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1月 29日
압량 조감도 카페, 분위기 쇄신했다. 로스터기를 들어내어 남매지에 자리 잡은 카페 오션에 설치했다. 그러니까 빈자리만큼 공간의 여유가 생겼다. 앞으로는 본점에서 볶은 커피를 가져다 놓아야 한다. 경기만 괜찮다면 로스터기를 놓아두고 싶지만, 똑같은 기계를 몇 대씩 가진 것은 부담이다. 중고 필요하신 분 있어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가게 앞에 에어간판을 설치했다. 당분간 아메리카노 이천 원에 팔 것이다. 물론 현금결제 한에서만 시행하며 카드는 포스에 정한 금액으로 판매한다. 고객의 반응이 괜찮다면 계속 이을 것이다.
날씨가 꽤 끄무레하더니만 오후부터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보이기 시작했다. 천만다행 한 것은 이곳 경산은 눈이 아니라 비가 온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에는 특히 강원도에는 눈이 내리는 일이 많아 자영업자는 어떻게 사나 하는 생각 들 때가 많다.
사동 분점에 다녀왔다. 커피 배송이었다. 마침 점장께서 기계 청소 부탁하시기에 샤워 망을 이미 소독한 것으로 교체해 드렸다. 서 부장도 물론 할 수 있는 일이나 직접 교체하며 일의 요령을 상세히 설명했다. 하나는 직접 갈며 또 하나는 서 부장이 교체했다.
점장과는 지인 와 계시어 별달리 말씀을 못 나누었다. 오후 늦게 전화가 왔다. 아까 아는 손님이라서 대접을 못 해 죄송하다는 말씀이었다. 늦게나마 이렇게 또 전화해 주시니 도로 감사했다. 여기서 사동 조감도에 잠시 들러 영업상황을 지켜보았다. 사동 조감도는 사동 분점에서 바라보면 꽤 멀다. 사동 분점의 영업에는 크게 영향이 가거나 하지는 않는다. 실질적으로 사동 조감도 개점과 더불어 분점의 매출에 영향을 준 것은 없다. 사동을 가로지르는 월드컵대로 연장선이 커피 소비계층을 분리해놓는다. 그러니까 여기는 경산 분도 많이 찾으시나 대구 사람이 많다. 바깥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많이 오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우산 없이도 걸을 수 있을 정도의 양이다. 가게에는 손님이 띄엄띄엄 오시어 주방은 적당히 바빠 보인다. 서 부장과 함께 자리 앉아 드립 커피 한잔 마시며 잠시 쉬었다. 영업상황을 보는 것도 본부장의 일이다.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해야 한다. 거저 어떤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다. 그러니까 고객의 오가시는 반응과 어떤 메뉴를 선택하시는지 한 시간에 몇 명이 오시는지 등 분위기를 보는 것이다. 서 부장과 함께 앉아 어떤 대화를 주고받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 사이 구미에 사는 친구가 전화가 왔는데 구미 분위기를 전했다.
오후 6시 압량 가기 전이다. 저녁을 먹기 위해 집에 잠깐 들렀다. 맏이가 집에 있다. 둘째는 개학해서 학교에 있거나 체육관에 있을 시간이다. 맏이는 아침에도 점심때에도 오후 이 늦은 시간에도 집에 있으니 보기에 좋지가 않았다. 책 보는 것도 아니라서 더욱 보기에 좋지 않았다. 책을 읽을 때마다 사람의 인성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지만, 정녕 아들을 가르치기에는 너무 어렵다. 책을 읽고 깨닫는 만큼 깊이가 생기니 더 어려워 보이는 거다. 어린아이가 고전을 읽는다고 깨달을 나이도 아니며 고전을 좋아할 나이도 아니다. 요즘 고전을 읽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문경지교라는 말뜻을 알게 되었다. 사마천의 사기, “염파, 인상여 열전”에 나오는 말로 서로를 위해서라면 목이 잘린다 해도 후회하지 않을 정도의 사이다. 사기는 춘추전국시대의 시대상을 읽어볼 수 있어 참 좋은 책이다. 나라와 나라 사이 나라와 신하와의 관계 신하와 신하 등 어느 것 하나라도 미묘한 관계에 어찌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인간의 오묘한 감정을 다 실어놓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 싶다. 그러니까 인상여는 조나라의 신하다. 그때 당시 진나라는 아주 강했는데 진나라 군주가 화씨벽(일종의 옥)을 너무 탐내자 사신으로 갔다가 유연한 말솜씨로 나라와 옥까지 모두 구하게 되어 재상에 오른다. 하지만 당시 조나라의 중요 직책을 맡은 염파라는 장군은 인상여의 초고속 승진에 탐탁지 않았다. 더구나 그는 미천한 하인 출신이라 더욱 속상한 일이었다. 그래서 염파는 언제 인상여를 보면 욕보이고 말겠다고 떠들며 다녔는데 오히려 인상여는 염파를 피해 다녔다. 그러자 인상여의 하인이 왜 피해 다니느냐고 묻자. 지금 진나라가 강하다. 진나라가 우리 조나라를 범하지 못한 이유는 나(인상여)와 염파, 즉 두 호랑이가 버티고 있으니 못 덤비는 게 아닌가! 지금 우리 둘이 싸운다면 나라가 어찌 되겠느냐고 했다. 이 말이 흘러 염파에게 닿았다. 염파는 회초리를 들고 인상여를 찾아와 조아린다. 그래서 두 사람은 목을 내놓아도 아끼지 않는 친구사이가 되었다는 말이다.
관포지교라는 말도 있다. 이 말은 흔히 아는 말이라 지면이 아까워 따로 적지는 않겠다. 그래도 간단히 적자면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말로 관중과 포숙아의 관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말도 절친한 친구사이를 뜻한다.
방금 수상한 사람이 다녀갔다. 여기 카페 맞아요? 넌지시 묻고는 그냥 썩 가버린다. 그러고는 바깥에 내놓은 에어간판을 한번 둘러보고 간다. 가격 낮췄다고 해서 손님이 오는 것도 아니지만, 주위 카페의 장께 신경 쓰이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모자 쓰고 들어와서는 좀 삐딱한 어투로 내뱉은 말에 심상치 않았다.
에어간판은 지금 커피 내린 가격으로 125잔이다. 병사로 말하자면 소총이나 다름없지만 저리 비싼 소총은 없을 것이다. 밤에 내놓기에는 석연치 않다.
팔공산에서 전화가 왔다. 기계 밑바닥에 물이 샌다며 사진을 여러 장 보내왔다. 이리저리 보아도 정상으로 보인다. 전에도 몇 번 고장이 나서 들리기도 했지만 기계에 대해서 너무 민감하다. 장비가격이 높고 수리가 어려우니 조심스러운 것은 좋으나 너무 조심스럽다보니 오히려 폐가 되는 수도 있다. 전에 밀양이었다. 말끔히 청소하다가 그만 물이 pcb에 밀려들어가는 바람에 수리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간 사례도 있었다. 통화상담이 끝난 뒤 경쟁업체인 외국 브랜드, 모모카페 개업했느냐고 문자드리니 개업했다고 한다. 문제는 개업한 카페 뒤, 새로 짓는 건물이 더 있었는데 그것도 카페다. 이 카페가 개업하고 나면 문제가 많이 다를 거라며 문자 주신다. 점장님들이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鵲巢李鎬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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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