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우 시인
대전 출신의 보일러공 시인
제2회 노작(露雀)문학상 수상(2002년) 시집 「저 석양」「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그 저녁은 두 번 오지 않는다」
이면우 시인은 1951년생으로서 일생을 노동자로 살고 있습니다.
한 아이의 아버지이자 가난한 아내의 남편인 그는 어렵던 시절 날품팔이로만 연명하다가
이제 겨우 안정된 직장(?), 컴컴한 보일러실에서 남의 등을 따뜻하게 하는 난방일을 돌보며 살고 있습니다.
그는 중학교를 마친 것이 학력의 전부여서 배운 것 적고 가진 것 없이 늘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한번도 그는 가난을 비관하거나 부자로 사는 사람들을 졸부로 폄하하여 낮춰 말하는 걸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건설현장에서 품팔이를 하며 살던 10여년 전, 그렇게 힘든 노동을 남보다 열배 스므배 더 성실히 해내면서도 틈틈이 시를 쓰는 것을 안 한 건설업자가 독지가로 나서서 이면우 시인의 시를 사비로 출판해준 시집이 바로 <저 석양>입니다.
그 시집은 이미 절품되어 없지만 이 시집을 접한 창작과 비평사에서 그의 빼어난 문학성을 인정하여 곧바로 시인으로 천거하게됩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그 정평난 시집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가 바로 창작과 비평사에서 출판되어 경향의 많은 비평가들의 화제에 올랐습니다.
그가 막노동을 하면서도 인생을 긍정적으로 살피는 시인이기 때문에 그의 문학을 높이 평가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처음부터 천부적, 천재적인 시인으로 태어났고 중학생일 때도 시를 너무 잘 써서 그의 친형인 소설가 이진우(현 문창과 교수/소설가)씨가 대신 써준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일으키기도 했던 재능 있는 영재 시인입니다.
그는 말하기를 학교에서 영어나 수학을 공부하기보다는 그 시간에 마음은 이미 교실보다 열배 백배 더 넓고 아름다운 학교, 들판으로 달려가 있어 어제 본 뚝새풀은 오늘도 잘 있나, 논뚝에 피어있던 자운영 꽃은 아직도 바람에 하늘거리고 있을까, 하늬바람에 물결 일으키며 시냇물은 안녕하게 잘 흐르고 있을까에 더 관심있어 했었습니다.
글/바냔나무(김영찬)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 아담한 체구에 음식을 먹을 때 무조건 꼽빼기를 시키는 이면우 시인은 개성이 퍽 강한 사람인데...
그의 가벼운 지갑 속에는 수표도 없고, 흔한 카드도 없고 고액지폐도 별로 안보이고 참을 인자를 세 번 적은 하얀 종이가 들어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 지갑을 열면 돈보다 먼저 참을 인자가 보인다.
대전에 가면 이면우시인을 꼭 불러내어 밥을 곱빼기로 사주고 싶다.
그가 술을 끊었다 하니, 술 끊은 나도 그를 만나면 편할 것 같다.
글/하종오
<거미>
오솔길 가운데 낯선 거미줄
아침이슬 반짝하니 거기 있음을 알겠다.
허리 굽혀 갔다, 되짚어오다 고추잠자리
망에 걸려 파닥이는 걸 보았다.
작은 삶 하나, 거미줄로 숲 전체를 흔들고 있다.
함께 흔들리며 거미는 자신의 때를 엿보고 있다.
순간 땀 식은 등 아프도록 시리다.
그래 내가 열아홉이라면 저 투명한 날개를
망에서 떼어내 바람 속으로 되돌릴 수 있겠지
적어도 스물아홉, 서른아홉이라면 짐짓
몸 전체로 망을 밀고 나가도 좋을 게다
그러나 나는 지금 마흔아홉
홀로 망을 짜던 거미의 마음을 엿볼 나이
지금 흔들리는 건 가을거미의 외로움임을 안다
캄캄한 뱃속, 들끓는 열망을 바로 지금, 부신 햇살 속에
저토록 살아 꿈틀대는 걸로 바꿔놓고자
밤을 지새운 거미, 필사의 그물짜기를 나는 안다
이제 곧 겨울이 잇대 올 것이다
이윽고 파닥거림 뜸해지고
그쯤에서 거미는 궁리를 마쳤던가
슬슬 잠자리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나는 허리 굽혀, 거미줄 아래 오솔길 따라
채 해결 안된 사람의 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 이면우 시인의 <거미>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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