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럭의 입질이 한창이다. 우럭을 낚기 위해 채비를 챙겨 인천 만석항을 찾았다. 푸른 바다 한가운데에서 펼쳐질 우럭의 향연을 기대하면서. 
인천 월미도를 뒤로하고 만석고가를 넘어 두 번째 신호등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만석항 입구다. 해마다 5월이면 우럭을 쫓는 낚시꾼의 주요 활동 무대가 되는 곳 중 하나다. 우럭을 낚기에는 역시 서해안이 제격이다. 동해안보다 어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맘때면 인천에서 충남 태안, 전남 영광에 이르기까지 서해와 맞닿은 포구 어디에서든 우럭을 쫓는 낚싯배의 출항을 기대할 수 있다. 인천에서는 남항과 만석항에서 배가 뜬다. 남항은 낚싯배뿐 아니라 유람선도 출항하기 때문에 나들이를 겸해 낚시를 하기에 적당한 반면, 만석항은 주로 정원 15명 안팎의 우럭 전문 낚싯배가 많아 초보자든 전문가든 ‘짜릿한 손맛’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은 이들이 찾는 편이다. 우럭 맛을 보기로 작정하고 길을 나섰으니 만석항을 목적지로 정한 것은 괜찮은 선택이었던 셈이다.
[AM 4:30] 설렘
 새벽 어둠이 채 걷히지 않았지만 10여 곳의 낚시 가게들이 밝힌 불빛으로 포구 초입은 이미 환했다.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이 승선 채비를 하느라 분주한 터라 활기도 넘쳤다. 그 활력을 공유하고 싶어졌다. 미끼로 쓸 청갯지렁이와 미꾸라지 값을 흥정하다 보니 짜증이 나기보다 지난밤 잠을 설친 탓에 몰려온 피로가 오히려 싹 가시는 듯했다. 평소 같으면 잠에 빠졌거나 술잔과 씨름을 벌였을 시간에 상쾌한 포구의 새벽 공기를 들이마시며 사람들과 부대끼는 재미가 쏠쏠했으니까. 가게 옆으로는 낡은 드럼통으로 만든 ‘불깡’이 자리를 잡았다. 주위에 둘러선 사람들은 앞으로 우럭과 벌일 한바탕 승부를 두고 각자 예상과 분석을 쏟아냈다. 그 열기가 장작불의 뜨거움을 압도했다. 모여든 사람들은 공통의 적을 가진 아군처럼 남녀노소 불문하고 순식간에 ‘전우’가 됐다. 한 배를 타야 할 운명이니 한시라도 빨리 친해지는 것이 당연할는지도 모르겠다.
장비는 간단하다. 릴을 장착한 우럭 전용 경질 낚싯대, 쌍바늘과 80호의 봉돌을 매달 채비(바늘과 봉돌을 매달도록 만든 지지대), 미끼만 있으면 된다. 채비와 봉돌은 각 10개, 미끼는 한 움큼 정도만 준비하면 하루를 즐길 수 있다. 낚싯대가 없다고 걱정하지 말자. 2,000원이면 가게에서 얼레를 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레를 이용하는 일명 ‘얼낚’으로도 우럭을 잡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손가락 끝에 신경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손맛을 느끼기에 더욱 적당할 듯싶다.
만석부두는 서너 척의 배가 양쪽으로 간신히 정박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규모다. 수많은 고깃배가 꼬리를 물고 늘어선 번잡한 항구 풍경을 상상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작고 아담한 부두는 은근한 매력이 있다. 맑고 차가운 공기를 품은 서해를 배경으로 스무 척 가량의 낚싯배가 손님을 태우기 위해 바다 위에 점점이 대기하고 있는 광경이란….
“신북호 손님들 어서 타요!” 오늘 탈 배가 부두에 닿았다. 승선을 재촉하는 선장의 목소리가 흥을 돋우고, 그 장단에 맞춰 배에 오르는 사람들은 설렘과 기대를 마음껏 표현했다. 배가 부두를 떠날 때쯤, 사람들의 표정만큼이나 환한 태양이 수평선 멀리 고개를 내밀었다. 모처럼의 바다 냄새가 결코 비릿하지 않았다.
[AM 5:00] 출항 
어깨를 나란히 하고 바다로 나아가는 낚싯배들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뱃머리는 파도를 부수고, 뒷전에선 스크루가 수면을 부순다. 줄을 묶고, 바늘을 꿰고, 봉돌을 매달고, 미끼를 끼우고…. 일전을 앞둔 사람들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분주한 사람은 그들뿐이 아니었다. 배 안의 살림을 책임(?)지는 ‘안주인’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아침을 걸렀을 손님들에게 라면을 끓여내느라 정신이 없다. 꼬들꼬들하지도, 그렇다고 불지도 않게, 짜지도 싱겁지도 않게 20인분을 만들어내려니 몸과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겠다. 아침부터 웬 라면이냐고? 그건 그 맛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푸른 바다 한가운데에서, 그것도 선상에 쪼그리고 앉아 소주 한잔 곁들이며 먹는 ‘아침 라면’의 맛은 한마디로 ‘죽여준다’. 뜨거운 국물과 소주 기운으로 몸이 달아오르고 그럴수록 바다와 라면, 소주의 조화로운 감상이 더욱 깊어진다.
그 감상이 깨진 것은 눈앞에 팔미도의 등대가 우뚝 다가왔을 때였다. 팔미도의 등대는 무려 100년 전부터 뱃길을 밝혀오면서 인천항의 역사를 고스란히 지켜보았다. 수많은 사람이 저 등대에 의지해 방향을 찾았을 것을 생각하니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등대는 이미 등대 이상인 듯했다. 최근에는 기념관도 들어섰다.
팔미도를 지난 배는 계속 달렸다. 만석항에서 출발하는 배는 주로 두 시간 정도 바다를 달려 덕적도, 영흥도, 승봉도, 이작도, 자월도 등에서 낚시 포인트를 찾는다. ‘신북호’도 영흥도와 자월도 주변을 돌 예정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 녹음을 품은 섬, 그 위를 맴도는 갈매기. 어느 것 하나 놓치기 아까운 풍경이다. 두 시간 남짓한 아름다운 뱃길은 크루즈 여행 저리 가라다. 배 안에 수영장도 없고 먹고 마실 것도 조촐하지만 그 어떤 휘황찬란한 호화 유람선의 항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AM 7:00] 결전
 배가 멈췄다. 멀리 영흥도가 보인다. 인천 앞 바다에서 백령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삐∼’ 한 번 길게 울리는 버저 소리는 낚시 개시를 알리는 신호다. 짙은 안개가 배의 이동을 방해했지만 낚시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준비해온 낚싯대를 드리우는 모습이 일사불란했다. 청갯지렁이와 미꾸라지를 바늘에 끼우고, 추가 바닥에 닿을 때까지 낚싯줄을 푼다. 중요한 것은 고패질(낚싯줄을 5∼10cm 정도로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것). 무엇이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면 낚아채기를 두세 번 반복한다.
사람들은 이물에도 걸터앉고, 고물에도 자리를 폈다. 그리고 정적. 파도에 흔들려 배가 삐걱거리는 소리와 갈매기의 울음소리만이 바다에 울려 퍼지는 듯했다. 15분쯤 흘렀을까, 환호성이 울린다. 드디어 개시였다. 20cm 크기의 중급 우럭이었다. 등지느러미가 곧게 선 녀석은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그것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낚싯대를 힘차게 낚아챈다. 인천에서 부모님과 함께 왔다는 초등학생 김현민 군도 신이 나서 얼레를 감는다. 우럭, 노래미, 삼식이, 광어까지. 순식간에 갑판이 물고기 판이 됐다. 이제 다시 ‘안주인’이 솜씨를 발휘할 때. 도마 위에 생선을 놓고 회를 뜨기 시작했다. “이것 좀 드시고 하셔.” “소주 한 잔 혀.” 쫄깃쫄깃한 우럭회, 담백한 노래미회와 광어회를 놓고 한바탕 선상 파티가 벌어졌다. 술잔이 돌고, 그 술잔을 따라 한 배를 탄 ‘동지’의 정이 서로에게 전해졌다.
다음 포인트는 자월도 앞 바다. 멀리 대이작도와 소이작도, 승봉도를 배경으로 서너 척의 낚싯배가 모여들었다. 배와 배가 가까워지면 “많이 잡았어요?” 하며 서로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 모습이 정겹다. ‘한 배를 탄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함께 바다 위에 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와 닿는 순간이었다. 뭍에서도 이와 같았으면…. 점심 메뉴는 노래미매운탕이다. 밑반찬 몇 가지가 전부지만 그 어느 식탁보다 풍성함이 느껴졌다. 아마도 사람들 때문이리라.
[3:30] 환희와 아쉬 
마지막으로 버저가 두 번 울렸다. 돌아갈 시간이다. 우럭, 노래미 등을 합쳐 오늘 잡은 물고기가 각자 15마리 정도는 된다. 잡은 고기를 아이스박스에 차곡차곡 챙기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만선으로 돌아오는 어부의 뿌듯함 같은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어린 물고기를 다시 놓아주는 아량을 베푸는 맛도 나쁘지 않았다.
배는 영흥도, 팔미도, 월미도 앞 바다를 차례로 지난다. 출항 때의 뱃길이 설렘과 기대로 부풀었다면 돌아오는 뱃길은 풍성한 아이스박스처럼 오늘의 보람과 내일을 위한 준비로 가득 찬 것 같았다. 만석항에 도착할 무렵 맞닥뜨린 석양이 오늘의 흥분을 가라앉혀 준다. 그 석양 아래로 낚싯배는 아침과 반대로 부두에 사람들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곧바로 그곳을 벗어나지 않았다. 만석항 입구의 가게에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며 아쉬움을 달랬다. 낚시와 배 여행. 또 하나의 멋진 추억이 쌓이는 순간이었다.
▒ Tips
인천 만석항 배낚시
우럭낚시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고 채비도 간단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낚싯배는 보통 새벽 5시에 출항하기 때문에 4시 50분까지는 부두에 도착해야 한다. 뱃삯은 1인당 5만원. 배는 오후 3∼4시까지 주요 포인트를 돌고 오후 5시쯤 항구로 돌아온다. 준비할 것은 낚싯대와 쌍바늘 채비와 봉돌. 미끼는 청갯지렁이와 미꾸라지를 쓰는데 합쳐서 1만∼1만5000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가게에서 얼레를 대여할 수 있기 때문에 낚싯대가 없어도 된다. 대여 가격은 2000원 선. 새벽 바닷바람과 오후의 강한 햇볕을 피하기 위해 점퍼나 모자를 준비하자. 출항 전 선크림을 바르는 것도 효과 있다.
[서해안 낚시 포인트] 우럭을 잡으러 어디로 갈까요~
 경기 화성 전곡항 많은 사람이 몰리는 인천 항구의 번잡함과 장거리 승선이 부담스럽다면 화성 전곡항으로 가는 것도 괜찮다. 30분 정도 배를 타고 가면 알짜 포인트가 많기 때문이다. 입파도나 국화도 근처가 주요 포인트. 근거리에 포인트가 있어 가족 나들이객도 많이 찾는다. 오후에 출항하는 낚싯배도 있다.
●화성 전곡항 바다낚시 031-357-4556
충남 당진권 서해안고속도로가 생기면서 급부상한 지역. 왜목포구와 인근의 용무치항, 석문항에서 낚싯배가 출항한다. 국화도와 입파도, 석문방조제 앞 일대가 출조권. 암초가 험하지 않고 낚싯바늘의 걸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초보자에게 적당하다. 낚싯배도 멀리 나가지 않아 편안한 낚시가 가능하다.
●당진 본전낚시 041-352-7878
충남 태안 신진항 사계절 우럭낚시를 하는 곳. 65cm급 국내 공식 최대 우럭을 배출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길산도, 옹도, 흑도 근해가 주요 포인트이고, 잔 씨알에서 60cm급까지 다양하게 낚인다. 신진도 앞의 가의도는 가족과 함께 온 사람들이 둘러볼 만한 곳. 어패류가 많아 조개 줍기도 재미있다. 신진도 방파제와 갯바위에서도 우럭과 노래미 손맛을 볼 수 있다.
●태안 신진도 낚시백화점 041-675-7707
전북 군산권 새만금방조제 공사 후 비응도, 야미도, 신시도를 모두 차량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자가용을 가지고 섬을 찾아 찌낚시로 우럭을 낚을 수 있다. 배낚시는 고군산군도, 흑도 일대에서 주로 이뤄진다.
●군산 K1낚시 011-676-9999
전북 부안 격포항 우럭 출항지의 원조 격이지만 최근에는 그 명성이 퇴색한 느낌이다. 왕등도, 위도 일대가 주요 출조권이며, 수심이 깊고 조류가 빨라 대물과 개우럭을 낚을 수도 있다. 전문 낚시꾼이 주로 찾는다. 위도에서 출항하는 낚싯배도 있다.
●격포 변산낚시 063-584-3656 발췌 : 애니카라이프 > 주말 가족 여행 |
여행지안내 (운영자 : 약초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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