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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5-06-08 11:08:28, 조회 :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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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을 넘기며

이종원

오로지 하나
주낙과 그물에 통발까지
벽에 걸린 물살을 밟고 다닌 기억만 선뜻하다
찢어진 발뒤꿈치
바다에서 걸어 나와 뭍에 오르고
신작로를 건너 하늘까지
얽히고설킨 숫자들의 조합으로
그물을 들어 올렸을 때
상처뿐인 어구, 빈 월척처럼
삶은 후두두 뱃전을 때리고 간다

가련한 숫자들을 엮어
동아줄을 삼으려 인연을 각인한다
밤과 낮을 폭탄주로 섞어 어언 삼십일
모자란 시간을 모래처럼 쥐고
허공을 쫓아간 기억이 있다

비몽사몽 간 환청을 지우며
초심으로 돌아가려 휘리릭, 희망 한 가닥
흩어진 숫자를 모아 아침 식탁을 차려놓는다
새로 매단 출항이란 이름표
승패를 떠나 삶을 기록할 뿐이다

높은 파도여 물러서 있거라
어젯밤 조문(弔問)을 마지막으로
바늘과 통발 그물로 갈아입고
또 한 장의 바다에 몸을 던지러 간다

1960년 경기 평택출생
단국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2013년 <시와사람> 등단
시마을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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