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떼
저수지의 잉어들은 빠져죽은 사람 얼굴과 닮았지
건져올려놓고 보면 영락없이
작년에 죽은 누군가의 이목구비가 달려 있었지
잉어들은 밤만 되면 물길을 거슬러올라가
상류에서 알몸으로 목욕하는 달빛의 속살을 뜯어먹고
통통하게 살이 올랐지
우리는 그 길목을 잘 알고 있어서
잉어들이 좋아하는 새끼제비를 돌로 찧고 다져 미끼로 쓰곤 했지
유서도 못 쓰고 죽은 신원미상의 젊은 여자와
병들어 앓다가 엉금엉금 기어와
신발만 겨우 벗고 뛰어든 할망구
물 먹고 죽은 그들의 너덜너덜한 얼굴 조각들이 흘러다니는 저수지
하얗게 머리를 풀어헤친 달이 떠오르면
지게작대기로 제비집을 털면서 우리는 낄낄낄 웃었지
벌건 살점의 제비새끼들을 쇠공이로 찧고 다지면
어떻게 알았는지 잉어떼들이 여기저기서 막 뛰어올랐지
친구가 따먹은 어떤 여자애도 거기서 빠져죽었는데
좁은 물길을 따라올라가 밑밥을 던지면
지느러미를 치면서 미친 듯이 몰려드는 잉어들 중에는
몸통에 알을 통통하게 밴 것들도 있었지
멀리서 용두산이 뒷짐을 진 채 헛기침을 하고
물가의 바위들이 커다란 알몸 까고 환하게 등목할 때
우리들 아비한테서 배운 오랜 방법대로
우리는 바가지에 물을 머금어 공중에 내뿜곤 했지
지느러미를 흔들며 빛들이 사방에서 모여들고
펄떡거리는 누런 잉어비늘을 생으로 떼어 주머니에 넣어두고는
꼬리뼈 툭 튀어나온 알몸으로
우리는 저수지 속으로 일제히 뛰어들었지
깊고 차가운 수압이 맨살의 우리를 뒤에서 안을 때
어디선가 낯익은 잉어떼들이 툭툭,
우리들 종아리와 발가락을 지그시 깨물고 지나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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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초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