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본다.
여고 시절 그렇게 친했던 친구.
교실이 2층이고 5층인 그 친구와 쉬는 시간마다 중간층에서 만나 이야기 할 정도로 같이 한 시간이 많았고.
늦은 밤 집에 가지 않고 공부도 않고 교정에서 고민 받아주고 이야기 하던 친구.
시월의 마지막을 이용의 노래에 추억을 담으며 함께 했던 친구.
잠 자다가도 집에 찾아와서 속상함을 털어놓으면 달래서 바래다 주었던 친구.
나는 그렇게 그 친구를 기억하고 가슴에 안고 사는데.
같이 아이 낳고 키워서 이제는 결혼 생활 10년에 접어 들었다.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가슴에 새기며 친구를 생각한다.
그런데 오랜만에 전화한 내게 친구가 하는 말.
어떻게 지내니 하고 물으니 너 사는 거랑 똑같이 산다고 한다.
메일에서 친구 찾기를 해서 두번씩 연락처랑 메일을 보내 놓았다.
연락한번 없었다. 수소문해서 알아낸 전화로 연락을 했더니.
내 메일 못 봤냐고 하니. 봤다. 그런데 나이 먹어봐라 인터넷하게 되는지. 나이가 사십인데.
사십이란다. 나랑 나이 같았는데 난 아직 이년 남았는데.
아이 낳고 결혼 10년 된 주부는 다 이렇게 말하나? 난 이해가 되지 않아서 상처만 받는다.
아이는 많이 크냐고 한다. 몇 킬로 나가는지 왜 묻는지... 응 32정도. 그것밖에 안나가?
지 아이가 많이 크단걸 엄마된 모성으로 자랑하고 싶었나부다.
그런 유치한 대화를 해야하는게 30대 후반인가.
서글픔을 가득 안고 전화를 끊고 난 한 없이 슬펐다. 말할수 없는 슬픔을 느끼고.
반가움도 기쁨도 감동도 없이 오래된 친구의 연락을 무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때는 나한테 온갖 어려움을 다 이야기하고 자다가도 울면서 찾아왔던 친구인데.
난 한번도 귀찮아 한적 없이 받아 주었는데.
이젠 기대지 않아도 잘 살고 있다니. 다행으로 여길까?
난 이렇게 내가 가슴에 간직하고 살던 친구에게 무언의 상처를 받는다.
오늘도 바보 같이 산다.
나 사는거랑 똑같이 산다고 달관한듯 말하니 이제는 잘 지내는지 연락 따윈 하지 않아도 되겠다.
그래 그렇게 넌 잘 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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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