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있으면 해가 뜹니다.
밤 12시에 잠시 일어나 아직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가 뜨기 전입니다.
슬픔 감추기
김지영
오늘은
웃고 싶었다.
너를 감춰 버리고
어쩌면 어색한 웃음이라도
웃으면서 하늘을 바라보고 싶어졌다.
애써 널 감추고 하늘에
뛰어들고 싶었다.
널 잊었다 하며
거짓으로 수없이
겉치장을 했건만
역시 넌 내안에서
울고 있구나.
오늘은 한 소녀의 슬픔감추기를 바라보면서
편지를 쓰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이 소녀의 슬픔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지 못하는 까닭에 답답합니다.
김 지영님은 근이양증으로 어렸을 때부터 서지도 않지도 못하지만
누워서 영어를 번역하고 시를 쓰는 시인중의 한 분입니다.
지금은 아마 애띤 숙녀로 변해 있을 테지만요.
그녀에게 슬픔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 슬픔은 흐르는 강물이 아닐까....
정지의 순간을 맛보려, 슬픔을 감추려
인간들은 이것에다가 댐을 만들고
온갖 인공의 힘을 가하지만 강물이 불어서 불어서
그 험한 콘크리트 벽을 허물어 버릴 힘을 가질 때
인간은 수문을 열어 그 강물의 도도한 흐름을 막지 못함을 깨닫고 말죠..
아마 나에게 슬픔은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고
이 빌어 먹을 세상에 대한 증오와 연민일 수도 있지만
이것을 지금에서 정의내릴 수 있는 건 아닐지라도 만족합니다.
난 슬퍼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내 슬픔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서 행복합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슬픔이라는 것에 익숙하지 못해서 가끔은 눈물을 흘립니다.
그러나 언젠가 내가 슬픔에 익숙해 질 때
그 슬픔이 환한 웃음으로 바뀔 것을 알기에
여린가지 사이로 뒹굴어 지는 낙엽처럼 뒤돌아 설 것도 아는 까닭에
난 이것과 가까워 지려 합니다.
아마 무엇인가에 대한 그리움이 창을 타고 흘러 내릴 때에
거기에 별빛 하나 올려 놓울 시간이
우리에겐 남아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슬픔을 감추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하늘엔 포물선 하나 그려지고 있습니다.
어느새.....
여기에 시란 무엇인가를 적어 보냅니다.
詩란 것은
김지영
유리알 하나에게
순수한 깊이의
햇살 보내기
작은 이야기에
들풀처럼 살았던
삶 살아내기
오늘도 우린 수많은 유리알을 소유하려 듭니다.
그렇지만 유리알은 햇빛을 보지 못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어쩌면 위의 시란 것은 우리들의 삶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름다운 시는 빛을 동경하는 유리알입니다.
해가 뜨기 전
아직은 슬퍼할 시간이 우리에게 남은 까닭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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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