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로호 주변을 드라이브 목적으로 가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대부분 발길을 멈추기 때문이다. 하지만 춘천의 유혹을 뿌리치고 파로호로 향하면 특별한 경험이 기다린다. 춘천댐을 지나 화천으로 가는 국도 5번. 춘천호와 북한강을 따라 이어지는 이 도로는 곡선미가 뛰어난 여인의 허리처럼 부드럽고 섬세하다. 운전석에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춘천호(화천군민은 화천호라고 부른다)의 풍경에 취해 한 시간쯤 달리다 보면 어느새 화천에 도착한다. 화천에서 5번 국도는 북한강을 버리고 북진한다. 그렇다고 당황할 필요는 없다. 다소곳하게 기다리는 461번 지방도가 수줍은 처녀처럼 그대를 품어줄 테니.  본격 파로호 드라이브는 바로 이 461번 지방도에서 시작이다. 파로호를 발아래 두고 달리고 싶다면 구만리 선착장을 지나 추곡령으로 이어지는 461번 지방도 코스가 좋다. 하지만 호수 전체가 송곳처럼 치솟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차를 타고 파로호의 모습을 온전하게 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럴 때는 운전대를 돌려 평화의 댐으로 이어진 460번 지방도를 타보는 것이 좋다. 강원도 산길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굽이굽이 휘어 감긴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어느덧 파로호의 북쪽 끝에 다다르게 된다.
이곳에는 평화의 댐 말고 유명한 명소가 또 하나 있다. 강원도에서도 오지 중에 오지 마을로 손꼽히는 ‘비수구미마을’. 오직 세 가구만 사는 초미니 마을이다. 이 마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차를 포기해야만 한다. 호숫가에 차를 대고 마을 사람들에게 픽업을 요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듣는 파로호에 대한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일제가 강제로 만든 화천댐은 이 일대의 마을을 모조리 수장해버리고 말았다. “아주 예전에는 이 파로호 밑바닥에서 많은 사람이 살았지. 아이들 학교도 몇 개나 있었고, 이름난 양조장이 셀 수도 없이 많았지.” 댐이 세워지고 뭍이 물에 잠기자 사람들은 눈물로 호수를 채우며 고향을 등졌다. 다만 산을 태워 밭을 일구던 화전민만이 산등성이에 남아 생계를 유지했다.
 산에 불을 놓아 밭을 일궈 간신히 한 해를 넘기는 힘겨운 생계보다 그들에게 더 무서운 것은 외로움이었다. 그들이 뭍에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열흘에 한 번 들어오는 정기 선뿐이었다. 아이들은 글자를 익히기 위해 몇 개의 산을 넘어 학교를 가야 했고, 그 어미는 깜깜할 때 아이를 깨워 아침을 먹이고 다시 깜깜해져서야 돌아온 아이들에게 저녁밥을 먹일 수 있었다. ‘박통’시절 화전민 단속으로 그나마 남아 있던 사람도 모두 이곳을 떠났다. 이제는 비수구미마을에서 구만리 선착장까지 70리를 통틀어 겨우 20여 가구만이 살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비수구미마을은 매스컴을 타면서 외지인의 발길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35년 전 비수구미마을에서 만나 반평생을 함께 살아온 노부부는 그런 외지인이 반가울 따름이다. 정성껏 차린 상으로 배를 채워주기도 하고, 아침 일찍부터 배에 태워 파로호 일대를 구경시켜 주기도 한다. 푸른 호숫가에 보트 엔진 소리가 울리면 물고기가 튀고 새들이 날기 시작한다. 쪽빛 물이 하얀 가르마를 타자 간밤에 늙은 어부가 들려준 호수 아래에 있는 마을이 반짝 빛난다.
 ▒View Point
461번 지방도 전망대 쉼터 461번 지방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조성해 놓은 조그만 쉼터. 관리가 미흡하여 잡풀이 무성하기는 하지만 엄연히 쉼터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북쪽 아래로 평화의 댐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파로호 유람선 파로호의 속살을 보려면 유람선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1일 1회 운행한다. 오전 10시 30분에 구만리 선착장에서 출발한다.
●선박조합 033-442-3127
용화산 화천의 진산. 산 정상 밑 1㎞ 지점까지 포장도로가 나 있고 주차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차를 세워두고 잠시 가벼운 등산을 하기에 좋다. 정상에 서면 파로호와 춘천호는 물론 멀리 춘천시내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Way to Way
서울에서 화천으로 가려면 세 가지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46번 국도를 이용해 춘천에서 화천으로 가는 코스는 가장 고전적인 방법. 가평에서 75번 국도를 이용해 도마치고개를 넘어보는 것도 좋다. 사내에서 56번 국도로 갈아타 사북에서 5번 국도와 합류하면 된다. 서울에서 47번 국도를 타고 포천 이동에서 백운계곡으로 향하는 316번 지방도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중간에 백운계곡과 광덕계곡이 절경을 자랑한다.
▒Private Point
구만리고개 자유수호탑 뒤 파로호의 초입인 구만리고개 정상에 오르면 6·25전쟁 참전 용사의 넋을 기리는 자유수호탑이 좌측에 보인다. 이 수호탑 왼쪽에 자동차 한 대가 간신히 통과할 수 있는 오솔길이 있다. 이 오솔길 끝에 자동차 한 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프라이빗 포인트. 화천댐을 한눈에 조망하며 오붓하게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
▒Stay
비수구미민박 파로호까지 왔다면 비수구미마을에서 1박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세 가구가 모두 민박을 하지만 장윤일 씨가 운영하는 비수구미민박이 가장 낫다. 객실료는 인원에 상관없이 방 하나에 무조건 3만원. 5000원짜리 백반에는 구수한 청국장과 열 가지 이상의 반찬이 정갈하게 차려져 나온다. 앞쪽에 1급수 계곡이 흘러 물놀이에도 좋고 어항을 이용해 어름치, 꺽지 같은 물고기를 잡을 수도 있다.
▒Eat
명가횟집(033-442-2957)은 쏘가리, 산천어, 민물장어 등을 맛있게 요리한다. 화천을 들르는 명사들이 한 번쯤 꼭 들러보는 민물고기요리의 보고.
화천 어죽탕(033-442-5544)은 한강 상류와 파로호에서 잡은 민물 잡어로 만든 어죽탕이 일품.
해산령 쉼터(017-377-3481)에선 상황버섯 추출액으로 키운 상황느타리버섯요리를 맛볼 수 있다.
어부횟집(033-442-3131)은 30년 이상 파로호를 지켜온 횟집이다.
| 
여행지안내 (운영자 : 약초 농부)
[게시물 소스보기]
호수가 있는 풍경 ③ 파로호와 비수구미마을 사람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