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쨌거나 이런 주변 풍경 말고라도 선속 느린 일반 여객선을 타면 여행객들까지 느긋해 지기 마련이고, 섬사람들 또한 급할 게 뭐 있을까. 몇 안 되는 남정네며 아낙네들은 오후 12시 20분에 출항한 신해3호 앞뒤에 마련된 객실 장의자 한 개씩을 차지하고 눕기부터 한다. 우이도에 터를 두고 사는 이들이라야 모두 해서 200명 안팎. 그 인원을 보고 쾌속선을 낼 선사는 없을 터. 그나마 하루 1번 들고나는 이 신해3호를 섬사람들은 여간 고마워하는 게 아니다. 한동안은 흑산도행 쾌속선을 타고 가다 생색내 듯 잠깐 들르는 도초도에서 내려 이튿날 도초에서 출항하는 '새마을호 '급 여객선을 갈아타야 들어갈 수 있었던 섬이 바로 이 우이도였고, 그 무렵 우이도란 섬 이름 앞에는 '반드시' 낙도란 말이 덧붙고는 했단다 이제는 신해3호가 오후 12시가 넘어서 목포항을 출항, 우이도를 한바퀴 돌면서 선객들을 내려놓고는 도초도로 갔다가 이튿날 아침에 도초에서 다시 우이도로 건너와 선객들을 태우고 목포로 나가는 식으로 운행된다니 섬사람들은 그 만으로도 격세지감이라 했다. 장시간 뱃길을 감당할 수 없거나 바쁜 일이 있는 이들은 하룻밤을 우이도에서 보내고, 이튿날 오후 세시에 신해3호를 타고 도초도로 건너가 그곳에서 오후 5시 20분 쯤 흑산도에서 나오다 들르는 쾌속선으로 바꿔 타고 목포로 나오기도 한다던가.  |
옆자리에 편하게 누워있던 우이도 1구 남정네가 따분한 지 말을 걸어왔다. 그이가 말해준 본디 섬 이름은 '우개도' 와 '소구섬'."섬에 당도하면 저절로 알아지것소만, 쩌 끝과 이짝 끝에 멧부리가 바다를 향해 맺혀 있는디, 그게 소 귀
모양으로 보인갑소. 그래 얻은 이름이라든가. 서울말로 하자면 소귀섬이니 우이(牛耳)는 그걸 한자로 맹근거겄제."
이런 우이도는 본도 말고도 곁에 동소우이도(東小牛耳島)며, 서소우이도(西小牛耳島) 등 스물 일곱 개의 크고 작은 유무인도를 두고 있어 '우이군도'라 불리기도 한다는데, 본래는 지도군 흑산면 나주목에 들었다. 지난 1896년에는 지도군 흑산면에 편입되었고 다시 1914년 무안군 흑산면에 편입되기도 했으나, 1969년에 지도 위에서 신안군으로 옮겨 앉았다는 게 <신안군지>에 들어있는 설명이다.
"사진작간께 최부란 이가 1488년에 남긴 '표해록(漂海錄)'은 알 것이고, 곁 제목이 '유구 여송 표류기'라는 것도 알고 있소? 어쨌거나 그게 우리 섬 문채옥 씨 댁에서 나왔다는 얘긴데, 내 생각엔 그게 우이도며 섬사람들의 살이가 글로 표현된 최초가 아닐까 싶소."  한씨가 고운 선생 이야기에 이어 들려준 '표해록 줄거리'란 이랬다.
우이도 사람들이 작은 배를 타고 대흑산도 남쪽 몇 백 리 밖 섬 태사도에 홍어를 사러 갔다가 거센 바람을 만났고, 그 바람이 기어코 키를 망가뜨려 놓았으니 돛대를 세울 수 없어 제주도를 동남쪽으로 표류하기 시작해서 열 하루만에 일본 오키나와에 이르기까지 과정. 그리고 그 낯선 곳에서 몇 달 며칠을 보내다가 이 땅으로 건너오려고 바다로 나간지 열흘만에 다시 거센 서풍을 만나 또 한번의 표류를 하게 된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결국 필리핀. 그곳에서 노끈을 만들거나 나무를 해서 내다 팔면서 몇 달을 살던 중 중국 광동의 장사배가 그곳에 들어왔다. 옛 우이도 사람들은 그 배를 얻어 타고 중국을 거쳐 우이도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얘기였다."옛날 우이도 어부들이 그만큼 뚝심이 있었다는 말 아니겄소." 그 이의 말대로 뚝심이 없었다면 막힘 없는 바다 위를 거쳐온 바람이 뒤덮이는 모래로 가득하여 농사를 짓기에는 그리 알맞지 않았던 땅을 일구어 밭을 만들 여력이 없었을 게고, 주변 바다가 넓고 그 언저리에 크고 작은 섬 스물 일곱 개를 거느리면서 우이군도라는 그럴 듯한 말을 듣되, 파도가 막힘 없는 바다를 시도 때도 없이 넘나들며 위협을 하니 웬만한 바다사업은 꿈도 꿀 수 없었을 터였다.
헌데, 예나 지금이나 어민 등 우이도 사람들은 그 모진 자연환경을 오직 뚝심으로 이겨내면서 우이도를 살만한 섬으로 개척해 오고 있다. 모래를 거두어내고 울력으로 대숲을 조성, 모래바람을 막아내기도 하고, 뭍 사람들 배나 들여 '땅심'을 돋워 받지만, 어느 섬이나 '땅뙈기'란 게 워낙 변변치 않고 보니 헛심만 들었다던가. 대신 너나 없이 흑염소를 방목하는데 사람만큼이나 섬 살이를 잘 버티어 주더란다. 이런 척박한 땅 대신 기대어 살만한 곳은 역시 바다였겠다.
이틀을 묵기로한 민박집 '한승미네' 부부 역시 몇 년 전부터 우이도 최초로 전복양식에 몰두하고 있었다. 물론, 말끔히 새 단장을 한 '한승미네민박'을 찾아든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전복구이'란 별난 음식을 선보일 예정이기도 하고, 낚싯배 대여도 생각 중이라 했지만, 그 본업은 변함없는 어민인 것이다.
이런 '신식 양식어업' 말고도 이 섬 어민들은 자연스럽게 기대어 사는 방법도 일찌감치 깨우치고 있었다. 모래 산 내려오는 길에 만난 한흥화 씨의 숭어그물 역시 그러한데, 작업 모습이나 작업이 끝난 뒤에 본 그물 생김새는 엉성하기만 했으되, 이튿날 새벽 그이를 따라가 보니, 댓 마리의 숭어와 중간 크기의 농어 한 마리가 걸려있어 '허 그것 참'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먼 섬에 살다 보니 바다에 기대어 사는 방식이 절로 깨우쳐진 결과겠다. 
해수욕장 끄트머리에 올곧게 솟은 '모래산' 역시 이들이 순응하고 겪어온 우이도의 대표적인 자연 환경이자 더 없는 관광 밑천. 돈목 포구에 내려 마을 고개 마루에서 맞은편 바다 쪽에 눈길을 두면 산자락 한 가운데께 민둥산처럼 보이는 곳이 바로 '모래산'이다. 모래 언덕 정도니 곧, 사구(砂丘)라 해야할 터인데, 섬사람들은 산이라 부르며 애틋한 전설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옛날. 돈목 총각과 모래 산너머 마을의 처녀가 서로 좋아해서 밤이면 이 모래산 정상에서 만나곤 했단다. 그런 어느 날 처녀를 만나러 백사장을 가로질러 오던 총각이 파도에 밀려 바다에 쓸려가 버리자 총각을 그리워하는 처녀가 매일 그곳에서 총각을 위해 기도를 올렸다. 뒷날 이 모래 산을 지키는 산신령도 그네들의 사랑에 감동, 처녀를 바람으로 감싸 총각이 있는 저 세상으로 데려다 주었다는 얘기가 바로 그 전설.
한편, 우이도는 높이라야 80미터쯤에 바람의 세기에 따라 경사각이 40도에서 50도를 오갈 정도의 가파른 이 모래산으로 하여 연중 관광객이 찾아들기도 하고, 돈목 마을은 우이도 관광의 얼굴 역할을 도맡기도 한다. 이 모래 산 정상에 올라 한 눈에 내려보는 돈목해수욕장 백사장 역시 예사 경치는 아니다. 때를 맞추어 날물 때 정상에 올랐다면 해수욕장 모래밭의 적나라한 풍경을 볼 수 있겠다.
이런 해수욕장이며 모래 산 풍경에 상산봉 등산도 좋다지만, 우이도 돈목 마을에서 진짜 좋은 것은 낯가림 없이 밖엣 사람들을 대하는 섬사람들의 그 순수를 느껴보는 일이겠다. 물론 외진 섬답지 않게 그럴싸하게 단장한 민박집들도 '좋은 추억'에 한 몫을 거들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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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구이와 키조개 요리들우이도 최초로 전복양식을 시작한 이가 처음 선보일 전복구이. 본래 행세께나 하는 이들이 먹던 여름 건강식인데, 지난 여름부터 그 비싼 전복을 뭍보다 훨씬 싼값에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한 입에 들어갈 크기의 전복 조가비를 쿠킹호일로 감싸고 약한 불에서 살짝 구워내는 이 전복구이는 살맛도 그렇지만, 잘 익은 게우(내장)는 그 구수한 맛이 그만이다. 여기에 섬 맛을 한층 즐길 수 있는 패류가 또 하나 있으니 바로 키조개다. 키조개는 그 생김새가 꼭지(각정)는 매우 좁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넓어지는 삼각 꼴이어서 마치 낱알에 섞인 쭉정이를 골라날 때 까부르는 키를 닮았다 하여 '키조개'라 불린다. 이 키조개는 '개지회'라 하여 주로 횟거리로 손님상에 올리는 게 예사나, 우이도 등 남도 갯가 아낙네들은 '키조개 맑은 탕', '키조개 회무침'으로 손질을 해 식탁에 올린다. 키조개는 그 맛이 다른 조개 맛보다 달보드름하고, 씹는 맛이 있어 우이도 등 남도 갯마을 관광객들이 특히 좋아하는데, 우이도 아낙네들은 식구들의 여름 입맛을 돋울 때나 남정네 속풀이에 쌀가루를 풀어 패주 등 키조개 살로 끓인 '키조개 맑은 탕'을 아침상에 올린단다. 우이도의 민박집들
한승미네민박 061-261-1740, 우이슈퍼민박 061-261-1863, 다모아민박 061-261-4455,
황토방민박 061-261-1860, 모래산민박 061-261-1920, 박복술민박 061-261-4011
발췌 : epostwebzine 2004/3월호 글, 사진 : 김상수(다큐멘터리 사진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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