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 어지러운 그림자
산낙지 접시에서 기어나온 살점들이 탁자 위를
필사적으로 달아난다
온몸으로 늘어붙으면서도
수족관 너머에는
제 꼬리를 물려고 빙빙 도는 포구의 개
없는 中心으로,
바다 곁으로 저를 헉헉 떼밀고 간다
참을 수 없는 무언가가 몸에
들어왔다는 듯
식용유 끓는 프라이팬처럼 수평선이
집중치료병동 그림자를 팽팽하게 끌어댕기니까
검은 길 아스라히 물 위에 드리우는 거라
熱 받은 바닥을 등사하듯
낮은 방에 든 일가족이 아픈 자를
전재산으로 근심하는데
나는 바다가,
깊고 깊고 깊은 거라
우린 너무 멀어요
사라져 버릴 만큼.
실컷 살았잖니. 아프지나 말았으면.
떠는 건 습관, 진짜 앞이
안 보이는 때도 있어, 습관이예요.
회가 넘어가냐. 그만해.
침대 위에 늘어붙은 한 줌의 신음,
이 살점들은 젓가락으로 뜯어 내야 해.
세상 밖에서 밀고 들어온 라일락 滿發에 의해
하염없이 반짝였던 수면을
떨어지는 저녁 해를
멀거니 아로새기는 황색의 개,
짐승 울음으로 운다
슬프고 어지러운 그림자, 내 것이었구나
혼자서는 똥도 못 누는
그 아픈 자가 머릿속을 다 파먹었다
나는 내가 공공의 적이 될 줄 알고 있었다
너무 어지러워서 오지 못했던 곳,
검은 길이 기름띠처럼 번지는 다도해 전역을
한꺼번에 들어올리는
소용돌이치는 太平洋이
수족관 바닥에 들어와 있다
천 년 만 년의 정신병들이 꽂혀 있다
멸하지 않는 深海魚族처럼
감자를 우물거리던 늦은 저녁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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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초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