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의 돌 / 장이지
미명이 품은 방 한가운데
빙하기부터의 오래된 돌이 하나 있다.
누가 가져다 놓았을까.
우주처럼 무겁고 둥그스름하다.
비가 깎고 바람이 다듬었을
얼굴이 견고한 잠으로 견디고 있다.
이것은 내 응어리진 한(恨)의 조각일까.
그래서 내 가슴을 열고 나왔을까.
돌의 중심에서 음악이 파문을 일으킨다.
악보도 없고 악상도 없이 웅얼거린다.
하늘의 구름이 만 년을 걸려
인동초(忍冬草) 뿌리에 가 걸리는 음악으로,
꽝꽝한 칠흑의 우주를
별의 광선(光線)이 죽음으로
죽음으로 뚫고 가는 음악으로.
돌을 슬쩍 들어다가 다시 옆에 놓는다.
동지(冬至)의 달이 한숨을 놓는
어려운 계절의 일이다.
간밤 나스카피 인디언의 외로운 사내가
이 열쇠의 돌, 관문의 주춧돌을
가져다 놓았을까.
그래서 오늘 내 친구,
빙하기부터의 고독으로 단련된
‘위대한 사람’이
저 동지의 달을 슬쩍 밀며
내 방으로, 내 방으로 오는 소리.
적막이 귀를 찢을 듯한
정하디 정한 밤.
1976년 전남 고흥에서 출생
성균관대학교 국문과 및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
2000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등단
시집『안국동 울음 상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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