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1月 24日
불안한 사람을 보면 불안하다. 타지에 사는 사람은 언제나 보아도 뭔가 안정되어 있지 않은 느낌이다. 나 또한 불안한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잠깐 점장을 보았다. 점장은 창원이 고향이다. 다른 사람이 볼 때는 모르겠지만, 점장을 대할 때면 왜 그리 불안해 보이는 것일까! 어딘가 모르는 강박관념 같은 것도 보인다. 그가 안정을 찾을 때는 가게에 많은 손님이 찾아오시거나 일이 많을 때다. 아침 청소할 때다. 점장께서 한마디 한다. 본부장님 요즘 어딘지는 모르겠는데요. 투***** 어느 점에 아메리카노 610원에 판매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장 사장께서 한마디 한다. 600원이면 600원이지 10원은 뭐지!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카드가 되나!
장 사장 잠깐 뵈었다. 요즘 영주에 일이 있어 자주 못 들리는 것 같다. 영주 모 대학이라고 했다. 내부공사 일이 있어 거기 자주 왕래한다고 했다. 그렇게 돈 되는 일이 아니라며 강조하기까지 한다. 커피 한잔 내려 함께 마셨다. 요즘 사회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정부의 세수에 관한 일과 서민의 소비경기 위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장 사장과 커피 마실 때였다. 요즘 식사를 자주 거른다고 했다. 어제도 밥 한 끼 먹었는데 낮에 식사한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그도 40 중반을 걷는다. 아침 이렇게 커피 한잔 마시는 것이 잠시 잠깐의 낙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어쩌면 나도 잠깐의 여유다. 시원한 국 국물 마시듯이 커피 한잔은 그렇게 다가온다. 입이 심심해서 예지 잠깐 불렀다. 어제 마감 볼 때였다. 테이블 위에 배 선생께서 먹다 남은 과자가 보여 혹시 좀 남은 것 있으면 갖다 달라고 했다. 그러니, 빙수 사발에다가 소복이 담아서 내온다. 예지는 이제 스물하고 더 보태면 한두 해다. 예의도 바르지만, 말이 적고 하는 일 또한 불평 없이 잘한다.
과자를 턱 내놓았을 때 잠깐 고모할머니가 생각났다. 아주 어릴 때였는데 고모할머니는 서울 분이셔 아주 촌 골짜기나 다름없는 칠곡 숭오리에 잠시 머문 적 있었다. 저녁이면 홍두깨 밀어서 칼 국시를 해주셨는데 어찌나 맛있었던지 대접에 한 그릇은 족히 먹었다.
배 선생은 집에 남편께서 큰 마트를 운영하신다. 배 선생께서는 과자를 늘 가져오신다. 가져오시는 그 과자들은 한결같이 맛이 있다. 나는 가끔 하나씩 집어 먹어보는데 입에 착 감기는 것이었다. 아침에 구수한 커피라도 몇 잔 마시면 그것도 잘 내키지 않아 과자를 곁들여 마시면 커피 맛이 한결 나아서 예지 더러 좀 가져달라고 했다. 하나 집는다. 호! 맛있다.
본점에서 커피 문화 강좌를 가졌다. 오늘도 어느 교육생께서 질문 있었다. 디-카페인*커피에 관한 내용이었다. 디 카페인 커피는 제가 알기에는 스위스에서 처음으로 가공해서 나온 걸로 압니다. 생두를 스팀에 한번 쬐어서 가공처리 합니다. 그러니까 카페인은 물에 잘 녹는 성분이라서 생두를 물에 담가 놓기만 해도 일정량은 물에 녹기 때문에 이를 더 전문적으로 가공 처리한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전문으로 가공해도 어느 정도는 카페인이 남아 있지요. 제가 아는 어느 교수님께서도 디 카페인 커피를 가져다주시어 직접 볶아 드린 바 있는데 카페인이 혹 검출되는지 확인 차 실험한 적 있습니다. 결과는 의외였죠. 보통 커피보다는 많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나오더라고요. 카페인은 무색입니다. 모양이 바늘처럼 생겼지요. 솔직히 커피를 마시면 잠이 오지 않는 분을 위해 나온 커피지만 가공된 커피를 마시면 어쩐지 맛이 좀 떨어지는 건 사실입니다. 어느 나라 어느 커피와 관계없이 디 카페인 커피는 맛이 모두 비슷합니다.
또 한 분 질문이 있었다. 라떼 아트를 배우려면 보통 며칠 걸리는지요? 최소 교육과정은 십 일 정도 걸립니다. 물론 교육비를 받고자 그 일정을 맞춘 거는 아닙니다. 어떤 분은 5일을 해보았지만 미흡해서 더 연장해서 교육한 적 있습니다. 10일 해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거저 자세가 조금 더 나을 뿐이지 아트의 수준은 아닙니다. 아마도 배워서 현업에 몇 년 종사하면 더 낫지 않을까요. 자전거도 처음 탈 때는 어렵지만, 자꾸 타다 보면 아무렇지 않게 잘 타게 되지요. 라떼 아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후, 역에 시지 어느 교회에 분점 삼풍에 다녀왔다. 모두 커피가 필요해서 배송 다녀왔다. 배송 일 마쳤을 때 오후 5시쯤 되었는데 사동에 갔다. 이 시간이면 2부 교대시간이라서 직원 모두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bar)에는 퇴근하려는 점장과 예지가 있었다. 점장께 드립 한잔을 청했다. 그리고 잠시 모두 보자며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한 10분쯤 지나서 모두 자리에 앉았다.
이렇게 여러분께 보자고 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설 대목이 다가오고 있어요. 안 그래도 이번 주 한 주일 지내보니 매출에 조금 변화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대목 타는 것 같습니다. 우리 바(bar)는 다른 집에 비해서 조금 길쭉합니다. 저 안쪽에서 설거지하고 있으면 손님이 오시는지 가시는지 모르고 지나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언제나 인사만큼은 더 친절히 했으면 해서 부탁합니다. 다른 곳은 벌써 대목 타니 매출이 많이 줄었더군요. 우리 카페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를수록 더 친절히 해야겠지요. 그러니까 배 선생께서 한 말씀 주신다. 음! 맞아요. 대목 타는지 요즘 유통이 매출이 준듯해요. 그래서 한마디 붙였다. 아! 거기도 매출이 조금 줄었나요. 네 그래서 행사 들어가서 괜찮은 것 같아요.
돌 속 허수아비를 모두 지웠네
허수의 똥만 채워 보기로 했네
들판에 홀로 서서 바람과 새를
모두 안은 희망을 혼자 보겠네
7시 잠깐 귀가했다. 찌개를 만들었다. 누가 사놓은 건지는 모르지만, 압착비닐 뜯기지 않은 두부가 두 개나 냉장고에서 자고 있다. 그것을 끄집어내어 프라이팬에다가 덖었다. 덖은 두부를 냄비에 담고 김치를 조금 쓸어 넣고 대파도 하나 씻어 넣어 지진다. 아래, 아들 라면 끓이며 남겨놓은 수프도 하나 넣는다. 별다른 장이 필요가 없다. 수프면 적당히 맛이 밴다. 어느새 찌개는 완성이다. 밥 한 그릇 오래간만에 여유를 가지며 먹었다.
본점에 머물며 하루를 읽는다. 본 점장 성택군이 ‘블루마운틴’ 커피를 내려준다. 입에 착 감기는 것이 온전한 커피나무가 뿌리째 넘어온 듯했다. 커피 한 모금 마시는 것이지만 참으로 물맛 아닌가! 어찌 보면 물은 커피라는 옷을 입은 것이지만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입은 것이다. 까만 옷 입은 선녀가 어느 추한 곳 가리지 않고 마치 구름 타듯 그렇게 내려오는 것이었다. 하나씩 뿌려놓은 그의 발자취를 더듬고 있었으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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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