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는 참 희안한 매력이 있다
처음엔 저런 걸 왜 듣나 했다.
음악 같지도 않고 그냥 치고 싶은 데로 쳐버리고,
튕기고 싶은 대로 튕겨대고,막 뒤죽박죽 섞이어서
틀도 형식도 없는 목소리로 뱉어져 버리고
때론 귀가 아프고, 시끄럽고 참 희한한 인간들이네, 할 정도로
재즈를 연주하고 듣는 사람들을 이해 못 했었다.
어두 컴컴한 짙푸른 조명 아래에선
흑인들이 연주하고 흑인들이 뭔가를 소리지른다
그러나 내 눈엔 얼굴인지 어둠인지 잘 안 보이는데
그래도 그게 얼굴이구나 하고 느끼는 건
그들의 입 벌릴 때 이빨의 허연빛과,
갑자기 감정이 격해서 감은 눈 떳슬때의 흰자위였다.
그런데 참으로 희한한 게, 음악을 잘 모르는 나까지도
재즈에 푹 빠져버리게 만든 사람이 바로 샌드라이다.
그녀의 엉뚱한 성원에 크나 큰 빚을 진 놈이 되어서
마음의 고마움이 없잖아 있던 차에
그녀는 어느 한 장르의 여신처럼 아주 완전히 나 자신을 휘감아 버렸다
도저히 그 매력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게,
그러면서 서서히 더 깊은 늪으로 끌어들이며,
빨려 들어가는 나 자신도 모르게,,
음악이 끝난 후 잔여 리듬을 흥얼거리게 할 정도로
그녀는 나에게 재즈의 쟈켓을 씌우듯 입혀 놓은 것이다.
홀린 듯 바라보던 날이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흘러도
모르게만 느껴졌던 ,,시끄럽게만 느껴졌던 부분들까지도,나름대로 받아들이고,
이해는 못 해도 거부감이 없을 정도로 친숙하게 묻혀 놓은 여인이었다.
그녀의 짓궂은 장난에 놀라고,
예상 못 한 행동들에 멍해졌던 기억이 숱하게 많다
말도 안 되는 질문에, 당황이 되는 눈빛 들
유혹이 출렁출렁 거리며 안겨져 올 때도 있었고
울면서 거리를 뛰쳐나갈 땐, 나도모르게 그녀의 뒤를 쫓고
그녀의 안위를 걱정하게 되었다.
고백은, 예감처럼 이미 젖어들었고,
모래성처럼 쌓아두었던 결심들은 언제 있었었나, 할 정도로 스러져갔다
연민인 것인지, 사랑인 것인지, 아님 정신적인 것인지..
그저 고마움에,, 그동안 정 들었음에,,그녀를 만났고 ,,
그 안타까움으로 인해,그녀의 모든 고통과 아픔을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정확히는 모르는 복잡하고 막연한 감정이라 여겨지지만.
한가지 확실했던 건 받쳐주지 않으면 쓰러져 버릴 것 같은 느낌에
나 스스로 그녀의 의자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한 생명이, 한 어린 아이가 죽어가고 있었다
온몸이 뒤틀려져 있는채로,태어나서 한 번도 집에도 못 가 본 어린 영혼이
서늘한 구석의 한 침대 위에서 하늘로 돌아갈 날만 꼽고 있었다
인연이라는 놈은 늘 이런 식이야.
아무리 이를 악물고 있어도,
도저히 어쩌지 못할 상황에서,
하나의 인연을 던져 놓거든,,,, 내가 어떻게 할지 뻔히 잘 알 테니 얼마나 쉬울까,
상황을 만들고 그저 부딪치게 하면 다 이뤄지니
보는 순간 나는 그 아이에게 온 마음을 다 빼앗겨 버렸다
눈 뜨고 날 바라보던 그 큰 푸른 눈동자 속으로
보자마자 나는 가슴 속 정을 길어, 퍼 나르기 시작했으니까,
하나의 만남이, 기구한 운명 속에 꺾여진 가지처럼 걸려 있더라
떨어지지도 못하고, 다시 붙지도 못하는 반쯤 꺾여진 어린 가지에
가슴 속 뭔가로 둘둘 감아대고, 다시 붙여보려 애가 타고,
쳐다봐주지 않는 빌어먹을 하늘에 소리치고 또 소리쳐 기도했었다.
후벼 파대는 어린 영혼의 바램이자 소원은 철저히 묵살되 가면서
그저 곱게 죽어가라는 듯, 침대 시트만 열심히 갈아주던 흰 사람들.
입을 열어 말할 기운이 남은 걸 이상히 여겨
노란 물 하얀 물로 혈관에 꽂은 후, 그저 죽은 듯 잠만 재워 대던 흰 사람들.
하루에 두 세 번씩 간신히 정신이 돌아온 안젤라는
나에게 매달리듯 눈물 짖는다.
자신을 밖으로 데려가 달라고,,,,,
제발 한 번만 밖으로 데려가 달라고,,,,,,
살 얼음을 걷는 나날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보다 좋은 길을 찿는 건 불가능처럼 생각 되었다
그냥 이대로 보내야 할 것 같았다.
흰 사람들 말처럼 마음의 준비만 해야 하는 줄 알았다
얼마 안 남은 시간
떠날 시간이 얼마 안 남은 어느 날 저녁에
안젤라는 힘겹게 눈을 뜨며 나에게 속삭였다
그날, 엄마의 집에서 보았던 쿠키가 먹고 싶다고,,,,
늦게까지 생각해서 얻은 결론을 아침에 의사들이 출근하면서부터
거의 반 영업 방해 비슷할 정도로 졸라대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샌드라의 침대 위에서
셋이 나란히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
얼마 안 남은 시간을 위해, 안젤라의 마지막 시간을 위해서,,,,,
제발 다시 눈 뜰 수 있을 때 ,우리 셋 다 웃을 수만 있다면
21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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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