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 그대, 정선
안 명 옥
당신에게 가는 길은 늘 설레인다
순백인 당신을 바라보면 눈부시다
당신은 내 생의 선물처럼
우직하고 믿음직스런 사내 같고
울타리나 뒷배경 되어주는 애인 같다
두통을 넘어서 당신에게 가는 길은
수혈 받으러 가는 마음의 성지 같다
풍경으로만 바라보던 당신을 알아갈수록
당신에 대한 애정이 생긴다
오래 버려둔 당신의 변방의 시간
무성한 숲과 높은 봉우리를 이루었다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한 세계를 성취한
수염이 덥수룩한 내면을 들여다본다
연애가 길어져도 지루하지 않은 건
귀를 씻어주는 바람소리 깊어가는 물소리
세상에서 가장 좋은 냄새는
당신의 숨 냄새
아우라지 물가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은 물소리를 듣다가
당신 품안에 들면 아, 잠들고 싶어진다
넉넉한 당신 마음 안에서
한세상 떠메고 날아온 지친 새는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았다고 지저귀고
도시에선 천천히 걸으면 쓸모없는 취급 받더라며
구름은 명상하듯 천천히 산책한다
저무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라며
가수리 마을 저녁은 노을을 보여준다
능선 많은 당신과 한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만해지고
내 눈빛은 순해지고 당신 향한 손가락은 종유석으로 자란다
당신에게 가는 길은
영혼의 고향으로 가는 것
남은 생은 당신과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고 싶다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이 있는 정선역
기차가 사라질 때까지 배웅해주는 당신이라는 정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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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초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