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잠그는 것을 좋아하세요? / 강미정
당신은 문 잠그는 것을 좋아하는군요
허리춤에 매달려 쩔렁이는 열쇠를 받아쥐고
모든 열쇠를 다 꽂아보는
열어야 할 것으로 가득찬 세상은 즐겁죠
열려진 세상은 다시 열리지 않는 세상을 약속하거든요
나는 당신이 잠가놓은 방에서 밥을 먹는다
편지를 쓴다 PC통신 이 메일 파일을 열고
사랑의 메시지를 보낸다
당신이 가르쳐준 모든 열쇠의 비밀번호를 왼다
비밀번호를 열심히 외는 동안
잠궈진 문안에서 문을 열지못한 어머니가 송장되어 나온다
잠궈진 방문에 달라붙어 죽은 어린 것이 재가 되어 나온다
나는 당신을 열고 싶어 마음 조리며
발을 동동 굴리며 당신 가슴에 열쇠를 꽂는다
평생 열리지 않는 가슴으로 살다간 당신도 있었다
너무 많이 열리어 빈 가슴으로 살다간 당신도 있었다
다시금 당신이 잠근 문을 나는 열 수 있을까
종종걸음으로 달려온 잠긴 화장실 앞에서
당신이 건네준 모든 열쇠를 다 꽂아보는
슬픈 세상이 있다!
아 이제 당신도 열쇠를 꽂아야만 열린다니요
세상이여 당신은 아직도 문 잠그는 것을 좋아하나요?
경남 김해 출생
94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 타오르는 생 >, <물 속 마을>
<상처가 스민다는 것><'그 사이에 대해서 생각할 때> 등
민족문학작가회 회원
부산시인협회 회원
시문학시인회 회원
현재 <월요시> 동인으로 활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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