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돌 / 이면우
너무 느리거나 빠른 고백은 돌이 되어 강물에 가라앉습니다 여울목 자갈들이 가만가만 울고 그걸 가슴에 담는 밤 여럿 지나왔습니다 때론, 말 거는 날도 있어 도란도란 알아듣는 귀도 생겨났습니다…… 지금 당신은 끝내 말이 되지 못한 돌 몇 개나 가슴에 품고 가는 중입니까 주머니 속 호두알이 손바닥처럼 따스해지듯, 돌 하나에 이름 하나씩 오래오래 불러보셨습니까 너무 느리거나 빠른 고백은 돌이 되어 가슴에 가라앉습니다 여울목 자갈들이 제 몸에 산, 강, 달 같은 무늬 새겨 넣듯, 말이 되지 못한 돌의 슬픔은 끝없이 제 몸을 어루만져줍니다.
그렇게, 당신의 돌들은 지금 충분히 둥글어졌습니까.
1951년 대전에서 출생.
시집으로 1991년 첫 시집 『저 석양』을 간행하며 등단.
그밖의 시집으로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그 저녁은 두 번 오지 않는다』
2002년 시 〈거미〉로 제2회 노작문학상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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