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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0-08-24 09:29:28, 조회 :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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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열어주는 사람 / 유홍준      


문 열어주는 사람 / 유홍준


  양양 남대천에 연어 보러 갔다가, 자동차 열쇠를 차안에 두고 문
잠그고 내렸다가, 알게 되었다 세상에 하루 종일 한 달 내내 문 열
어주러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거 그 그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나
는 몇 편의 시로 갇힌 영혼의 문을 열어주었나? 물길 따라 멀리 흰
구름 흘러가는 남대천,  자동차 보험회사의 문 열어주러 다니는 사
람을 기다리며 난 반성을 했다  여러 번, 후회를 했다 지금 나는 누
군가가 와서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  저기 7번국도 위로 연어 떼 같은  자동차들이 줄 지어 줄 지
어 귀가하는 것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저기, 바다와 만나는 남대천 끄트머리가
  똥구멍처럼 빼꼼히
  열쇠구멍처럼 빼꼼히 열려 있었다



1962년 경남 산청 출생
1998년 ≪시와 반시≫로 등단
2005년 제1회 젊은 시인상 수상
2009년 제1회 시작 문학상 수상
시집  『상가에 모인 구두들 』『 나는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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