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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우리들의 얼굴을 비틀어 짓이겨 놓는다
가난한 자들만이 꼴좋게 자신들의 몫을 몽땅 끌어안는다
마치 걸레인 듯한 얼굴이 이 세상의 오물을 닦아낸다
그리하여 우리의 얼굴에 오물이 묻어나는 것이다 자기가 살아온 세월
자기에게 가져다 준 오물들을 좀더 멀리 짊어지고 가기 위하여
사물과 사람들의 잔인함을 단 몇 칠이나마 더 견디기 위하여
서둘러 꿈을 맘껏 섭취해 두어야 한다 삶이 그럭저럭 36.5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요구하는 간계와 잔혹성, 악의을 보고 다음에는 비로소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
한 사람의 과거가 내포하고 있는 온갖 더러운 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 위치에 이르게 한다
모든 걸 제쳐두고 자신의 시를 몽땅 삼겨 버리고 어떤 오물로 변해 버렸는지
엉덩이가 가난한 여인들의 작은 금광이 되듯이 더 이상 사랑의 신비도 어리석음도 남아 있지 않게 된다
급작스레 허물벗기에 달콤하게 떨어지는 부스러기 눈물들이 밤의 나라에 도달하며
숱한 꿈들의 언어로 어둠 속으로 날아든다 쏘아댄다 그녀들의 허벅지는 3D음향으로 울부짖고
찔러대는 고추의 가래침 빛이 만들어 낸 신기루 속에 모욕과 멸시로 활활 탄다
모텔을 통과하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삶을 통과하기 위하여
거만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 하나의 기적에서 자기가 거둘 수 있는 것만 가져가면 그만이다
한번 품으면 도저히 잊을 수 없을 젖가슴과 목덜미
자신의 고독을 노래한 침묵을 그녀와 함께 눈물을 흘릴만한 감동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혼자 잠을 청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녀가 나를 잠재우고 나는 그녀를 거들고
아무렇게든 잠을 잔다 권태에 익숙해진 짐승들은 왜, 그 처지에 있는지 이해하려 노력조차 사치스럽다
궁핍으로부터 탈피하려는 시도는 항상 실패로 귀결되고 다시 한번 사기치는 운명이
더욱 덧없이 치사해지는 다음날의 고뇌 밑으로 , 황량한 벽 밑으로 다시 추락해야 한다는 것
나이와 더불어 자기 가슴으로 하여금 춤을 추게 해줄
음악을 더 이상 간직하고 있지 못한다 젊음은 이미 이 세상 끝
진실은 침묵 속으로 가서 죽어 버렸다 광기라는 충분한 금액
밖으로 나간들 어디로 가겠는가
돈이 은행으로 가듯 그렇듯 가난했던 고흐의 작품이 그렇듯 부자놈들 금고에 갇히고 무기명 국채로 자자손손 상속되지 않던가
그 끝없는 임종
난 단 한 번도 나 자신을 죽일 수 없었다 밤거리, 최선의 그 작은 자살
각자 졸음을 쟁취하고 끼니를 깨우치는 나름대로의 천부적인 재능과 실천을 가지고 있다
구찌 푸조 연봉을 매고 굴리고 가는 샤넬 5 핸드백, 그 엄청난 돈 속의 향기를 산책한다 할지라도
한 끼에 필요한 단 한푼, 연필로 그린 섬세하고 가냘픈 얼굴들
촉촉하게 메마른 건조한 광고는 무수히 반복해 지껄여대는 거짓말들
끊임없이 계속되는 빵굽는 냄새들이 온통 거리를 뒤덮고 있다
그들의 가난이 나에게 극심한 공포로 다가온다 바퀴마다 털털거리며 발밑으로 지나가는 지하철
빗줄기가 지붕을 후려치면서 그 위에 다시 밤의 장막을 드리운다
나에게는 모든 것이 적대적이고 차갑게만 느껴진다
어둠에 의해 모든 것으로부터 고립되는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 사람들이 원하는 것
그건 이성과 상관 없는 비치볼의 탄성과 같은 것
몸통의 껍데기가 온통 겁을 먹은 듯 떨리는 낡은 기억들이 공이 되어 발밑에 와 뒹군다
삶은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감춘다 자신들이 내는 소음에 파묻혀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
사람들로 쑨 거대한 밀가루 반죽
잠이라는 거대한 미지의 꿈속으로 달려가 빵을 굽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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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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