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가면 맛있는 거랑 선물 잔뜩 준다니께
작은아버지 쥐똥처럼 가뭇가뭇 아이들 달고 있는 쥐똥나무 원장에게 우리 등을 떠밀었어
―니들만 이런 옷 입고 있으면 표시가 나니께……
우리 엄마 떴다가 끌렀다가 다시 짰던 스웨터를 훌렁훌렁 벗긴 쥐똥나무, 쥐똥처럼 캄캄한 옷 한 벌씩을 입혀줬지
메리 크리스마스!
트럭 훌쩍 내려왔던 미군들 쥐똥열매 똑똑 따서 담았었지 그 그릇 파랬던가? 아냐아냐 노랬었어 노란
눈동자에 담긴 우린 즐겁고도 쓸쓸한 캐럴처럼 한참이나 흘러갔지 태안 어느 부대까지 덜컹덜컹 흘러갔어 대낮 전깃불이 유령 눈알처럼 끔뻑대던
거기에서 최초로 우유란 걸 마셔봤어 최초에 체한 언니는 꺽꺽 대고, 나는 캬라멜을 먹다 마법에 걸린 공주처럼 딱딱한 표정으로 산타를 기다렸지 그때 쥐똥나무 빠르게도 속삭였어
―한씨 성이 너무 많으니께…… 너는 김순희고 너는 박영수여
쥐똥나무 급하게 날조한 이름들을 미군들은 불러댔지 사촌오빠 박영수는 빨간 소방차를 이명숙이 우리 언닌 꽃사슴 브로치를 김순희였던 나는 분홍색 머리핀을…… 꽂고 달고 불자동차 왱왱! 타고 우린 완벽하게 고아가 돼서 돌아왔어 그리고 훌쩍 커서 물어봤지
―엄마두 참 그까지 선물이 뭐라고 우릴 고아로 만들었나 몰라
―그것두 니 작은아버지 빽으로다가 간 겨 워쨌든 한끼는 잘 얻어먹었을 거 아녀
―빽?
쥐똥열매 김영희가 되어 맞바꿨던 한끼의 식사! 내 위장 속에 가장 오래도록 갇혀있던 빵이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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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초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