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陽傘
박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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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땀을 흘리며 걸어가는데
행 길 위에 둥그런 그늘이 그려져 있었네
책장에 컴퍼스로 원을 그린 듯
나무그늘이 저렇게 둥글까
올려다보니 무성한 나무가 해를 가리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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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그늘에 한참 땀을 들이며 섰으니
정작 나무 기둥은 벌건 땡볕에 달구고 있는데
나는 문득 옛 생각이 떠올라라
내가 제대되어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새로 이사 왔다는 한 낮선 처녀를 만났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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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가는 산골길은 고개 넘어 또 고개
우리는 말동무 길동무가 되었었네
나는 작은휴대양산을 처녀의 머리위에 바쳐 들고
나는 한여름 불볕에 온통 땀을 뻘뻘 흘렸는데
그녀는 한사코 사양하며 내 손을 밀어내었네
갑자기 산꼭대기에서 와짝 떠드는 소리
어머니 동생 동네 아이들이 마중 나왔는데
나는 얼른 양산을 처녀에게 주고 달려갔네
처녀는 얼굴이 빨개서 나의 양산을 돌려주었는데
아 그때 그것이 나의 첫사랑의 시작이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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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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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작만 있고 이별의 눈물이었던지 아들딸 놓고 지금껏
행복하게 살던지 아무 결과가 없으니 시가 되다 만 것 같다.
나의 시에서 그런 사랑의 결과를 많이 썼었고 남들도 흔히 썼으니
더 쓰고프지 않아 오늘 나의 시 <양산>에서는 사랑의 시작에서 끝을 맺는다.
단지 나무그늘을 지나가는 행인들께 돌리고 정작 나무 자신은 뜨거운 땡볕을
들쓰고 있으니 나무의 사랑 그것만으로 감동되어 일기 삼아 써 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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