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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5-05-12 13:46:48, 조회 : 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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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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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박승류

가위를 들고 시간을 자른다
가위는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린다
소리도 숨어들었다

가위가 아니라 칼이라고 했다
칼이 아닌 종이라고 했다
칼도 종이도 아닌 도장이라고 했다

잘린 그들이 잠깐씩 보였다
잘리지 않아 민망스러운 나머지가
얼른 그들을 외면했다

무사, 재단사, 요리사, 도축사 ·······,

범인은 오리무중을 몰랐지만
언제나 주변이 오리무중을 선호했다
오리무중은 어떨까,

개론은 그 시점에 등장한다
괄호 열고 총론을 더하고 각론은
잊어도 좋다, 괄호는

짝사랑으로 늘 마음을 졸인다
영양사라고?
졸이는 것은 줄이는 것, 재단사라고?

손목에서 주머니로 다시 가방으로
범인은 도피처를 옮겼다
옮기는 와중에도 계속 잘랐다

낭자한 선혈은 보이지 않았으나
잘린 머리는 늘어났다
사람에게서 기어이 이승을 자르고

멈췄다 잘린 사람의 기억에서
영원히 또는 잠시, 선택을 고민하는

경북 안동 출생
2007년《우리시》신인상 당선
시마을 <숲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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