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사랑을 하고 싶어진다.
친구라고 이름 붙여졌던 이에게
남몰래 키웠던 사랑의 감정을 숨김없이
고백하고 싶어진다.
서로 눈을 바라보며
서로 두 손을 마주 잡고
서로 얼굴에 드리워진 머리카락을
살며시 웃으며 거둬주고 싶고,
맑고 푸른 갈 하늘을 바라보며
서로 가슴에 품었던 진실을 이야기하고
붉게 물든 갈 단풍을 골라 주워
책갈피로 쓰라 주며
볼 때마다 내 생각해~ 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괜스레 울적해지는 마음 달래기 위해
공원 여기저기를 걸어다니고 싶고
공원 한 귀퉁이 벤치에 누워
간간이 떠다니는 구름에
그리운 이 이름자 적어 내 마음 보내달라
입 밖으로 꺼내보고 싶어진다.
누구야 너도 지금 내 생각하고 있니? 라고.
모처럼 찾은 서점에서 가슴을 울리는
시집 한 권 산후 우체국에 들러
친구에게 사랑하는 이에게
선물로 보내고 싶어진다.
유독 싯귀에는,
사랑해, 보고 싶어, 그리웠어, 잊지 마
라는 말들이 많이 담겨 있는.
가을에는 한 폭의 그림 같은 갈 풍경을
사진에 담아 두고두고 사진 찍는 순간의
감정을 간직하고 싶어진다.
무엇보다도 가을에는,
살아있음을 실감케 하는 자연의 변화와
붉게 물들다 못해 타들어 가는 듯한 단풍에
내 삶도 강렬히 타오르다 언젠가는 꺼져 가겠지만
그 순간순간을 소중히 감사히 여기며
살아가자고 더 굳건히 다짐하고 싶어진다.
나는 그래서 가을을 사랑한다.
늘어가는 얼굴의 주름살조차
아름답게 미화시켜 주는 가을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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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