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1月 31日
오전, 커피 토요문화강좌를 가졌다. 새로 오신 분이 꽤 있었다. 사동에서 수석 다루시는 아주머니다. 커피에 대한 여러 말씀을 해주셨다. 그러니까 커피를 다루고 싶었으나 하지 못한 이야기와 아저씨는 수석도 다루시지만, 악기도 꽤 잘 다루신다고 했다. 언제 사동 음악회 가질 때 꼭 오셨으면 하고 부탁했다. 연주뿐만 아니라 하시는 일 또한 광고 삼아 얘기하셔도 좋다고 했다.
정오, 시마을 김 **선생님께서 경산에 오셨다. 마침 역에 가져다 드려야 할 커피가 있었다. 역으로 간다. 선생님 만나 뵙고 사동 조감도에서 커피 한잔 했다.
사동에 머물 때였는데 강 교수님도 오시어 그간 커피 연구를 보여주셨다. 커피에 대한 여러 이야기 해주셨는데 로부스타 커피가 역시 아라비카보다 카페인 수치가 높다는 것과 신맛을 좌우하는 일종의 산인데 그것도 높다는 것이다.
아마 교육 받으신지 4년 되었지 싶다. 황 사장님 다녀가셨다. 압량 조감도에서 커피 교육을 받았다. 로스팅과 드립 그리고 라떼 수업을 들으셨다. 연배로 보면 나보다는 한 옥타브 위다. 커피와 에스프레소 기계 부품이 필요해서 오시었다. 점심 한 끼 하자고 했다. 가까운 보신탕 집 있으니 먹고 해요. 같이 갑시다. 본부장님
어찌나 보채시는지 같이 가게 되었다. 그러니까 조감도에서 꽤 가까운 집이다. 전에도 교육 마치고 한번 온 기억이 있다. 임당에 오실 때마다 이 집을 빠뜨리지 않고 온다. 방석집이다. 메뉴판 보았는데 왼쪽은 개고기, 오른쪽은 염소고기다. 뭐 드실래요? 네 염소탕이 좋겠습니다. 어 아줌마 여기 염소탕 두 개하고 수육 한 접시 내주소 소주도 한 병하고,
한참 뒤, 수육이 먼저 나왔다. 소주 한 잔 따라드렸다. 나는 수육을 한 젓가락씩 집으며 고기 맛을 음미했다. (음 맛있었다.) 사장님은 생각보다 많이 드시지 못한다. 거저 한 젓가락 집더니만 그만 젓가락 내려놓으신다. 나는 혹시 입맛에 맞지 않으시나 했다. 역시 무언가 맞지 않으셨다. 가게 커피 파는 이야기를 반주로 나누었다. 아! 본부장님 나는 거 라떼아트가 왜 그리 안 나오지요. 요래 요래하면 되는 거 아인교!(손을 올려 우유담은 피처를 마치 붓듯이 흔든다.) 하!하!하! 나는 거저 약간의 미소 반, 웃음 반으로 화답했다. 고기 한 젓가락 집었다.
탕이 나왔다. 호! 정말 따끈한 게 이것만 한 것은 없지 싶다. 우거지와 토란 줄기가 듬뿍 들어간 것에 고기까지 넉넉히 담으니 속 데우는 데 그만이었다. 역시 사장님께서는 거저 한 숟가락 뜨시더니만 그만 놓는다. 좀 드십시오. 했더니 뭐 입맛에 좀 그러시며 소주만 한 잔 마신다. 한 말씀 하신다. 자주 가는 주유소가 있어요. 이쁜 아지매가 있는데 요즘 자주 가 봅니다. 본부장님 나이 때는 깨가 쏟아질 때요. 우린 각 방 씁니다. 오히려 그게 편하고 집사람도 그렇게 지내기를 원합니다. 호! 사장님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잠은 같이 자지만 이제는 글을 무척 좋아해서요. 몸에 기라는 것은 없습니다. 나는 탕을 마저 먹다가 그릇 채 들고 남은 국물을 후루룩 마셨다. 다시 본점으로 간다.
사장님은 차에 아주 관심이셨다. 우리 집사람 차는 그랜전데 핸들 잡으면 발통 네 개를 다 잡고 있는 듯해요. 이거는 (웃으시며)간새이라! 간새이.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랜저 보다는 지금 타시는 베라쿠루즈가 더 좋은 차가 아닌가 하는 생각 들었다. 핸들이 더 부드러우니 말이다. 본점에서 사장님과 함께 본점장 성택군이 내린 드립을 한 잔 마셨다. 호! 이건 커피 맛이 아주 달라요. 네 사장님 드립인데 감칠맛 나지예. 한 십여 분 간 앉아 커피 얘기를 나누었다. 네 아무튼 또 봅시다. 자리에 일어선다.
몇 군데 커피 배송 다녀왔다. 아까 시마을 선생님 뵙고 카페에 모셔놓고는 제대로 대접은커녕 거래처나 아는 모 사장님 전화 받고 본점으로 시지로 병원으로 다니기 바빴다. 그리고 오후, 서울서 내려오신 선생님과 경산 모 선생님과 자리를 마련했다며 어느 선생님께서 전화 주신다. 주문받은 일을 처리하고 곧장 가본다. 서상동 어느 방석집이다. 기와집이었는데 주차장도 집 대문 바깥에 너르기만 했다. 아직 손님은 별로 없어 보여 쉽게 차를 주차했다. 차를 세워두고 나무문짝을 밀며 들어갔다. 어느 모 선생님의 목소리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들렸는데 그쪽으로 다가가 댓돌에 신발을 벗고 미닫이문 열며 들어갔다. 호! 모두 다섯 분의 선생님께서 죄다 일어나시어 인사했다. 몇 분 선생님은 오늘 처음 뵈었지만 역시 글을 쓰신 분이라 안색이 모두 동안이나 다름없었다. 이미 소주 몇 병에 맥주도 한두 병은 비워져 있었다. 나는 앉아 거저 선생님들의 오고 가는 말씀만 들었다. 모두 시에 관한 이야기다. 내가 전화해서 모 선생님께서도 오시었는데 오랫동안 함께 앉아 있지 못해 죄송했다.
압량 마감하고 사동에 머물 때였다. 아까 뵈었던 선생님들 모두 오시었다. 드립커피 한잔 마셨다. 글 쓰시는 분이라 모두 내공만큼 여유와 풍자와 익살과 해학이 넘쳐나는 자리였다. 동심 가득한 밤을 놓고 조금씩 시간을 마셨다. 포크로 자정을 찍으며 마저 남은 자리 한 방울까지 비웠다. 정말 반갑고 아쉬운 밤이었다.
鵲巢李鎬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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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