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1月 22日
생두 수입상께 전화했다. 아리차와 게이샤 커피 단가가 얼마 하는지 백(bag)으로 사면 얼마까지 가능한지 물었다. 사장님께서는 아리차는 만 천원이며 게이샤는 13만 7천 5백 원이라고 했다. 게이샤는 직접 수입하는 것도 아니라서 어디 알아보고 전화주신 거였다. 전화하시며 한 말씀 더 붙인다. 생두 킬로당 가격이 너무 터무니없어 다시 알아보고 전화 주겠다고 했다. 게이샤 1킬로가 13만 원 이상 호가하면 블루마운틴보다 더 비싼 가격이 된다. 이거는 커피가 아니라 금을 담아 놓은 것이다.
기장을 맡긴 세무서에 다녀왔다. 마침 세무사께서 계시어 이런저런 상담을 했다. 사업체가 몇 개 되다 보니 세무신고와 세금이 늘 고민이었다. 본점과 본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압량은 세금이 과분할 정도로 많다. 그러니까 일반 과세자는 세금을 약 200만 원 가까이 내야 하지만, 간이 과세자라면 세금을 내지 않게 된다. 하루 10만 원이 아니라 5만 원도 못 파는 가게다. 그렇다고 이 가게를 폐업하지 못한 이유는 이곳은 대 도롯가라 그나마 광고효과를 볼 수 있게 큰 간판의 역할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세무사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국가에서는 그래도 뭔가가 있기 때문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간 커피 교육이었다. 경산만큼은 이름을 제대로 알려 커피의 진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한 우리의 몸짓 같은 것이었다. 이제는 교육 방향도 바꿔야 함을 느꼈다. 커피는 이미 양적으로 이 좁은 도시에 너무 많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사업체 명의를 바꾸거나 아니면 폐업밖에는 없는 것이 된다. 소득이 높거나 판매가 많아서 내는 세금이라면 아무런 불만이나 불평을 제기하지 않는다. 매출 대비 각종 비용이 많은 것은 사업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한 것이다. 수익 대비 비용이 많다면 고려해보아야 할 사항이지 끌고 갈 사항은 아니다. 세금을 안 내는 것과 절세는 엄연히 다르다. 사업체를 너무 오랫동안 끌면 소급해서 적용하는 세목(稅目)도 더러 나오게 된다. 그러니까 사업체가 커지니 각종 세무기장에 들어가야 할 항목에 적절한 기장이 맞지 않아서 나오는 실수도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업하시는 분들은 사업체를 한 번씩 폐업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사업은 늘 위험을 안는다. 사업이 긍정적으로 성장을 기하면 지난날 그 어떤 실수도 아무렇지 않게 덮을 수 있는가 하면 혹여나 부정적으로 기울기라도 하면 지난날 실수는 치명적이다. 물을 온전히 담은 그릇이 아니라 물 담은 그릇을 싣고 가는 수레가 사업이다. 사업주는 언제나 그 수레를 끄는 사람이다. 마치 열두 가닥 썩은 새끼줄로 맨, 한해의 수레를 끌 듯해야 한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명백한 기장과 떳떳한 일이야말로 그 무엇도 대신할 수는 없다.
두 시간쯤 앉아 있었을까! 바깥은 겨울비 내린다. 모자 쓴 손님이 들어오신다. 더치 라떼 한 잔 주세요. 네, 쿠폰을 찾으시며 바(bar) 안쪽으로 건넨다. 보니까, 전에 쿠폰 찾으시다가 못 찾고 이름만 불러 주시고 가신 손님이었다. 그래서 임시로 새 쿠폰에 도장 찍고 이름도 새로 적었다. 손님 가시고 나서 못 찾으신 쿠폰을 찾아 유리테이프로 곁들어 붙여 놓았는데 손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싱긋이 웃으시며 한마디 한다. 오전에 오니까 불이 꺼져 있더라고요. 네, 일하는 직원이 그만두어서 잠시 문을 못 열었어요. 이제 새로 오신 분 있어요. 했더니 웃으시며 나간다.
별말은 없다. 거저 주문받은 것과 커피 만드는 것 그리고 몇 마디 주고받는 이 말 한마디에 왠지 기분이 좋다. 또 언젠가는 지금 가신 손님은 오실 것이다. 쿠폰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마치 출석부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아직 나 살아 있소 하며 무언의 대답을 건네는 것 같아서 그렇다. 그것은 역으로 나 또한 살아 있고 이 카페가 아직도 건재함을 보여드리는 것이 된다.
출판사 청어에서 보낸 교정용 원고를 다 읽었다. 오타 수정을 몇 군데 했다. 어떤 부분은 중복된 것이 있어 지웠으며 어느 부분은 전화가 필요해서 명기해 놓았다. 본 점장, 성택군이 내린 커피가 마음을 가다듬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본점 들렀을 때였다. 늘 보면 무뚝뚝한 얼굴이다. 오늘은 미소 띤 얼굴로 본부장님 커피 한잔 해 드릴까요? 하며 묻는 것이었다. 나는 솔직히 얘가 귀찮을까 싶어 거저 얼굴만 보고 가려다가 커피 한잔 해준다는 데 마다할 내가 아니다. 그래 한잔 해주시게! 했더니 뭐로 해 드릴까요? 하며 묻는다. 만델링, 케냐, 예가체프, 안티구아 등 죽 부른다. 가만, 그래 만델링이 좋겠어! 한잔 내리는 모습이 가히 일품이었지만 똑똑 떨어뜨리는 혼이 이제는 안에서 바깥으로 풍겨 나와 하얀 허공에 까만 왕관을 수놓았다.
사동, 본점은 오 선생께서 마감 보았으며 본부와 압량은 직접 보았다. 압량 마감 보고 아이들 데리러 갔다가 집에서 함께 책 읽었다. 저녁을 모두 일찍 먹어서 맏이가 라면이나 국수 해달라는 부탁에 어제는 국수 먹었으니 오늘은 라면 먹자는 둘째의 말에 라면 끓였다. 구수한 라면 국물을 마실 수 있었다.
鵲巢李鎬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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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