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케년,
가슴이 쩍 갈라지면 이런 모습일까
물기라곤 하나 없는 대지에 말라 날리우는
흙 바람만이 갈라진 가슴 위를 떠다닌다
이루 헤아릴수 없는 많은 나날을 하늘로 향해 내보인 채
감출 수 없는 슬픔을 갈라진 천길 계곡으로 드러내었다
저 대지는 무슨 생각으로 수억년을 살아 온 것일까
깊게 페인 주름이 뼛 속을 다 갈라가는 줄도 모른 체
하늘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으로 살아 온 것일까
그 흔한 비 한 방을 안 내려 주는, 지나가는 먹구름조차 외면하는 땅에서
아직도 그곳을 바라보며 무슨 염원을 담고 있는 것일까
나는 또 무엇인가
말라 비틀어진 땅 위에서
가루처럼 부서진 가슴 끌어 안고서
무엇을 저곳으로 흩날리려고,
무엇을 가슴속에서 풀어 헤쳐 놀려고,
이 먼 길을 터덜터덜 걸어왔단 말인가
네 가슴이 나인 양 기대기에는
쩍 벌어진 슬픔이 서럽기만 하더라
구름 사이로 내리 꽂는 빛의 광선이
계곡 밑 꿈꾸는 돌 등 위로 산산이 부서져 내리더라
하늘을 향해 누운 나의 가슴 속으로도
뜨겁게 내리 꽂히고 있더라,
캐년의 절벽 위
겨우 다섯 손가락으로
엉킨 구름의 머릿카락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햇살의 뜨거움에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면서
그 구름 뒤편에 숨어서 간간이 날 바라보는
안젤라와 샌드라의 얼굴들을 보고 있었다.
보는 사람의 가슴속을 구름은 알고 있나 보다
무엇을 그토록 그리워 하는지도
구름은 거울처럼 그것들을 계속해서 그려내 주고 있었다, 아름답고 슬픈 추억의 장면들을,,,
누군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뒤돌아 보는 내 앞에 웬 손수건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젊은이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어서 이걸로 눈물을 닦고 그만 울도록 해요.
옆에서 한참을 바라보자니 우리까지 마음이 아프구려.
무슨 일인지는 모르나, 기운을 내도록 해요
절대로 다른 생각은 먹지 말고요.
죽음이나 자살만이 모든게 다가 아니랍니다.
어서 눈물 닦아요,,,어서,,
내 얼굴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나 보다
넋 잃고 쳐다보는 곳이 절벽 아래 ,그리고 하늘이었으니,
지나가시던 늙은 노부부의 눈에는 내가 자살이래도 하려는,
아주 깊은 슬픔을 가지고 케년 아래로 뛰어내릴 것 같은
위급한 상황처럼 보였나 보다.
안젤라가 가는 날 부터 지금까지 나는 거울 한번 본 일이 없다
내가 지금 무얼 입었고, 내 수염이 얼마나 자라 있는지 알지도 못했다
빗질도 않한 머리가 뭉개진 베게 솜 처럼 일그러져 있었을 것이고
먼 길 끌고 온 자동차처럼 내 모습에도 뿌연 슬픔같은 먼지가 쌓여 있었을 것이다
말씀 고맙습니다
하지만 그 깨끗한 손수건은 받을 수가 없네요
두분 마음 정말 감사히 받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몇 번을 인사하고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나려 급하게 걸음을 옮겼다.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길에 웬 기념품 가게 앞을 지나려는데
전통 카우보이 모자들이 걸려 있는게 보였다
나는 그중 두 개를 집어 오던 길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조금 더 떨어진 곳에서 다정히 걸어가시는 두 노부부에게
그것을 안겨주듯이 드리고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나갔다. 뒤에서 무어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가쁜 숨을 쉬면서 탄 차 안에서
나는 백 미러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황색 이리 한 마리
덜 마른 눈빛으로 산발한 머리를 쓸어넘기고 있었다
6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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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