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활이 두 달여를 이어져갔다
그동안 정을 쏟은 보람이 있었던지 샌드라는 아주 활기찬 생활을 하고 있었고
건강 또한 아주 좋아져서
그 웃음 속에서 빛이 나올 것처럼 날마다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처음엔 못 먹겠다던 한국 음식들,
지금은 일부러 찾아 먹을 정도로 좋아하고
시간 날 때면 한국식당 가고 싶다고 졸라 댈 정도로 입맛이 들어버렸다
처음에는 날 보고 괴물이라고 하였다
사람 같지도 않다고 하였다.
모든 한국 사람들이 다 나 같다면 절대 근처에도 안 오겠다 하더니,
같이 식사할 때,
그녀가 미국식으로 접시 위에서 뭔가를 썰어서 입에 넣으면
나는 90도는 될 것 같은 뜨거운 라면을,
김치에 싸서 후~륵 후륵 먹어댔고
그렇게 먹으면 입안이 딘 다고 말리는 나를
,나는 한 술 더 떠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을
그릇째 들어 국물을 마셔버리고,
그리고 손가락만 한 풋고추를
빨간 고추장에 푹푹 찍어 으적으적 씹어대고
그것도 모자라 통 마늘을 씨~익 웃어가면서 씹어대니깐 ,
,하긴 샌드라의 눈엔, 내가 정상이 아니었을 것이다
악마랑 식사하는 것 같다던 그녀
나의 입 안 구조가 쇠로 만들어진 것 같다던 그녀
캐첩이라고 속여서 고추장을 오이에 묻혀주니깐,
그걸 먹고서 총알보다도 빠르게 화장실로 달려가던 그녀,
후환이 두려워 숨은 내게,
이젠 절대로 한국 음식은 냄새도 안 맡겠다던 그녀
허나, 그것도 잠시
무슨 일이 있어도 한국 음식은 입에도 안 대겠다던 그녀가
지금은 나보다도 더,뜨거운 걸 잘 먹고
나보다도 더, 매운 걸 잘 먹는다
아예 무슨 오기래도 난 건지
고추며 마늘을 나보다 더 살벌한 얼굴로 씹어먹는다
그것도 고추장에 보란 듯이 푹푹 찍어가면서,
그리곤 꼭 한마디씩 한다
왜 이리 맛 잇는걸 늦게 갈켜줬느냐고,,,
한번은 한국 식당에 가서 싱싱한 산 낙지 한 접시와 탕 하나 시키고 화장실에 잠시 다녀왔다.
잠시후,,어? 어디 간거지? 샌드라가 안 보였다
5분 정도를 기다리는 데도 안 와서 화장실을 가봐도 없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 파킹장에 가보니 그 안에서
후후,, 그렇게 오들오들 떠는 건 처음 봤다
웨이터리스가 그걸 탁자 위에 올려놓을 때 기겁을 하고 도망쳤단다
도저히 못 앉아 있겠단다 ,도저히 그걸 쳐다보지 못 하겠단다
너무 무서워서 하하,,,
간신히 달래서 같이 들어갔다
잘 안 앉으려는 그녀를 간신히 옆에 앉히고
이미 접시의 테두리를 넘어선 몇몇 낙지 발 들을,
젓가락으로 떼어내 옮겨놓으니
그 안에 있던 토막들끼리 서로 엉키어 꿈틀거린다
그걸 본 그녀 더더욱 안 먹겠다고,저리 치워달라고 애걸 복걸이다 하하
한 십여 분은 설득 했나 보다
다음 주에 매직 마운틴 놀이공원 데려다 주기로 약속하곤, 간신히 한 입 먹게 하였다
눈에 보이는 튼튼한 놈(?) 하나 골라서 초장에 푹 찍은 다음 안 벌어지는 입안에 간신히 밀어 넣었다
그리곤 나는 짓굳은 말 한마디를 곁들였다
샌드라 빨리빨리 씹어야 해
지금 안 씹으면 낙지가 목을 타고 들어간 단 말이야
어서,어서 씹어.
그러자 그녀는 놀래기래도 한 듯,눈이 동그레지더니 갑자기 수동에서 자동으로 바뀌어 와다다다,참 열심히도 씹어댔다 하하하.,,,,
그날은 내가 웃었다. 정말 많이 웃었다
골려 준 것에 재미도 있고, 그 표정들이 너무 웃기고,
그러나 며칠 못 가서 나는 후회를 하고야 말았다
아니? 맨날 먹자는 게 낙지다.
다른 건 싫단다.씹을수록 맛이 고소하다나 어쨋대나,
그녀 덕택에 낙지로 만들 수 있는 음식들은 모두 먹게 되었다
접시 위에 다 먹고 딱 하나의 다리 하나가 꿈틀대면 서로 눈치를 본다, 먹고 싶어서
그리곤 동시에 젓가락이 부딪친다
낙지가 꿈틀대는 일쎈치 위에서 ,,,,,,,,불꽃이 튀긴다,,,12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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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