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1月 19日
정문에서 문자가 왔다. 쿠폰 찍으려고 하니 본보기가 맞는지 와서 보라는 확인문자였다. 압량에서 커피 두잔 뽑아 들렀다. 사장님께서는 몇 달 전부터 대구 모 카페에서 커피 관련 교육을 받는다. 거기서 가져온 커피인 것 같다. 한잔 맛보기로 준다. 게야샤다. 사장님은 게이샤커피인지 아리차커피인지 모른다. 거저 특별한 커피인 것만 알고 있다. 향이 특이해서 젊은 사람이나 기존의 커피에 질린 분께는 충분히 산뜻한 입맛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한두 잔이면 충분하다. 자주 마시면 오히려 더 질린다. 향 커피에 극찬을 하셨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사람은 향에 민감하고 반응 또한 빠르다. 우리가 늘 갖는 이국의 향에 말이다. 김치 냄새나 된장 냄새는 어떨까 나는 오히려 커피 냄새보다 이 김치 냄새나 된장 냄새에 더 민감하다. 먹고 사는 일인데 먹는 것에 늘 신경 쓰면서도 먹지 못하니 구수한 밥 냄새와 더불어 더 좋은 냄새가 있을까!*[각주]
오전, 우드 테일러스 카페 사장님과 사모님께서 오셨다. 부가세 신고에 관해서 궁금한 게 있었다. 세무서에서 받은 쪽지에 가볍게 적어 드렸다. 간이과세라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말씀드렸다. 처음 오셨을 때는 기장에 관해서 부담되셨던 것 같다. 이것저것 물어보시기에 친절히 답했다. 본부장님 커피 한잔 살게요? 하시기에 얼른 본점으로 가 케냐 커피 한잔 마셨다. 고르곤졸라 피자 한 판 주문하셨는데 점심이었다.
은행에서 전화가 왔다. 대출금 연장에 관한 서류작성을 했으면 하는 전화였다. 얼른 다녀오기는 했지만 다녀오고 나서 한 시간 좀 지났을까! 또 전화가 왔다. 부가세 신고에 관한 자료 증빙인데 14년도 상반기는 끊으면 나올 수 있을 거라며 그것도 부탁한다. 나는 속으로 또 서류를 준비해야 하나! 구시렁거리기도 했는데 겉으로 말은 친절히 끊어 드리겠다고 했다. 지금은 일하고 있어 갈 수 없으니 내일 아침 일찍 세무서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오후 압량에 있었다. 하도 문을 많이 닫아서 그런지 손님은 없다. 하지만 가끔 띄엄띄엄 오시는 분 있었는데 모두 처음 오신 분이었다. 모두 문 열었나 싶어 안을 기웃거리다가 문을 열었는데 문마저 무거워 억지 힘쓰는 모습에 문 열어드리니 오히려 더 놀라신다. 두 시에서 다섯까지 있었는데 모두 3명 왔다.
조그마한 반찬 통에 든
닭강정
한 젓가락 집는다
참 우주는 넓다
사동 마감보고 정의와 함께 퇴근한다. 정의는 오늘 일진이 별로 좋지 않은가보다. 아침에 물 담는 디스펜스기를 깨뜨렸다고 얘기한다. 조금은 상심인 듯 목소리에 힘이 없다. 괜한 신경 쓰지 마라! 정의야 이미 지나간 일 후회하면 뭐하겠니! 그냥 잊으라고 한마디 했다.* [각주]
본점 마감보고 나올 때였다. 성택이 한마디 한다. 볶은 콩 사러 오신 손님이다. 아주 예뻤다고 얘기한다. 드립 한잔 서비스 해드렸다고 했다. 그러니까 바깥에서 식사하시려다가 카페에 머물다 가셨다고 했다. 웃으면서 한마디 했다. 친절하게만 하시게!
각주]
오늘 읽은 내용이다. 공부 삼아 적어 놓는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선비가 도에 뜻을 두면서, 허름한 옷과 나쁜 음식을 부끄러워한다면 더불어 논의할 만한 가치가 없다.”
子曰 “士志於道, 而恥惡衣惡食者, 未足與議也.”
*논어에 있는 말이다. 오늘 읽었던 내용이라 거저 공부 삼아 적어본다. 애공이 재아에게 사社(토지를 관장하는 신을 제사지내는 곳)로 쓸 나무에 대해서 물었다. 재아가 대답했다. “하후씨는 소나무를 썼고, 은나라 사람은 잣나무를 썼으며, 주나라 사람은 밤나무를 썼으니 백성들로 하여금 전율케 하려는 뜻이라고 합니다.”
공자께서 이 말을 듣고(재아를 꾸짖으며) 말씀하셨다.
“이루어진 일은 해명하지 않고, 끝마친 일은 따지지 않으며, 이미 지나간 일은 추궁하지 않는다.”
鵲巢李鎬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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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