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에 실린 두 편의 시 올려드립니다^^
한동안 이 시집<나는 이 세상에없는 계절이다>가 절판된 상태라 저 역시 구할수가 없어서
안따까웠습니다. 세계 몇 대 출판강국이라 자부하는 우리나라지만 여전히 시를 읽는 사람이나
시집을 구매하는 비율은 현저히 부족하다고 하니 허전하고 헛헛한 마음입니다
다행히 운이 좋게도 2년간의 절판끝에 올해 5월에 이 시집은 복간이 가능해 졌습니다
저에겐 참으로 귀한 시절을 맞이한 거죠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자신의 첫 시집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귀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추억도 할겸 첫 시집에 실린 두 편의 시를 올려보냅니다.
뜨거웠고 비린 갈피들이 있는 ...
아울러 <좋은 책>에 한달 전 출간한 제 신간 시적몽상에 관한 산문집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 책은 시를 쓰면서 몸에 관해 관심을가져온 제 몽상과 미학들을 모아본 책입니다
조금 어렵다고 느끼실수도 있겠지만 서두르지 않고 호흡을 따라가다보면 제가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시적질감의 문장들을 만나보실수 있을걸 생각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외계
-김경주
양팔이 없이 태어난 그는 바람만을 그리는 화가畵家였다
입에 붓을 물고 아무도 모르는 바람들을
그는 종이에 그려 넣었다
사람들은 그가 그린 그림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붓은 아이의 부드러운 숨소리를 내며
아주 먼 곳까지 흘러갔다 오곤 했다
그림이 되지 않으면
절벽으로 기어 올라가 그는 몇 달씩 입을 벌렸다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색色 하나를 찾기 위해
눈 속 깊은 곳으로 어두운 화산을 내려 보내곤 하였다
그는, 자궁 안에 두고 온
자신의 두 손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기미幾微
― 리안에게
-김경주
황혼에 대한 안목眼目은 내 눈의 무늬로 이야기하겠다 당신이 가진 사이와 당신을 가진 사이의 무늬라고 이야기하겠다
죽은 나무 속에 사는 방房과 죽은 새 속에 사는 골목 사이에 바람의 인연이 있다 내가 당신을 만나 놓친 고요라고 하겠다 거리를 저녁의 냄새로 물들이는 바람과 사람을 시간의 기면으로 물들이는 서러움. 여기서 바람은 고아孤兒라는 말을 쓰겠다
내가 버린 자전거들과 내가 잃어버린 자전거들 사이에 우리를 태운 내부가 잘 다스려지고 있다 귀가 없는 새들이 눈처럼 떨어지고 바다 속에 내리는 흰 눈들이 물빛을 버린다 그런 날 눈을 꾹 참고 사랑을 집에 데려간 적이 있다고 하겠다
구름이 붉은 위胃를 산문山門에 걸쳐놓는다 어떤 쓸쓸한 자전 위에 누워 지구와의 인연을 생각한다고 하겠다 눈의 음정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별의 무렵이라고 하겠다
내리는 눈 속의 물소리가 어둡다 겨울엔 눈[目] 안의 물결이 더 어두워지는 무렵이어서 오늘도 당신이 서서 잠든 고요는 제 깊은 불구로 돌아가고 싶겠다 돌의 비늘들과 돌 속의 그늘이 만나서 캄캄하게 젖는 사이라고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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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초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