? 이리 좀 오세요
여긴 제가 가장 사랑하는 나의 딸 안젤라예요
안젤라,
엄마가 전 부터 예기 많이 했었지?
스티브 아저씨야 어서 인사해야지
나는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최대한 밝은 표정으로 아이에게 다가갔다
안젤라 안녕. 아구 참 예쁘구나
눈도 파랗고, 머리도 금빛으로 꼭 실크처럼 부드럽네.
너 참 예쁜 아이구나,,
나는 다가가서 한 점 망설임 없이 그 아이의 손을 잡았던 기억이 난다
손 끝으로 놀랜 듯 한 움찔 거림이 전해져 왔지만,
나는 아랑곳 않고 그 아이의 손을 잡아갔다.
그리고 아주 오래 전 부터 알았던 것 처럼 그 아이의 손이며 다리를 주물러 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다리가 이완 돼 가는 걸 다시 펴주기 위해
나도 모르게 이곳 저곳을 주물러 주기 시작했다.
안젤라,
아저씨는 하늘 나라에서 왔단다
하늘에는 아주 좋은 분 들이 많이 사시는데,
그곳 왕께서 아저씨한테 안젤라를 만나서 친구 하라고 하셨단다
그래서 둘이 친해질 수 있다고,
그리고 안젤라가 원하는 것 모두 다 해주게 도와주란다
그래서 앞으로 안젤라는 뭐든지 아저씨한테 말 만 하면 되는 거야,어때? 참 좋지?
웃음인지 우는 것 인지 잘 모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면서 간신히 들을 수 있는 건 네, 라는 한마디 였다
그리고 오늘 부터는 아저씨가 안젤라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건 모두 다 해줄게.
알았지? 그러니까 안젤라는 매일매일 이 아저씨한테
말 할걸 생각해 놓으면 돼. 그럼 아저씨가 원하는 것 많이 해줄게 알았지?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은데 다른 표정으로 나타내는 것 같았다.
그러던 잠시 후 갑자기 안젤라가 뭔가를 힘겹게 말하려는 것 같았다
천천히 아주 힘겹게 정확치 않은 소리로 뭔가를 말하는데.
나는 도저히 못 알아 들어 샌드라를 쳐다보니,
샌드라가 안젤라한테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안젤라
의사가 밖에는 위험하다고 나가지 말랬어.
안젤라가 몸 많이 나아지면 그때 밖에 구경시켜 줄게
안젤라가 가고 싶어하는 디즈니랜드도 데려가고
시내 구경도 시켜주고 그럴게 알았지?
옆에서 듣고 있던 나는 가슴이 메어지는 것 같았다
태어나서 한 번도 바깥 세상을 구경 못 해 본 것 같았기에..
그저 텔레비전 속에나 나오는 모습들에
여태까지 가 보고 싶은 곳을 동경하며 살아왔던 것 이다
뇌성 마비와, 심장판막 증세 때문에 그 어린 나이에 수술도 여러번 했고,
그로 인해 누구도 장담 할 수 없는 지경이기에
의사 조차 거의 포기 상태에 이르렀고,
또한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는 건 꿈도 꾸지 못하게 되었다.
내가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나도 모르게 감정이 격해져서 그랬던 건진 모르지만
작별 인사를 하고 나오는 길에 나는 안젤라의 귀에 대고
아저씨가 꼭 밖으로 데리고 가서 안젤라 구경시켜 줄게.
햄버거도 사주고,디즈니랜드도 구경 시켜줄게. 기다려 알았지?
이 말을 하는 순간 안젤라의 표정이 순식간에 환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내일 또 올게. 안젤라.
내일은 그림 책 사다가 안젤라랑 같이 보자 알았지 !
4부시작, 2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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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