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춘천은 천재 소설가 김유정이 태어난 곳. 29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친 그는 고향 춘천을 무대로 한 작품을 여럿 남겼다. 어느 화창한 여름날, 작가 이윤기 씨와 함께 김유정 문학의 고향 춘천으로 떠났다.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한 일요일 아침 서울역, 상기된 얼굴로 삼삼오오 모여 열차 탑승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대합실이 술렁인다. 두 시간 남짓 걸리는 김유정역까지는 창 밖으로 펼쳐진 푸른 산야와 고즈넉한 북한강 풍경 덕에 전혀 지루하지 않다.
얼마쯤 지났을까. 말없이 앉아 있던 이윤기 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설가 김유정에 대해 설명한다. “김유정은 문학계에서 이상과 더불어 천재로 꼽히는 작가입니다. 안타깝게도 29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지만 그는 우리 근대 문학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뛰어난 작품을 남겼죠.”  휘문고보를 졸업한 김유정은 첫사랑 박록주를 만나 광적인 구애를 펼치지만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김유정은 소설 <두꺼비>에서 “저쪽에서는 나의 존재를 그리 대단히 여겨주지 않는데 나만 몸이 달아서 답장 못 받는 엽서를 매일같이 석 달 동안 썼다”라고 적었다. 이윤기 씨는 김유정 작품의 주요 무대인 강원도 춘천이 예나 지금이나 문인의 활동 무대로 왕성한 역동성을 지닌 곳임을 강조하며, 김유정 작품의 모태가 될 만큼 아름다운 춘천을 가슴으로 느껴보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김유정 작품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덧 김유정역에 도착했다. 김유정역은 인명을 붙인 우리나라 최초의 역. 원래 이름은 신남역이었지만 2004년 12월에 김유정역으로 바꾸었다. 일행은 근처에 있는 김유정문학촌으로 자리를 옮겼다. 짧았던 생애만큼 김유정의 유품은 몇 점 되지 않는다. 겨우 흑백 사진 석 장이 전부다. 대신 김유정문학촌이 들어선 실레마을은 작가의 생가를 비롯해 김유정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장소가 보존돼 있다. <봄봄>에 나오는 봉필 영감의 집, <만무방>의 노름터 등이 그대로 보존된 실레마을은 마을 전체가 김유정 작품의 무대이며 그 산실이다.
박록주와 사랑에 실패한 김유정은 고향인 실레마을로 돌아왔고,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실연은 ‘명작의 탄생’이라는 위대한 결과를 낳는다. 고향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은 그는 <봄봄> <솥> <산골나그네> <총각과 맹꽁이> 등의 작품을 썼다. 김유정문학촌 운영위원인 소설가 최종남 씨는 “김유정의 작품에 등장하는 떡메 치기, 닭싸움, 전통 결혼식, 주막집 운영 등의 체험 행사를 열어 독자가 작가를 더 친근하고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다.
 다음 목적지는 젊음이 살아 숨쉬는 강촌역. 역에서 자전거를 타고 구곡폭포 근처에 다다르니 가족 나들이와 연인의 데이트 코스로 안성맞춤인 등산로가 나타난다. 등산로를 10여 분간 걸어가자 시원한 폭포수가 한여름 무더위를 잠시 잊게 해준다. 강촌역에서 남이섬으로 가는 버스 안은 땡볕의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활기로 넘친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눈 깜짝할 새 도착한 남이섬. 선착장에서 곧게 뻗은 길을 따라 섬으로 들어가면 이 섬의 이름이 유래한 남이장군의 묘소가 나온다. “남아 이십에 나라를 평정하지 못하면 훗날에 누가 대장부라 하리오” 하는 귀에 익은 시 한 수가 오늘날까지 남이장군의 기백을 전한다.
 남이섬 입구에서 잠시 이윤기 씨의 토막 강의가 이어진다. 그는 시대의 영웅이던 남이장군을 억울한 죽음으로 몰고 간 당대의 실수를 꾸짖으며 목소리를 높인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주무대인 남이섬은 메세타쿼이아길뿐 아니라 곳곳에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라마챤드란 그림책 원화전>, 발명왕 에디슨의 <그때 그 소리 진품 체험전> 등 각종 전시회가 눈과 마음을 매료하고, 양은도시락에 담긴 김치볶음밥은 코와 혀를 기분 좋게 마비시킨다.
어느덧 한낮의 열기도 수그러들고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가평역에서 서울역으로 향하는 관광 전용 새마을호에선 오전에 사연을 적어낸 엽서가 방송된다.해외여행 대신 남편과 함께 하루짜리 문학열차여행을 택한 주부는 평소 남편에게 표현하지 못한 사랑을 엽서에 적었다. 서울역에 가까워지면서 잠시 정적에 빠져든 사람들은 한강의 야경에 나지막한 탄성을 내지른다. 낮과 밤,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얼굴을 지닌 도시, 서울. 이런 매력 때문에 사람들은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 즐거운 것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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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문학촌 나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