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박 여행은 장거리 여행지 몇 곳을 한꺼번에 돌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성차밭, 낙안읍성, 선암사… 이름만 들어도 가고 싶은 곳을 하루에 다녀왔다.
광화문 대로 옆.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에 하나 둘 짝을 이룬 사람들이 모여든다.
PM 10:40 조금은 들뜬 열기가 거리를 떠돈다. 모자를 가방에 매달거나 손에 들고 혹은 머리에 쓴 사람들이 빠르게 다가온다. “녹차밭 가죠?” 암호명은 ‘보성녹차밭’, 맞다. 길가에 관광버스가 서 있다.
PM 11:00 드디어 출발. 차 안이 시끌시끌하다. 45인승 버스가 꽉 찼다. 가이드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린다. 소풍 나온 아이들이 선생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듯 가이드의 설명을 열심히 듣는다. 젊은 연인, 중년의 부부, 가족, 친구 등 다양한 사람이 콩깍지 속의 콩처럼 앉아 있다.
“보성까지 다섯 시간 걸립니다. 소등을 할 건데요. 다들 주무시니까 혹 불편한 사항이 있으시면 문자를 보내주세요. 그럼 제가 조처하겠습니다.”
가이드의 이야기가 끝나자 누군가가 큰 소리로 “박수”라고 외친다. 낯선 사람이 모였지만 분위기가 따뜻하다. 보통 무박 여행은 다섯 시간 이상 걸리는 장거리를 밤 시간에 이동한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새벽이나 아침이기 때문에 하루를 일찍 시작할 수 있어 몇 군데 여행지를 연계해 여유 있게 돌아볼 수 있다.
적은 비용으로 1.5배 데이트 효과를 본다
AM 4:30 보성 율포해변, “다 왔어!” 하는 말에 반가움과 피곤함이 묻어 있다. 아직 밖은 어둡다. 가이드가 여행 일정을 다시 꼼꼼하게 설명한다.
AM 5:30 녹차해수탕에 몸을 담근다. 해수탕이 작은데다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려서 복잡하다. 녹차탕에 몸을 담그지 못하고 샤워만 하는 사람이 더 많다. 보성 녹차밭 패키지의 인기를 이곳에서 실감한다.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는 말에 해수탕은 포기하고, 바로 율포해변으로 나온 사람들은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고 있다. 도시의 아침 출근길에 만나는 눈빛이 아니다. 반짝반짝 웃음이 눈에 넘친다.
“자투리 휴일이 생기거나 주말을 내내 빈둥거리기는 싫어요. 여행을 하고 싶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해요. 인터넷에 넘쳐나는 수많은 정보는 믿을 수가 없어요. 특히 지방 대중교통 정보는 거의 없죠. 어디서 타고 어디서 내려야 할지 막막하거든요. 이런 때 패키지를 이용하면 편리하죠.”
한송이·김보라 씨가 이번 여행을 오게 된 동기다. 그녀들은 바다를 등지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다.
AM 7:10 율포해수욕장 근처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바지락국백반이다. 아침이라 입 안이 깔깔한지 다들 음식을 많이 남겼다.
AM 8:00 드디어 녹차밭으로 출발. 차밭 입구의 삼나무가 반긴다. 사람들 얼굴에 기분 좋은 푸른빛이 감돈다. 녹차밭이 산자락을 따라 꼭대기까지 아지랑이처럼 펼쳐진다. 연인이 긴 고랑을 따라 앞뒤로 손을 잡고 걷는다. 삼나무 숲이 안개에 젖는다.
팔짱 낀 양병철·김설미 씨 커플이 눈에 띈다. 지난 겨울에 양떼목장 패키지를 다녀온 후 이번 여행을 오게 되었다고.
“서울에서 영화 보고 밥 먹는 데이트 비용에 1.5배 정도만 더 부담하면 좋은 여행을 할 수 있어요. 금요일 낮에는 일하고 밤에 떠나면 토요일을 알뜰하게 여행할 수 있죠. 일요일은 피곤하니까 쉬고요. 무박이 딱 좋은 것 같아요. 직장 생활하면서 여행 준비하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패키지 여행이 좋아요.”
인터뷰 중에도 손을 꼭 잡은 두 사람는 말하는 중에도 서로를 시선에서 놓지 않는다. 이동 시간만 다른 사람들과 차 안에서 함께할 뿐, 자유롭게 다닐 수 있으므로 데이트에 방해받지 않는다.
장거리 여행 운전 부담이 없다
AM 11:00 낙안읍성 도착.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진다. 지난 가을에 인 지붕이 적당하게 바래서 초가집들이 운치 있다. 집 앞에 과실수가 심겨 있어 더 따뜻해 보인다. 비가 오려는지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린다. 바람에 비냄새가 풍긴다.
PM 12:40 점심을 먹으면서 동동주를 한 잔 마신다. 빗방울이 굵어지면서 동동주 맛도 진하다. 가족끼리 단란하게 앉아서 동동주를 마신다. “여행은 자주 다니는데, 운전하는 게 어려워요. 몇 시간 달리고 나면 눈이 뻑뻑해. 가볍게 술 한잔하고 싶어도 못하니까 재미가 없어요. 패키지 여행은 우선 운전을 안 해서 좋지. 이렇게 막걸리 한잔 마실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 더 좋고요.”
PM 01:30 비 내리는 선암사는 꽃길이다. 벚꽃 지는 자리마다 꽃잎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사람들이 꽃 진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마지막 여행의 피곤이 꽃비에 씻긴다.
녹차밭에서 주어진 시간은 1시간 40분, 낙안읍성 1시간, 선암사 1시간 30여 분. 돌아보는 시간이 빠듯하지 않을까 했는데, 찬찬히 돌아볼 수 있었다. 비용 대비해 아깝지 않은 알찬 여행이다.
▒ Infomation 여행 기간 6월 5일까지 매주 토·일요일 출발(무박 2일) 비용 어른 5만5000원, 어린이 4만9000원 식사 현지식으로 조·중식 제공 주요 일정
1일▶23:00 전용 버스 서울 출발
2일▶04:00 율포해변 도착(녹차해수탕 개별 이용 할인가 1인 4000원)→조식→보성차밭→낙안읍성→중식→조계산 선암사→서울로 출발 문의 1588-8526
www.webtour.com적은 비용으로 1.5배 데이트 효과를 본다
▒ 추천 패키지 상품 보성차밭ㆍ낙안읍성ㆍ선암사 with
웹투어
초록 물결이 넘실대는 요즈음 많은 사람이 가고 싶어 하는 여행지만 뽑아서 만든 프로그램. CF '수녀와 비구니' 촬영지로 유명한
보성의 대한다원에서 삼나무 가로수 길과 차 향 가득한 차밭을 거닐어 보고 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 조선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드라마
<대장금> <허준> <춘향전> 촬영지로 유명한 곳. 선암사 마당은 철쭉, 영산홍 등 다양한 꽃이
피어서 멋진 광경을 이룬다. 영화 <취화선> <동승>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여행지안내 (운영자 : 약초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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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0:40 조금은 들뜬 열기가 거리를 떠돈다. 모자를 가방에 매달거나 손에 들고 혹은 머리에 쓴 사람들이 빠르게 다가온다. “녹차밭 가죠?” 암호명은 ‘보성녹차밭’, 맞다. 길가에 관광버스가 서 있다.
AM 4:30 보성 율포해변, “다 왔어!” 하는 말에 반가움과 피곤함이 묻어 있다. 아직 밖은 어둡다. 가이드가 여행 일정을 다시 꼼꼼하게 설명한다.
AM 11:00 낙안읍성 도착.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진다. 지난 가을에 인 지붕이 적당하게 바래서 초가집들이 운치 있다. 집 앞에 과실수가 심겨 있어 더 따뜻해 보인다. 비가 오려는지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린다. 바람에 비냄새가 풍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