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주의·여성성 두 뿌리 일관 / 이어령
"언어는 하나하나가 모두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시인이 하나의 말을 선택한다는 것은 하나의 시선을 선택한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것, 숨겨져 있는 것까지도 들춰어내는 눈이다. 현미경인 동시에 확대경이다." (이어령)
이어령(58)씨를 우리 시대의 비평가라고 부르는 것은 어색하다. 그가 평단의 중요한 이름었던 50∼60년대의 그의 글도 지금 와서 읽어보면 많은 부분이 엄밀한 의미의 비평이라기보다는 서정적 아포리즘이나 산문시에 가까웠다는 인상을 준다. 그 아포리즘이 향유하고 있는 것은 겉멋이고, 그러니만큼 그것이 드러내고 있는 감수성은 이제 어쩔 수 없이 낡아버렸다는 감이 있다. 그러나 문학사의 원근법을 고려하며 그의 글을 찬찬히 되읽어보면, 거기서 감지되는 것은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건설하려는 젊고 명민한 정신의 신선한 열정이다. 그리고 그때는 시인 고은이 뒷날 "모든 논리를 등지고 불치의 감탄사로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선언한 "아아 50년대!"였다. 그 폐허의 50년대에 최소한 정확한 한국어를 썼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글쓰기는 경의에 값한다. 그와 함께 50년대 평단을 이끌었던 유조오나, 부박한 이방인 의식으로 수많은 독자들의 허영을 만족시킨 전혜린과 더불어, 그는 50년대의 오문을 경멸한 드문 문필가였다.
달변과 박식으로 학창시절부터 자신의 재능을 입증시킨 이 비평가의 초창기 모토는 '우상의 파괴'였다. 그의 많은 동세대인들처럼 카키복을 입고 굶기를 예사로 하던 50년대의 학생 이어령에게 서정주, 김동리, 조연현 등 한국문단의 우상들은 우매와 무지의 상징이었다. 이들 전전파 문인들의 문학은 그가 보기에 '풍란의 문학'이었다. "대지가 아니라 허공에 뿌리를 뻗고 살아가는 그 슬픈 풍란"의 문학을 하는 이들을 그는 '현대에 사는 중세인' '현대에 잔존하는 실루루기의 폐어류'에 비유했다. 그는 이들을 향해 "당신들이 별이 되고 달이 되어 하늘에서 허허하게 빛나고 있을 적에 이 지상에는 사벨 밑에서 짓밟히고 학살되고 쫓기어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행렬이 있다"고 외쳤고, 패배주의와 운둔으로 특징지어지는 이 '풍란의 문학'을 '대지의 문학'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랬다는 것은 이어령 문학의 출발점이 참여론이었음을 뜻한다. 그 참여론의 밑바탕에는 50년대 한국 지식인들을 매료시킨 카뮈적 실존주의가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서 오늘날의 민족·민중문학의 모태가 된 60년대 이래의 참여문학론과 그의 참여문학론이 분기한다.
그는 "자기 상황(사회)에 대한 부재증서를 쓰고 있는 순수예술이란 그 상황에 비추어서 자기 본질을 자유로 선택할 수 있다는 바로 그 자유를 포기한 문학"이라며 '순수문학론'을 질타하지만, 자신의 참여문학을 "일정한 목적을 위해서 문학을 한 선전도구로 사용하는" 선전문학과 엄격히 구별한다. 그가 보기에 '당의 문학'이나 '민족주의 문학' 같은 선전문학은 주체성 또는 개인을 상실한 문학이며 철저한 타인지향의 문학이다. 그의 참여문학은 문학을 위한 문학도 아니며 사회를 위한 문학도 아니다. 그것은 자기 존재를 위한 문학이다. 그의 이런 참여문학론은 정치학자 라스웰을 빌려 인간의 행위를 환경과 특질의 함수로 파악하고 이것을 비평의 기준으로 삼는 비평의 모더니티론으로 변주된다.
그가 자신의 참여문학을 '휴머니스트의 문학'이라고 불렀을 때, 그 '휴머니스트의 문학'이란 근본적으로 개인의 실존에 예속되어 있는 문학이었다. 그러니 그의 글 [에비가 지배하는 문화]가 촉발시켜 68년의 첫 석달 동안 문단의 관심을 독점했던 그와 시인 김수영 사이의 논쟁에서, 모더니즘의 울타리를 박차고 나와 민중적 전망을 포착하기 시작한 참여시인과 그의 입지가 그렇게 달랐던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학원을 비롯하여 오늘날의 정치권력이 점차 문화의 독자적 기능과 그 차원을 침해하는 경향이 있다 할지라도 '문화의 침묵'은 문화인 자신들의 소심증에 더 많은 책임이 있다"(이), "오늘날의 문화의 침묵은 문화인의 소심증과 무능에서보다 유상 무상의 정치권력의 탄압에 더 큰 원인이 있다"(김) "문화를 정치의 일부로 생각하는 오늘의 '오도된 사회참여론자'들이야말로 예술 본래의 창조적 생명에 조종을 울리는 사람들"(이), "무서운 것은 문화를 정치사회의 이데올로기와 동일시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단 하나의 이데올로기와 동일시하는 것"(김) 등의 반박과 재반박으로 이어지며 끝내는 서로 인신공격에 가까운 격한 말을 주고받은 뒤에 마무리 된 이 논쟁을 통해 이어령씨는 자신이 당대의 지배적 참여문학론의 대척점에 서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그 뒤로 그는 문학평론가로서보다는 수필가나 소설가로서의 변모를 더 짙게 드러냈다. 그의 장르 이전이 문학적으로 크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을지라도 그의 수상집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와 {말}은 70∼80년대의 어떤 독자들로부터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그가 1972년 10월의 <문학사상> 창간호부터 주간으로서 10년 동안 이 잡지에 쓴 권두언을 모은 <말> 속에는 놀랍게도 그 세월동안 우리 사회가 살아낸 역사의 흔적이 거의 새겨져 있지 않다. 이 책의 문체와 내용을 꽉 채우고 있는 것은 특이한 형태의 정신주의와 여성성인데, 이 여성성과 정신주의야말로 이어령 문학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심지인 것 같다. (92.2.16.)
'문학은 꿈', 공감 속의 생성 실천 / 김현
"……또 다시, 좋은 세상이 오고 있다고 풍문은 전하고 있다. 과연 좋은 세상이 올 것인가? 그것은 헛된 바람이 아닐까? 나는 주저하며 세계를 분석하고 해석한다. 그것이 나에게 맡겨진 일이니까. 아니 차라리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러나 눈은 침침하고 손은 더디다." (김현)
김현(1942-1990)은 죽었다. 그의 육신은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도곡리의 한 무덤 속에서 흙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는 또한 살아있다. 그의 문학은 육신을 가진 자들에게 깊고 너른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진화의 채비를 차리고 있다. 그 진화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는 것은 모두 열여섯 권으로 기획돼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오고 있는 김현 문학전집이다. 그의 3주기인 내년 6월에 완간될 김현전집은 살아 있는 자들이 죽은 자에게 보내는 사랑과 존경이 어디에까지 이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 전집은 그것의 편집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세심한 정석 덕분에, 단지 문학적 사건으로만이 아니라 출판문화사적 사건으로 기록됨직하다.
이 시대 문단 전체가 김현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생전에 부르좌 문학의 가장 강력한 수호자라는 혐의를 받았고, 사후에는, 동어반복이겠지만, 자유주의 문학의 시발점으로 평가받았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당대의 군사파시즘에 정면으로 맞서지 못하고 심리주의로 도피했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자기 문학의 초창기부터 새것 콤플렉스의 극복을 내세웠으면서도 그 자신 끝내 그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들은 모두 다 제 나름의 근거를 지니고 있었다.
사실, 그가 강철같은 사유인으로서의 김우창에게, 실천적 지성인으로서의 백낙청에게, 그리고 탐욕스러운 학인으로서의 김윤식에게 미치지 못하는 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과 김현이 함께 서 있는 문학(비평)의 자리에서라면 어떨까? 아마도 김현은 이 자리에서라면 남들에게 상석을 양보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마흔여덟 해 생애가 뿜어낸 문학적 열정은 그의 이 욕심을 정당화시키고도 남는다.
그가 불문학자로서 힘을 쏟은 바슐라르, 제네바학파, 지라르, 푸코 등의 연구·소개와 프랑스 신비평의 옹호는 그것과 맞물려 그가 취한 구조주의적·탈구조주의적 입장 때문에 민족문학 진영의 비판을 받았지만, 그것은 그에게 문학과 사회를 바라보는 여러 시각을 제공했고, 나아가 한국비평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그는 67년에 자신의 대학시절을 되돌아보며 "나는 프랑스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이 아니라 프랑스 문학을 피부로 느낀다고 믿은 정신의 불구자였다. 정신의 불구자라고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고 쓴 적이 있는데, 바로 그의 이 자의식, 이 자각이야말로 자신이 정신적 불구자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한국의 많은 외국문학자들로부터 그를 솎아내 한국문학으로 밀어붙인 힘이었다.
그는 불문학과 국문학의 뛰어난 연구자이기도 했지만 그의 글쓰기의 본령은 실제비평이었다. "문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회는 꿈을 꿀 수가 있다. 문학이 다만 실천의 도구일 때 사회는 꿈을 꿀 자리를 잃어버린다. 꿈이 없을 때 사회개조는 있을 수가 없다"는 문단이 보여주는 '문학은 꿈'이라는 생각과, "내 마음의 움직임과 내 마음을 움직이게 한 글을 쓴 사람의 마음의 움직임은 한 시인이 '수정의 메아리'라고 부른 수면의 파문처럼 겹쳐 떨린다"는 문장이 보여주는 '공감 속의 생성'이 그의 비평을 이끈다. 그래서 그의 비평은 작품을 억압하고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에 바싹 다가가 다정스레 입맞춘다. 그 입맞춤은, 많은 설화 속에서 왕자의 입맞춤이 잠자는 미녀에게 그랬듯이, 작품에 생기를 부여하고 의미를 증폭시키며 속살을 드러낸다. 특히 시인의 마음을 따라 읽고 시의 울림을 풍부하게 재생산해내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데 김현만한 재능과 열의를 가진 비평가는 없었다. 그리고 시에 대한 그의 평문은 후배 비평가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쳐 지금까지도 시비평의 표준적 형식으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의 문학이 공적 형태를 띠기 시작한 것은 대학시절 최하림, 김승옥 등의 벗들과 함께 만든 동인지 <산문시대>에서이고, 그것은 <사계> <68문학>을 거쳐 <문학과 지성>에서 안식처를 얻었다. 그와 김병익, 김치수를 동인으로 해서 패배주의와 샤머니즘의 극복의지를 머리말에 담고 70년 9월 일조각에서 나온 계간 <문학과 지성> 창간호는, 오늘날 5백 70종의 도서출판을 기록하고 있는 출판사 문학과지성사와 그의 제자 세대가 편집동인으로 참가하고 있는 계간지 <문학과 사회>를 아우르는 '문지 엠파이어'의 모체가 되었다.
그의 문체를 도드라지게 하는 것은 쉼표의 잦은 사용, 유럽어의 관계대명사, 지시대명사, 정관사 등에 대한 자의식이다. 번역문투라는 비판의 빌미를 만든 이런 특질들을 통해 그는 자신의 문장을 명료하게 만들고 한국어 문체의 새로운 경지를 이루어놓았다.
그는 80년 5월에 대해 오래도록 어떤 직접적 발언도 하지 않았지만, 그 대신 그 사건에 대해 {르네 지라르 혹은 폭력의 구조}라는 책으로 응답했다. 폭력의 기원과 작용은 무엇인가, 공동체를 화해시키기 위해 어떻게 속죄양이 만들어지고 성화되는가에 대한 그의 애절한 탐구는 안정효의 {길쌈}과 전상국의 [외딴길]을 분석한 그의 만년의 평론 [증오와 폭력--만인 대 일인의 싸움에 대하여]에서도 비장한 톤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그러니 알겠다, 이 커다란 정신의 맨 밑자리에서는 원죄로서의 전라도라는 상흔이 있었음을. (92.2.23.)
주체-대상 분열 틈 '욕망' 탐색 / 우찬제
우찬제씨는 좋은 문학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천마 페가소스에 비유했다. 페가소스의 날개는 문학이 천박한 자유주의로 떨어지는 것을 막고, 그 다리는 문학이 환상이나 로망스의 세계로 휘발하는 것을 막아준다는 것이다.
우찬제(30)씨는 스타트 라인을 막 떠났다. 그가 걸어온 길은 얼마 안 되고 그가 가야 할 길은 멀다. 그의 바로 앞뒤로, 또는 그와 나란히, 한기 박혜경 손경목 이병훈 김경수 류보선 권성우 이광호 박철화 류철균들이 걷거나 뛰고 있다. 저만치 앞에서 진형준 이남호 정과리 이재현들의 '80년대 그룹'이 무리를 이루고 있고, 그보다 한참 앞에는 한국비평에 처음으로 정체성을 부여한 4·19세대가 아직도 피로의 기색없이 달리고 있다.
우찬제씨와 그의 동행자들은, 이미 첫 평론집을 상재한 한기 박혜경씨를 빼고는, 61년 5월 이후에 대학엘 들어가서 87년 6월 전후에 문단에 진입한 세대다. 이전 세대들이 확보해놓은 한국비평의 영토를 이들이 얼마나 늘릴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들은 지금 모색중이고, 이들은 지금 모색 중이고, 이들의 목소리를 앞세대들의 목소리와 구별하는 것이 아직은 어렵다.
그러나 서른 살을 막 넘겼거나 그 나이에 다다르고 있는 이 세대가 맞고 있는 시대는 그 앞세대들이 젊은 시절에 맞았던 시대와는 전혀 다르고, 이 변화된, 또는 급행으로 변하고 있는 시대는 이 세대에게 새로운 목소리를, 새로운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이 시대는 한 세기 이상 '과학'의 왕위를 지키며 수많은 진보적 정신을 매혹시켜온 마르크시즘에 대한 세계적 규모의 회의와 교정의지가 퍼져나가기 시작한 시대다. 특히 한국의 경우, 그 마르크시즘은 재넌 이후 30년만에 처음으로 활짝 피는 듯하다가 곧 이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역사의 진보와 인간의 해방을 위한 무기로서의 마르크시즘에 대한, 또는 적어도 마르크스-레니니즘에 대한 불신이 넓게 전염되고 있다. 그렇다고 멋들어진 대안이 제출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혼돈이다. 그리고 그 혼돈은 흔히 세기말의 징표가 되어왔다. 이 혼돈을 헤치고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는 짐이 우찬제씨를 포함한 세기말의 비평가들에게 지워져 있다.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우찬제씨는 살과 피가 없이 앙상한 뼈대만으로 이뤄졌다고 자신이 생각하게 된 이 사회과학에 곧 질려버렸다. 그래서 그는 "타고난 휴머니스트의 기질을 충족시키기 위해" 살과 피를 찾아 국문과 대학원에 진학했고, 석사 과정을 마칠 무렵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비평가로 등단했다. 학부 시절 80년대 학번의 집단적 '과학세례'를 거쳤고, 대학원에 다니면서는 월간 <말>의 기자로 일하기도 했지만, 그가 자신의 전공을 사회과학에서 문학으로 바꾼 데서도 짐작되듯이 지금의 우찬제씨는 마르크시즘을, 또는 넓은 의미의 계몽주의를 하나의 참조항 정도로만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 정신사를 이끌어온 이데올로기들은 대개가 개인보다 전체를 중시해왔다. 우리 문학이 제대로 된 성장소설을 별로 갖고 있지 못한 것도 개인의 자아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에 대한 탐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의식 부분이 강조돼 개인의 무의식 안에 자리잡은 욕망의 문제가 도외시돼왔다. 한 사람의 마음이 가장 밑자리에 숨어 있는 욕망의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헤치며 문화론, 사회론을 새롭게 구축해나가는 것은 이 시대의 요구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요사이 그의 문학의 화두는 '욕망'인 것이다.
무크 <비평의 시대> 1집 <문학을 향하여 문학을 넘어서>(1991)에 실리 그의 글 [일그러진 얼굴로 욕망의 숲을 헤매는 공포의 산책]은 그의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삼아 최근 소설들이 보여주는 욕망의 산포도를 탐구하고 있다. 그의 독특한 비유에 따르면 "일그러지고 깨진 거울 속에서 주체와 세계가 흔들리고 있는" 지금, 문학이 현실에 대응할 수 있는 길은 거울을 새롭게 복원시켜 완전한 거울로 자아와 세계를 비춰보는 이성주의자·계몽주의자의길, 깨진 거울의 각편으로 그냥 자아와 세계를 비춰보는 극단적 포스트모더니즘의 길, 깨진 거울, 균열된 거울의 틈으로 세계와 자아를 비춰볼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길의 세 가지가 있다.
그는 세 번째 길을 선택한다. 그래서 갈라진 거울의 틈을 구성하는 욕망을 탐색한다. 왜냐하면 주체의 분열과 대상의 분열 사이에서 욕망은 긴밀한 상호작용을 수행하며 새로운 재현가능성을 길어올린다고 그가 믿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욕망 탐구는 비록 다른 문맥과 방향에서이기는 하나 대안적 대중문화의 지향점을 '바람직한 욕망의 교육'에서 발견하고 있는 민족문학 진영의 동갑내기 비평가 손경목의 작업과 보족적이다.
"내가 프로이디언이 될지는 앞으로 더 공부를 해보아야 알 수 있겠지만, 우리 문학에 프로이트적 전통이 없어서 놓친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 세대 비평가들이 내볼 수 있는 욕심의 끝은 마르크스와 프로이트와 소쉬르를 동시에 넘어서는 것일 것이다"라고 그는 다소 자신없이, 수줍게 말했다.
그러기 위해 그들이 우선 넘어서야 할 대상은 앞세대 비평의 거장들일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넘어섰을 때 그들은 단지 세기말의 비평가가 아니라 21세기의 비평가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9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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