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들과 시작한 여행
여행 첫째 날, 일행은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이곳 목포까지 내려온 터였다. 모 기업의 연구소 직원 몇 명이 야유회 삼아 이번 패키지 여행에 참가했고, 친구 사이라는 20대 후반 여성까지 모두 열다섯 명 정도가 길동무가 되어 여행을 시작했다.
처음 KTX를 타본다는 어느 여성 참가자들은 쉴 새 없이 귓속말이다. KTX에서도 사이다와 삶은 달걀을 파는지, 뉴스에서 본 것보다 자리가 널찍하고 조용해 좋다는 둥. 그렇게 세 시간이 지나, 아침 8시 25분에 출발한 열차는 11시 40분쯤 목포에 도착했다. (아, 정말 빠르다!)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일행은 다시 버스에 올라 진도로 향했다.  꼭 걸어서 진도대교를 건너야 한다는 가이드의 말에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격파했다는 울돌목(명량해협)의 거센 물결을 바라보며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 대해 얘기도 하고, 구름과 연둣빛 물 오른 푸른 숲에 둘러싸인 운림산방에 젖어 한참을 서 있기도 했다.
기다리던 저녁식사 시간. 목포 유달산 중턱에 자리잡은 멋진 한정식집에서 남도의 맛에 푹 빠진 사람들. 붉은빛 고운 진도의 홍주 한 잔을 반주 삼아, 고릿한 냄새 끝내주는 홍어 삼합을 안주 삼아 여행의 첫날 밤을 즐겼다. 이 밤이 지나고 나면, 내일 보물을 건지러 증도로 간다!
어기여차, 그물을 걷어 올려라
이튿날, 며칠 만에 반가운 햇빛을 만났다. 일찌감치 호텔에서 식사를 마치고 본격 섬여행을 위해 증도로 향했다. 목포에서 한 시간쯤 차를 달려 도착한 곳은 신안군 지도읍의 지신개선착장. 여기서 다시 배를 타고 10여 분을 가야 증도에 닿는다. 증도는 신안군에 속한 800여 개의 섬 중 하나지만 아주 특별한 별명을 가지고 있다. 바로 ‘보물섬’이다. 1976년부터 10여 년에 걸쳐 신안 해저 유물을 건져 올린 곳이 바로 증도 앞바다이기 때문이다. 당시 유물 인양에는 이곳 방축리 마을 사람이 대거 참여했다.
“엄∼청났응께. 그륵(그릇)에 도자기에 금까정 한가득 있었지라. 혹간 보물을 몰래 건져 올려 숨겨놓다가 발각돼 철창 신세를 진 사람도 많지라우. 허허허!”
 마을 어르신이 보물 인양에 대한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일행은 숭어잡이를 위해 증도 금산마을의 터줏대감 김정석 씨의 배에 올라탔다. 봄의 한가운데인 지금이 숭어철이라더니. 아니나 다를까 성질 급한 숭어들이 배 주위에서 툭툭 튀어 오른다. 숭어 낚시라기보다 곳곳에 쳐둔 그물을 걷어올리는 작업인데, 밀물 때 작은 섬들 사이로 그물을 쳐 두었다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한 고기들을 잡아 올리는 것이다.
첫 번째 부표 발견. 모두 함께 힘을 합쳐 그물을 끌어올리니 숭어며 농어가 그물에 한 가득이다. 어른 팔뚝만 한 게 대부분. 다들 신났다. 초보 어부들은 이리저리 파도를 헤치고 다니며 그물을 끌어올렸다. “아, 이젠 저 녀석들을 맛보고 싶은데.” 누군가의 외침에 또다시 우르르. 배를 돌려 뭍으로 향하고는 김 선장의 아내를 졸라 농어 몇 마리를 회 뜬다. 새콤한 초고추장에 찍어 한 입씩 맛보고는 또 감탄. 금빛 출렁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금방 잡아 올린 회 한 점, 소주 한 잔에 다들 행복해한다.
사실 증도는 아직 여행지로 잘 가꿔진 곳은 아니다. 여행자를 위한 숙박 시설이나 음식점이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더 매력 있기도 하다. 사람들은 순박하고 바다에는 고기가 한가득이며 모래는 깨끗하다.
한 가지 더, 며칠 전 신안군에서 새로 들여놓았다는 자전거를 빌려타고 하이킹을 떠나기로 했다. 면사무소에서 출발해 마을을 가로질러 우전해수욕장 송림을 돌아오는 길이 4km. 짧지 않은 이 길이 행복했던 것은 영화 세트 같은 길과 바람에 출렁이는 보리밭, 젤리처럼 말랑거리는 바다로 난 길고 긴 나무다리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예쁜 풍경을 함께 나누며 낯설게 여행을 시작했던 사람들은 서로 친구가 됐다.
▒ Infomation
여행 기간 매주 금, 토 출발(1박 2일)
비용 어른 18만9000원
숙소 모텔급
식사 짚불고기, 해물탕, 해장국, 현지식 제공
주요 일정
1일▶KTX 목포역→임자도→갯벌체험, 갯바위 낚시
2일▶증도→백합 캐기, 독살체험, 머드체험→자전거 하이킹
염전체험→증도 출발
문의 02-2279-5956 www.soltour.co.kr |
▒ 추천 패키지 상품 임자도ㆍ증도 with
솔항공여행사
이틀 동안 섬에 푹 파묻혀 지낼 수 있는 상품. 신안군의 임자도와 증도를 하루씩 둘러보며 다채로운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식사와 잠자리도 수준급.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어서 아직 오염되지 않은 소박한 섬여행을 즐길 수 있다. |
▒ 인터뷰 박지희(30),송현주(29)
"부담 없는 패키지 여행, 편한데요"
패키지 여행은 처음이에요. 지금까지 별로 기회가 없다가 회사 사람들과 함께 패키지 여행에 참가해 보기로 했죠. 사실 자유여행을 떠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잖아요. 이번처럼 섬에 들어가려 해도 뱃시간, 차편, 섬에서 어떻게 놀아야 하나 등 세세한 부분까지 계획을 세워야 낭비하는 시간이 없지요. 패키지의 장점은 바로 그런 것 같아요. 다 알아서 준비해주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만 하면 되잖아요. 게다가 친절한 설명도 곁들여 주니 그냥 지나칠 수 있던 것도 알고 보게 되고요. 암튼 무척이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음식 말이에요. 다들 괜찮다고는 하는데 조금 입맛에 안 맞는 것도 있더라고요. 음식을 선택할 수 없는 것이 조금 불편했어요. 발췌 : 애니카라이프 > 데이트 코스 | |
여행지안내 (운영자 : 약초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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