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맘을 가집니다.
글을 쓴다는 건 사람의 마음을 호리는 마력을 가진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난 글을 쓰면서 나의 정령을 만납니다.
정령, 내 속에 존재해서 나의 모든 것을 기쁨에 찬 무엇으로 바꾸어 버리거나
낙원의 주인공으로 나를 인도하는 존재 말입니다.
잠시동안의 휴식은 나로 하여금 나의 정령에게 생생한 상상력을 알리기에 충분합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갑니다.
자그마한 언덕위에 작은 시골집이 있습니다. 그곳이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집입니다.
언덕을 내려가다 보면 작은 내를 만나고,
내를 사이에 둔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작은 동굴을 만나게 됩니다.
그곳에서는 아마 이 마을 사람들이 모두 알고도 남을 만한 사랑 이야기들이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한번도 서로에게 나누어 줄 수는 없는 이야기들입니다.
그냥 가슴에 품고 살아갑니다.
가끔은 동굴 앞, 멀지 않은 곳의 생강나무 잎사귀를 따다가
모양별로 내로 흘러 보내기도 합니다.
(생강나무는 한나무에서 여러가지 모양의 잎이 나옵니다. 향기는 당신처럼 레몬향이 난답니다)
동굴앞 층대를 스무 단쯤 내려간 곳에 작은 샘이 있는데,
맑디맑은 샘물이 바위틈에서 솟아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나지막한 돌담,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높다란 나무들,
얼굴에 확 끼치는 시원스런 냉기, 이 모든 것들에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그 무엇,....
나는 거의 날마다 그 샘가에 1시간 가량씩 앉아 있곤 합니다.
그곳에 앉아 있노라면, 마을에서 사람들이 샘물을 길어 가곤 합니다. .
어쩌면 그것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순수하고 단순하면서도 가장 필요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을 보고 앉아 있으면, 부족사회 시대의 우리네 조상들의 모습을 상상하고
혼자서 이상한 춤을 추기도 합니다.
어른들이 물 한 바가지씩 나누어 먹으면서 서로 인사를 하고,
이런 저런 재미난 이야기를 나눕니다.
우물가에는 이렇듯 자비로운 정령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문은 닫혀 집니다.
나는 요즘 미쳐가고 잇는 듯 합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그것을 진정시켜 줄 자장가일 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내가 알고 잇는 자장가들은
내가 애독하는 수많은 시인들의 시속에 얼마든지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듣고 싶은 자장가는
그 옛날 할머니가 나의 배를 어루만져 주시며 잠으로 인도했던 자장가입니다.
왠지 그 유명한 음악인들의 자장가들도 나를 잠들게 하진 않고
나를 더욱더 변덕스럽고 불안에 차 광기를 부리게 만듭니다.
사실 나는 요즘 내 마음을 병든 어린애 다루듯 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건 떼를 쓰는 대로 다 받아 줄 수밖에 없습니다.
혹시 나의 글을 보고 다른 해석을 할 지도 모륿니다.
변덕스럽고 가끔은 분노애 찬 나의 행동을 안다면 말입니다.
당신의 나에게 보내 주신 상자를 오늘은 열지 않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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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