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표범나비 / 이민하
나는 너를 개미라고 부르겠다
버거운 사체를 나르는 너의 팔에 매달려
나는 죽어서도 복에 겨운 지렁이가 되겠다
봄날 소풍 도시락을 싸는 너의 다리를 부러뜨리며
나는 너를 제비라 부르겠다
그러면 너는 짧은 여름날 나무에 목을 매달고
담석처럼 꺼내는 매미의 눈물
그러면 나는 나무
너의 열차가 지하의 처녀막을 뚫고 용솟음치면
커피나무가 되어 헤프게 검은 물을 따른다
나의 뒷날개는 회록색 무늬, 구름을 닮아 구름표범나비
너를 낳은 너의 이름은 오늘도 애지중지 미행을 한다
내장을 노리는 그의 핏물 낀 송곳니를 피해
장애물경마 기수처럼 우리 달릴래?
달릴래? 그러면 너는 바람
먼 곳에서 눈앞에서 공중에서 정교하게 바람을 올라타는
나는 구름 나는 표범 나는 나비
앉으면 주황빛 녹색, 무늬를 지우는 날개의 뒷면
천천히 일광욕을 즐기며 기린초의 꿀을 빠는
노란 입술 빨간 종아리
울긋불긋 이름이 많은 나를 부르며
목이 늘어나는 너를 기린이라 부르겠다
그러면 너는 흑마술 같은 울음
바늘이 되어 나의 이름에 꾹꾹 文身을 하는
너를 자꾸 통과하며 門身이 되는
나는 여름만 있는 나라
공중을 달리는 발바닥 찢기며 붉은 땀을 흘리겠다
전주 출생
2000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환상수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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