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곡을 거슬러 오르며 자연을 읽고 물고기를 좇으며 생명을 배운다. 어느새 자연을 닮아간다. 플라이낚시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아 좋다. 
어슴푸레한 계곡에 홀로 있을 때면 내 영혼과 기억 그리고 빅 블랙 풋 강의 소리, 낚싯대를 던지는 네 박자 리듬, 고기가 물리길 바라는 희망과 함께 모두 하나의 존재로 어렴풋해지는 것 같다. 그러다가 결국 하나로 녹아들고, 강물을 따라 흘러 들어가는 것 같다. -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중에서
 울창한 나무 사이로 아침 햇살이 내리쬔다. 미국 몬태나 주 빅 블랙 풋 강가에 선 폴(브래드 피트)이 낚싯대를 높이 치켜든다. ‘S’ 자로 휜 낚싯줄이 허공을 가르다가 이내 투명한 강물로 내리꽂힌다. 지난 1993년 국내에 개봉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한 장면이다. 영화는 여러 사람에게 플라이낚시에 대한 판타지를 심어주었다. 자연 속을 거닐며 낚싯대를 휘젓는 모습은 그 자체로 삶의 여유고, 자유이며, 낭만이니까. 영화 개봉 이후 세계 곳곳에 플라이낚시 붐이 일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소수 마니아의 전유물이던 플라이낚시가 일반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460번 지방도를 타고 평화의 댐을 지나 칠천교에 도착해 짐을 푼다. 플라이낚시는 꼭 계곡에서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강에서도, 저수지에서도 할 수 있다. 강이나 계곡에서 즐기는 것이 일반적인 반면 계류(상류보다 위쪽)에서 플라이낚시를 즐기는 사람은 많지 않은 편이다. 계류 깊숙이 들어갈 때는 백패킹을 하기도 한다. 즉 야영 장비 등을 챙겨 낚시에 나서는 것이다. 낚시가 끝난 후 야영을 하고 다음날 다시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서 낚시를 즐기는 1박 2일 코스도 마니아 사이에선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제 방태천이나 삼척 덕풍계곡, 양양 오색천 등이 포인트로 꼽힌다. 양구의 천미계곡은 최근에 알려지기 시작한 곳이다. 프로 스태프 김철오 씨와 플라이낚시 마니아 황석, 서종수 씨가 동행했다.  직접 만든 미끼로 물고기와 한판 승부
가을 문턱이지만 천미계곡에는 아직도 녹음이 가시지 않았다. 새벽 안개를 품은 계곡이 구절양장처럼 백석산(1,142m) 능선을 휘감고 돈다. 굽이마다, 여울마다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물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바닥이 훤히 비칠 정도로 물이 맑고 깨끗하다. 각자 웨이더(방수 바지)와 조끼를 입고 계류화(물 속에서 신는 미끄럼 방지 신발)를 신는다. 로드(낚싯대)와 낚싯줄, 미끼, 후크(낚싯바늘)도 점검한다.
목표는 열목어다. 수풀이 우거진 계곡 한가운데서 흐르는 물을 밟고 선 기분이 상쾌하다. 물살이 정강이를 스치는 느낌도 새롭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폴이 느꼈던 기분도 분명 이와 같았으리라. 감상에 젖는 것도 잠시뿐. 이제부터 열목어와 한판 승부다. 김철오 씨는 미끼를 선택하는 것부터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주변 환경에 알맞은 미끼를 선택해야 합니다. 하루살이가 많은 곳에선 하루살이 모양을, 나방이 많은 곳이라면 나방 형태의 미끼를 사용하는 식이죠. 그날 물고기가 어떤 먹이를 먹는지 체크해야 합니다. 또 먹잇감의 라이프사이클도 알아두어야 하죠. 하루살이는 일몰 전 30분 동안 우화(유충에서 성충이 되는 과정)를 많이 해요. 이때 물고기의 먹이 활동도 활발합니다. 그때는 하루살이 모양의 미끼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 있겠죠~”  플라이낚시를 하는 사람은 대부분 미끼를 자신이 직접 만든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 털로 만들기도 하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만들기도 한다. 황석 씨는 미끼를 만드는 재미가 플라이낚시 재미의 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우연히 낯선 곤충이라도 보게 되는 날이면 그날 저녁 시간은 꼬박 털미끼를 만드는 데 투자하게 된다고.
“저녁 먹고 나면 커피를 홀짝거리며 털미끼를 만들어요. 계곡에서 본 낯선 곤충을 머릿속에 그려가면서요. 날개는 어떻게 생겼는지, 몸통의 색깔은 어땠는지….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죠. 그렇게 만든 미끼로 거대한 열목어를 잡는다고 상상해 보세요. 정말 가슴이 설레는 일이죠.”
털미끼를 만드는 것이 출조 전에 맛보는 즐거움이라면 캐스팅(낚싯줄을 던지는 것)은 낚시 도중 가장 흥미로운 과정이다. 하지만 폼나게 캐스팅을 하는 것이 결코 만만치가 않다. 플라이낚시는 봉돌이 없고 털로 만든 미끼를 사용하기 때문에 낚싯줄이 가볍다. 그만큼 후크를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던지는 것이 어렵다.
 베이식 캐스팅은 모든 캐스팅의 기본이 되는 캐스팅이다. 이는 물의 표면장력을 이용해 로드를 90° 각도로 세우면서 낚싯줄을 잡아당기는 과정이다. 이것이 익숙해지면 시곗바늘의 10시와 12시 사이의 각도를 왔다 갔다 하며 낚싯줄을 앞으로 던지는 포스 캐스팅을 배우게 된다. 낚싯줄을 뒤로 던지는 백 캐스팅, 옆으로 던지는 사이드 캐스팅 등은 베이식 캐스팅과 포스 캐스팅을 바탕으로 하여 이뤄진다. 원하는 곳으로 후크를 제대로 던지려면 평균 6개월 정도의 연습이 필요하다. 숙련된 사람의 캐스팅은 리본 체조 선수가 리본을 뿌리는 모습만큼 화려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현란한 캐스팅이라도 포인트를 포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여울은 초보자라도 쉽게 공략할 수 있는 포인트다.
“산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물고기가 있을 확률이 높죠. 게다가 여울 주변에 큰 바위나 수초 같은 물고기의 은신처가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서종수 씨의 설명이다. 강폭이 좁다면 한 사람씩 교대로 캐스팅을 해야 한다. 물고기가 예민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할 경우 30m 이상 간격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앞사람이 캐스팅 한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한 번 속은 물고기는 쉽게 다시 속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캐스팅을 한 뒤에는 미끼가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해야 한다. 낚싯줄을 당겼다 놓았다 하면서 물의 흐름에 맞춰 미끼를 자유롭게 떠내려가도록 해야 한다.
‘챔질(낚아채는 것)’까지 익숙해지면 플라이낚시를 즐기는 데 무리가 없다. 챔질의 성패는 타이밍을 얼마나 잘 맞추느냐에 달렸다. 조금만 늦거나 빨라도 물고기는 잽싸게 후크를 비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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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든 미끼로 물고기와 한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