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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09-08-17 10:15:22, 조회 :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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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 편지 / 최정례      




사막 편지 / 최정례


그러니까 나는 모래 남자와 살다 모래 아이들을 낳고 걸
어다니는 사막이 되는 거지요 모래를 퍼먹고 있어요

이 집 벽시계는 코끼리 그림자를 그려요 코끼리가 쉬지
않고 타는 모래 언덕을 오르지요. 그래도 수년째 코끼리
는 그 자리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해요. 시계가 멈추
는 날 코끼리는 벽 속에 화석으로 잠들 테지요.

낙타의 속 눈섭을 길게 한, 강물을 안고 날아간, 그런 바
람이 있다고 들었어요. 수증기가 되어 바람의 품 속으로
뛰어들면 강물도 끌어올려 다시 먼 강에 떨어뜨려준다는

날마다 발이 푹푹 빠져요. 모래 아이들이 극성이고 모래
를 씹는 일이 쉽지 않아요. 언제쯤 이곳을 건너게 될까
요.


1955년 경기도 화성 출생
고려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90년「현대시학」에 시「번개」등으로 등단
김달진 문학상, 이수문학상, 현대문학상 수상
시집으로『내 귓속의 장대나무숲』, 『햇빛 속에 호랑이』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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