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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0-05-18 11:11:48, 조회 :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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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을 집다 / 위선환      


돌을 집다 / 위선환


돌 하나를 집어서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돌은 적막하다.

돌 하나 밑에는 돌 하나만한 돌의 그림자 하나가 생겼다. 그림자는 말랐고
비친다. 세로판지 같다.

돌의 그림자 하나가 돌 하나에 눌리어서 돌 하나의 체적만큼 오목해지면서
바스락거리고 오그라든다.

마저 오그라든 돌의 그림자 하나가 돌 하나를 아주 감쌌다. 다시 돌은 적막하다.

돌의 그림자 하나에 감싸인 돌 하나가 있고, 돌 하나를 감싼 돌의 그림자 하나가
있고, 돌과 그림자는 적막하고

돌 하나를 감싼 돌의 그림자 하나를 감싼 적막 하나가 있다. 그림자와 적막은 세로
판지 같다.

돌과 그림자와 적막은 겹겹이고 적막은 몇 겹을 겹쳐도 투명하다.




1941년 전남 장흥 출생
1960년 용아문학상 수상
2001년에 월간「현대시」를 통하여 작품활동을 재개
시집 <나무들이 강을 건너갔다>, <눈덮인 하늘에서 넘어지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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