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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0-09-13 10:00:55, 조회 :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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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 속의 얼굴 / 유홍준      


모래 속의 얼굴 / 유홍준


해운대 백사장 여기저기에
얼굴들이
박혀 있다 지뢰처럼 매설되어 있다

머리통만 내놓고 온몸이 모래로 묻힌 사람들……

두어 삽 모래 끌어다 얼굴만 묻어버리면
주검-
영락없이 주검이겠다

검은 썬글라스를 끼고 모래 속에 누워
고요히 명상에 잠긴-

(오, 주검의 저 평온한 얼굴들!)
올 여름에도
해운대 백사장엔 인산인해,
벌거벗은 비키니 상주들과 문상객들이 어울려
웃고 떠들고 마신다 주검 곁에서
무더기 무더기 평토제 지낸 음식과 술을 나누고 수박을 쪼갠다

어이쿠 이놈의 염천지옥-
잘못 걸어가다간
덜커덩,
주검의 얼굴을 밟겠다
땅 밖으로 불거져나온 주검의 얼굴을 밟고 기절초풍하겠다


1962년 경남 산청 출생
1998년 ≪시와 반시≫로 등단
2005년 제1회 젊은 시인상 수상
2009년 제1회 시작 문학상 수상
시집  『상가에 모인 구두들 』『 나는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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