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희한한 상쾌감이 내 영혼에 충만해 있습니다.
어린왕자 덕분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내 맘속에 쓰러져 누워 있던 가지가지의 풀들이 차가운 바람속에 감추어진 봄의 내음을 벌써 맡았는지 내가 사랑에 빠졌을 때에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봄날 아침과도 같은 그런 상쾌감이 내 머리를 맑게 하고 있습니다.
무기력하게 보이기만 했던 요즘의 나의 모습에서 이제 잠시 쉬어가는 휴식의 시간을 나에게 부여하고 즐거운 맘으로 저물어 가는 붉은 태양에게 손을 흔들며 오늘도 수고 했노라고 말할 여유까지 가질 정도로 세상의 모든 일들이 아름다운 음악처럼 내 머리에 흘러 넘치고 있습니다.
아주 우스깡스러운 일은 내가 쓰려고 했던 오늘 한편의 시가 아무런 의미도 찾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내 영혼이 마치 이상한 마법에 빠져버린 채 살아간다면 나에게 글을 쓴다는 건 불가능 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마치 내가 무슨 거창한 시인이 된 듯한 기분이 납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잠시 잠에 취했더랬습니다. 꿈속에서 내가 만난 어린왕자는 예쁜 스냅사진처럼 그렇게 귀엽지는 않았습니다. 아주 조그만 밭에서 쪼그리고 앉아 봄나물을 하나하나 뜯으면서 코에 파묻곤 혼자서 만족스레 윳음을 보이더니 가만히 뒤로 자빠져 하늘을 응시합니다.
그리고 카메라 앵글이 숨가픈 이동을 하더니 파란 하늘에 새털처럼 보드러. 운 구름이 내 눈에 가득히 들어 옵니다. 이렇게 잠이 깨었습니다.
풀줄기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은 세상 소리와 간지럽힘이 잠에서 깨어나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나에게 세상을 살아야 할 동기와 자연이 나에게 배풀어 주었던 몇가지의 경험에 감사하게 합니다. 기어다니는 벌레와 날벌레들의 무궁무진한 여러 모습들을 가슴 뿌듯이 느끼는 것은
작게는 나의 존재와 크게는 자연을 만든 전지전능한 신의 능력을 알고 감사하게 합니다.
그렇지만 작은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는 나로서는 이런 영혼의 경험에 무작정 감사하면서 살아 갈 수는 없습니다. 세상의 위대함과 신의 전지전능한 능력에 고함을 치면서 감사하면서 살아가기는 힘이 듭니다. 가끔은 분해서 하늘에 말뜍을 박아 신의 심장을 울리고도 싶을 때가 많으니까요. 그런 생각응 하다 보면 눈에서는 눈눌이 고이고 잠시후 작은 알갱이들이 나의 볼에 박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신의 공평함을 믿어 의심하지 않기에 내가 이런 고통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나 대신 누군가가 이런 고통을 당하게 될 것이기에 늘 감사하면서 살아 갈 것을 혼자서 맹세하고 늘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답니디. 내가 사랑항 누군가를 위해서 내가 먼저 죄값을 치렀다고 생각한다면 행복합니다.
오늘은 정말 시를 쓰고 싶어 집니다.
친구여, 그러나 나는 한창 그런 생각에 잠겼다가도 그만 힘이 빠져 버리고 만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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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