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1月 23日
사동에서 커피를 내렸다. 케냐다. 이른 아침, 보통 때라면 개장하고 직원과 함께 청소하고 난 후, 배 선생이나 아니면 점장께서 내려 준 커피를 한 잔 마셨을 것이다. 매장 안에는 아무도 없다. 포터에 물을 담고 끓인다. 창밖에 새로 지은 사동 고등학교 건물이 또렷하게 보인다. 아마! 올해부터는 학생을 받는다지. 다까히로 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담고 분쇄기에 커피를 넣어 갈며 분쇄한 커피를 종이필터에다가 한 옴큼 움켜잡고 서버 위에다가 올려놓는다. 조심스럽게 물방울 한 방울 한 방울 떨어뜨린다. 커피 향이 코끝 닿는다. 케냐? 케냐면 까만 얼굴에 하얀 분바르며 새의 깃을 머리에 단 추장이 떠오른다. 추장을 생각한 것은 얼마 전에 개업한 카페, ‘케냐’의 로고다. 전에 조감도에서 창업상담을 가졌던 분이다. 개업하고 나서 한 번 찾아뵙고 인사드린 적 있다. 이 집 로고 참 예쁘다. 예뻐서 머리에 떠오른다. 어느새 한 잔의 커피를 내렸다. 한 모금 마신다. 역시 케냐는 다르다. 아침 카페인이 쏙 빠진 허름한 카페 인(人)속에 다시 하얗게 원기를 불어넣는다.
부가세 신고기간이라 그런지는 모르겠다. 소비가 많이 위축된 거만은 틀림없다. 아니 벌써 ‘설’ 대목 타는 것인가! 바깥에 유통시장도 안의 소비도 뜸하다. 오늘은 진량과 병원만 커피 주문뿐이었다. 날씨는 여전히 춥지만,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렇게 하늘이 차갑다거나 땡땡한 얼음장 보듯 하지는 않았다. 뭔가 봄이 움트는 느낌이 들었다.
오 선생은 압량에 다녀왔다. 가게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메뉴판을 바꿔야 했다. 이곳은 비수기와 방학기간이 겹쳐 매출은 전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렇다고 당장 문 닫을 것이 아니면 이상을 가져야 한다. 개학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위해서라도 준비해야 한다. 바깥에 내세울 광고판을 제작해야겠다며 서로 의논을 가졌다. 당분간은 아메리카노 행사가격으로 2,000원으로 정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간 불필요했던 전자레인지를 들어내었다. 종이컵과 뚜껑 놓아두는 바구니를 새로 샀다. 손님께서 넣어둔 쿠폰 상자가 있다. 그 상자를 놓아두는 상 바(bar) 위도 새로이 정리했다. 그러니까 더치커피 뽑는 기구를 우측 끝까지 붙여 예전에 지저분했던 소쿠리를 없앴으며 좌측 주문받는 상 바(bar)는 냅킨과 빨대만 놓을 수 있게 정리하였다. 손님께서 쉽게 집을 수 있도록 명함은 메뉴판 바로 앞에 놓아두었다. 내가 쓴 책은 모두 한곳에 수북이 쌓아두고 그 위에 커피 그라인더(핸드밀) 올려놓아 공간미를 자아냈다.
공자께서 하신 말씀이다. “사람이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 근심이 있다.”*고 했다. 현실은 암담하고 그지없다. 불안한 세계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 먼 곳을 바라보지 못하면 희망은 없으며 희망이 없으면 당장 일할 의욕이 상실된다. 걸어 다닐 수 있으면 젊은 것이고 젊음이 있다면 꿈을 저버리면 안 된다. 계획하고 실천하고 실행해서 결과를 지켜보며 다시 수정해서 바로 잡아 나가야 한다. 압량은 예전처럼 다시 돌아올 것이다.
1월 하순 난로가 앉아 있으면
허벅지 후끈해서 도로 물리니
물리고 나면 바짝 오그라든다.
붉은 열 꽃 쐬면서 한 달 또 한 달
사동은 소파가 새로 들어왔다. 모두 10개다. 소파는 고정자산이니 장부에 적을 차변의 세목이 생각나고 지급해야 할 금액이 생각나고 차감할 부가세액을 생각하니 그만큼 세액징수에 현안인 국가와 세무공무원에 어쩌면 신경 바짝 쓰였다. 오 선생께서 자리를 배치하였다. 테이블에 맞게 방금 들어온 의자를 적절하게 곳곳 넣었다.
사동에 머물 때였다. ‘논어’ 모두 읽었다. 공자께서 하신 말씀 중 하나를 적고 오늘 일기를 마친다. “군자는 능력이 없는 것을 근심하며 다른 사람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것을 근심하지 않는다.”*고 했다. 커피는 배우기 쉽다. 그러니까 볶고 뽑고 추출하며 라떼 아트까지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영의 비결과 삶의 지혜는 단지 배워서만 되는 것이 아니다. 경험과 경륜이 있어야 한다. 경험과 경륜은 곧 능력의 바탕이 된다. 하루는 값진 경험이며 나를 다스리는 경륜이다. 그 하루를 잘 닦아야 한다.
*각주] 子曰 “人無遠慮, 心有近憂.”
*각주] 子曰 “君子病無能焉, 不病人之不己知也.”
鵲巢李鎬杰 |
|
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